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표준화·가격관리, 신규 비급여 사전승인 받아야"
비급여 의료비 급증과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사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비급여 관리제도 개편과 정보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사보험 간 연계가 미비한 구조에서는 5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해도 제도의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는 우려다.
보험연구원은 8일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를 열고 비급여 의료비 관리제도 개선과 5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에 따른 공·사보험 상생 방안을 논의했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교수는 '비급여 의료비 관리제도 개선방안' 발표에서 "지난 35년간 국민건강보험 보험료율은 3.1%에서 7.1%로 두 배 이상 올랐지만 보장률은 63%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며 "혼합진료와 무제한적인 비급여 확대로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항목·1~2개월치만 제출하도록 한 현행 비급여 보고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건강보험 청구 시 공보험 환자에게 시행된 모든 비급여 항목과 금액을 의무 제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급여 명칭과 코드 표준화, 목록 정비, 표준가격·상한가격 설정 등을 제안하면서 새로운 비급여는 사전 승인과 조건부 급여, 주기적 재평가, 퇴출까지 가능한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5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에 따른 공·사보험 상생 방안' 발표에서 의료비 증가와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 모두 재정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세대별로 모두 100%를 넘어서고 도수치료·비급여 주사제·신의료기술 등 비중증 비급여 항목이 지급보험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초 도입될 5세대 실손보험은 급여 외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하고 비급여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비중증 비급여 보상은 면책과 본인부담률 확대를 통해 축소하는 구조 개편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인 유인수요와 공·사보험 정보 연계 미비로 인해 정책 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감사원 분석에서도 공·사보험 청구 정보의 불일치가 높고 허위·이상청구나 이중지급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신의료기술·첨단재생의료는 치료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필수 치료가 아닌 영역까지 포함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과제로 △의료기술 재평가와 관리급여 제도를 통한 비급여 관리 강화 △건강보험·실손보험 간 정보 연계의 법적 기반과 기술 인프라 구축 △실손보험료 조정한도 규제의 적정성 검토 등을 제시했다.
그는 "5세대 실손보험의 연착륙과 공·사 건강보험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 중심의 제도 기반을 강화하고 정책당국과 보험업계가 의료개혁 정책과 실손보험 제도가 정합적으로 작동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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