법조계 ‘소년범 전력’ 공개는 잘못…연예계 “조진웅에게 맞았다” 추가 피해 호소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이미 죗값을 다 치렀다. 30년 전 미성년 시절 저지른 죄로 ‘은퇴’까지 하게 만드는 건 가혹한 처사다.”
“다른 범죄도 아니고 강력범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겠나.”
‘소년범’ 전력이 들통난 배우 조진웅의 은퇴를 놓고 연예계를 넘어 법조계, 나아가 정치적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조진웅을 옹호하는 쪽은 처벌보다 교화에 무게를 둔 소년법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그를 비난하는 쪽은 청소년 시절이라도 강력범죄에 연루된 만큼 ‘피해자 우선주의’에 입각해 지금이라도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조계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훌륭한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철없던 시절의 일화가 대체 우리 사회에 어떤 공익적 가치를 지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는 전형적인 '메신저 흠집 내기'이자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해 본질을 흐리는 저열한 소음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진웅의 소년범 이력을 처음 보도한 매체와 기자를 국민신문고를 통해 '소년법 제70조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소년법 제70조는 관계 기관이 소년 사건에 대한 조회에 응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기자가 공무원이나 내부 관계자를 통해 이 금지된 정보를 빼냈다면, 이는 취재가 아닌 법률이 보호하는 방어막을 불법적으로 뚫은 범죄 행위"라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유명 배우의 과거 폭로가 아니라 상업적 관음증이 법치주의를 조롱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SNS에 "(조진웅은)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지금도 어둠 속에서 헤매는 청소년에게 좋은 길잡이일 수 있다"고 적었다.
박찬운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 역시 자신의 SNS에 “소년 보호 처분은 교정과 보호를 통해 소년을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제도”라며 “조진웅의 삶은 그 제도가 지향하는 목적을 가장 성공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갱생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인물로, 비행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조진웅 논란은 정치권으로 이어졌다. 특히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조진웅 논란’을 빌미로 대통령 및 국회의원 등 공직자와 고위 공무원의 소년기 흉악범죄 전력을 국가가 공식 검증하고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찬반여론이 뚜렷한 가운데 연예계 곳곳에서 추가 폭로 피해가 불거지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허철은 자신의 SNS에 “2014년 조진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허감독은 “내 옆에 앉아 있던 조 배우가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가격했다. 반격할 틈도 없이 주변에서 말려서 일방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이 맞았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이 말리자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니저를 통해 정식으로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사과하지 않았다. 아무 죄도 없는 매니저만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어쩔 줄 몰라 했다”며 “(조진웅은) 그날 밤 다른 젊은 배우(지금은 유명 배우가 된)에게 얼음을 붓고 때렸단다. 그것도 옆 가게에서 내가 사과하러 오길 기다리는 와중에”라고 주장했다.
허감독은 이 글이 화제가 되자 글을 삭제한 상태다.
반면 조진웅을 옹호하는 글도 게시됐다.
조진웅과 고교 시절 연극반 활동을 같이 했다는 A씨는 “원준이형(조진웅 본명)은 실제로는 일진 이런 거 절대 아니고 오히려 일진들한테 시달리면서 학교 생활 했다. 나이가 아마 같은 학년보다 한살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냥 쳐 맞고 반항도 안했다. 요즘말로 빵셔틀이런 거라 보면 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연극 연습을 하고 있으면 3학년 일진들이 아무 이유 없이 들어와 원준이 형을 때렸다. 그냥 아무 이유 없었다. 후배들 쳐다보는데도 이유없이 말꼬리 잡고 팼다. 연극 연습하다 끌려나가서 맞고 들어와도 후배들 보면 웃긴 얘기하면서 분위기 이끌었고 절대 후배들에게 아쉬운 소리나 욕도 안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아무튼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았고 그걸로 인생의 위기가 왔겠지만 최소한 그런 범죄를 주도적으로 할 사람은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었다. 진짜 덩치 큰 순둥이었다"며 ”범죄를 방어막 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문득 떠올랐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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