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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투기, 日오키나와 'ㄷ자' 로 에워쌌다…높아지는 中日 긴장

중앙일보 김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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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투기, 日오키나와 'ㄷ자' 로 에워쌌다…높아지는 中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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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 함재기의 레이더 조사(照射)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오키나와현 해상에서 중국 전투기가 이착륙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지난 2024년 10월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산둥함이 남중국해 해상에서 연합 훈련을 펼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24년 10월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산둥함이 남중국해 해상에서 연합 훈련을 펼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8일 일본 NHK에 따르면 훈련을 위해 지난 5일 동중국해에서 출발한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은 이튿날 오키나와 본섬 남서쪽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를 지나 다시 오키나와 본섬 동쪽과 미나미다이토지마(南大東島) 사이를 통과해 가고시마현 기카이지마(喜界島) 동쪽 약 190㎞ 해역까지 진출했다. 사실상 오키나와 본섬을 ‘ㄷ’ 글자 형태로 에워싸듯 이동한 셈이다.

방위성이 랴오닝함 이동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틀(6~7일)간 약 100회에 달하는 전투기와 헬리콥터 발착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일본측 호위함 데루즈키가 경계 활동에 나섰으며 항공자위대 전투기도 긴급 발진해 대응에 나섰다. 이 근방 해역에서 중국군 항모 전투기의 이착륙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방위성은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중국의 영공 침범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8월엔 중국군 전투기가 처음 나가사키현 앞바다에서 일본의 영공을 침범했고, 올 5월에도 중국 해경 소속 헬기가 오키나와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의 일본 영공을 침범했다고 전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레이더 조사’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지난 7일 방위성이 중국군 J-15 함재기가 전날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를 상대로 두 차례 레이더를 쐈다고 밝히자, 중국 정부는 곧바로 “일본이 중국의 훈련을 방해했다”고 반박했다. 우징하오 주일 중국대사는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전날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외무성 사무차관에게 항의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중국이 그간 거듭 경고와 주의를 촉구했지만 자위대기를 여러 차례 중국 해군 훈련 해역 공역에 접근시켜 중국의 정상 훈련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비행 안전을 현저히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방부도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도적이 도적 잡으라고 고함치는 것”이라며 일본이 먼저 중국 훈련 구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했고, 외교부는 “현재 상황에서 일본이 이른바 ‘레이더 조사’ 문제를 선전하는 것은 국제사회를 오도하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이시카와현에서 중국에 의한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 레이더 조사에 대해 유감을 밝히고 있다. 지지통신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이시카와현에서 중국에 의한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 레이더 조사에 대해 유감을 밝히고 있다. 지지통신 AFP=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재반박도 이어졌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8일 회견에서 “자위대 항공기가 중국 항공기의 안전한 비행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는 중국 측의 지적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집권당 자민당 역시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자민당 정조회장은 “매우 위험한 행위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고,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장은 “도발행위로 봐야 한다”며 중국을 맹비난했다.

중국은 이에 더해 일본 역시 대만과 인접한 지역에 군사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8일 중국 상업위성이 지난해 5월과 올해 9월 촬영한 가고시마현에 속한 마게시마(馬毛島) 지역 위성 사진을 입수해 공개했다. 매체는 위성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일본이 이 무인도에 군사시설을 빠르게 건설하고 있다며 “1년여 전에는 없던 대형 구조물이 들어섰고 활주로 윤곽이 선명하며 주변 해역 선박 활동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섬 전체 면적이 8㎢로 서울 여의도와 비슷한 이곳은 일본 남서부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다.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방공초소로 이용되기도 했던 곳으로 일본 정부는 미·일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겠다며 이곳을 미 항공모함 함재기 이착륙 훈련에 사용 가능한 항공자위대 기지로 정비해왔다. 중국 군사전문가 장쥔서는 글로벌타임스에 “전시에는 마게시마가 일종의 스프링보드 역할을 해 동중국해에서 활동하는 중국 해군과 공군은 물론 중국 동부 연안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참의원 양원 본회의에서 ‘외교 문제’를 이유로 발언을 철회하라는 야당 의원에 요구에 즉답을 피했다. 다만 “대만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중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 1972년 일중 공동성명에서 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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