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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대전환 시대, 표준은 어떻게 '인류의 신뢰 인프라'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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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대전환 시대, 표준은 어떻게 '인류의 신뢰 인프라'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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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빈 표준인증안전학회 학회장·세종대 교수

문승빈 표준인증안전학회 학회장·세종대 교수

지난 12월 2일 서울에서 열린 '2025 국제 AI 표준 서밋'은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의 이용자를 넘어 글로벌 규범의 설계자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 상징적 회의다.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인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최초로 공동 주최한 이 행사가 서울을 첫 개최지로 선택한 것은, 한국이 기술적 역량을 넘어 AI 규범 형성에서도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의미있는 장면이다.

이번 서밋에서 세 국제표준화기구가 공동 발표한 'AI 표준 서울 선언(Seoul Statement)'은 AI 거버넌스의 원칙을 기술적 기준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적용과 실천으로 연결하겠다는 국제기구의 분명한 의지를 담고 있다.

기존 국제 AI 행사들이 보편적인 거버넌스 원칙 제시에 그쳤다면, 서울선언은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그 원칙을 구현하는 실행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선언은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사회적 영향, 인권, 책임성, 개방형 협력 구조 등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제기해 온 가치들이 이제 국제적 합의의 형태로 표준의 언어 속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AI 연구의 지형이 기술 중심에서 사회·기술·정책이 결합된 다학제적 접근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며, 국내외 연구 성과가 글로벌 규범 형성 과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경로가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서울선언이 제시한 방향을 실증 연구, 분석틀, 사례 축적을 통해 뒷받침해 한국의 연구 기반과 전문성이 국제표준 논의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지식 생태계를 강화하는 일이다.

서울선언이 제시한 네 가지 방향은 국제사회가 AI 시대에 갖추어야 할 핵심 기반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사회·기술적 균형, 인권 중심의 접근, 포용적 협력 구조, 그리고 역량 강화와 격차 해소는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은 향후 연구와 정책이 다학제적 협력과 사회적 책임을 중심으로 전개돼야 함을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표준인증안전학회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표준 전문 학술기관으로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어 AI 표준 연구와 논의를 더욱 심화해 나갈 것이다. 특히 2025 추계학술대회에서 18개의 인공지능 표준 관련 연구 발표가 이루어지는 등 학계는 이미 서울선언의 가치와 방향에 부합하는 연구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앞으로 학회는 실증 기반 연구, 다학제 협력, 표준·평가 연계를 위한 학술활동을 강화하며, 국내 연구자들의 전문성이 국제표준 논의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다.

AI 시대의 신뢰는 기술 자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이 안전하고 공정하게 사회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규범·절차·표준이라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서울선언은 이러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이며, 이를 실천 가능한 체계로 발전시키는 일은 학계와 산업계, 정부가 함께 수행해야 할 과제이다. 이번 서밋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국제표준과 신뢰 인프라 구축에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길 기대한다.

문승빈 표준인증안전학회 학회장·세종대 교수 sbmoon@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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