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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포츠토토는 체육 기부”… 하형주 KSPO 이사장, 공공성투명성 향한 1년

스포티비뉴스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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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포츠토토는 체육 기부”… 하형주 KSPO 이사장, 공공성투명성 향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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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송파, 정형근 기자]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빛 유도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하형주는 ‘건강미’와 ‘강단’의 상징이었다. 세계를 제압한 절제와 정확한 판단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던 그는 선수 은퇴 후 38년 동안 대학에서 후학을 기르며 체육학 연구에 몰두해 왔다.

2023년 11월, 그는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제14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다시 국가 스포츠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취임 1년. 그가 걸어온 365일은 단순한 행정 운영이 아니었다. 한국 스포츠 재정 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거대한 수술’에 가까웠다. 그 중심에 국민체육진흥기금, 스포츠토토 공영화, 한국스포츠레저(주) 출범이 있었다.

하 이사장은 4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지난 1년은 공단이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시간이었다. 공단 설립 목적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1년은 한국 스포츠의 구조적 문제를 뿌리부터 다시 짚어내는 과정이었다.


◆ 한국 스포츠 재정의 ‘젖줄’, 국민체육진흥기금

한국 스포츠 재정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나라는 정부 일반회계, 지방정부 예산, 민간 스폰서십, 자생적 리그 재정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사실상 한국 스포츠 전체 재정을 떠받치는 구조다.

공단은 1989년 설립 이후 누적 약 19조 원의 기금을 체육 분야에 지원해 왔다. 공단은 이를 두고 “대한민국 체육 재정의 98%에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한다. 실제 수치를 봐도 비슷한 그림이 나온다. 2025년 정부 체육 예산 1조 6,739억 원 가운데 1조 6,387억 원, 비율로 97.9%가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집행됐다. 사실상 한국의 체육 재정은 KSPO를 통하지 않고는 움직이지 않는 셈이다.

하 이사장은 “기금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 공단은 생활체육과 전문체육 육성, 스포츠산업 활성화, 국제스포츠 역량 강화, 장애인체육 육성 등을 두루 지원하고 있다. 기금은 한국 스포츠의 젖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의 가장 중요한 축이 바로 스포츠토토 수익이다. 토토는 단순한 부가 사업이 아니라 한국 스포츠 재정의 근간이자 필수 인프라다. 이 구조를 투명하게 재정비하는 것이 하형주식 개혁의 출발점이었다.

◆ 100조 불법도박 시대… "합법 토토를 ‘기부 문화’로 바꿔야 한다”

스포츠토토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부정적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도박’, ‘사행산업’, ‘중독’ 같은 단어로 소비됐고, 이 프레임이 스포츠 재정의 본질적 역할을 가려왔다. 하 이사장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짚었다.

“불법 도박 시장이 100~120조 원으로 추산된다. 청년·청소년까지 빨려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합법적 공익사업인 스포츠토토까지 ‘사행’이라는 낙인을 찍으면, 불법 시장을 무엇으로 막겠나.”


단순한 방어 논리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스포츠토토는 로또처럼 ‘순수 운’에만 의존하는 상품이 아니다. 팀 전력 분석, 선수 컨디션, 리그 흐름, 감독 전술 등을 고려하는 지적(Skill) 기반 참여형 레저다. 영국의 풋볼풀스, 이탈리아의 토토칼치오, 스페인의 라퀴니엘라처럼 유럽에서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스포츠 예측 게임들이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 이사장은 “국민이 토토를 구매하는 행위는 대한민국 체육에 기여하는 기부이자 참여”라고 말한다.

“체육 재정의 98%를 공단이 책임진다. 국민이 토토를 사는 건 단순한 베팅이 아니라 대한민국 체육에 기여하는 공익적 참여이다.”

그는 스포츠토토의 본질을 ‘기부형 참여 재원’으로 재해석하려 한다. 합법적이고 공익적인 참여를 통해 국민이 한국 스포츠의 재정과 미래를 함께 떠받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 스포츠토토 공영화… 한국스포츠레저 출범과 ‘투명성·책임성’ 체제

2001년 국내 도입 이후 스포츠토토는 오랫동안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 덕분에 시장 대응력과 상품 개발 역량은 높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판매 인프라가 불투명하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민간사업자 중심 구조 탓에 공공 책임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비판도 반복됐다.

하 이사장은 취임 직후 이 구조적 결함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고 결론을 내렸다.

“공영화가 아니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공영화는 단순히 운영 주체를 공단으로 돌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법 개정과 조직 정비, 감시 체계 구축, 단속 인력 증원, 기금 배분의 투명성 강화, 운영 체계 일원화 등 시스템 전체를 다시 짜는 작업이 필요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투표권 사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공공 운영 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올해 7월 공단 자회사 '한국스포츠레저'가 공식 출범했다. 하 이사장은 “한국스포츠레저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운영 체계를 만들 것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어야 공영화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공영화 이후 스포츠토토는 투명성과 책임성을 기반으로 한 공공 재원 조성 모델로 재정의되고 있다. 공단은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불법사행산업 관리·감독 인력 6명을 증원하여 사업의 건전성과 관리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 토토 판매 환경을 바꿔야 한다… “카페처럼 밝고 개방된 공간”

스포츠토토 개혁의 또 다른 축은 판매 환경 혁신이다.

하 이사장은 “지금의 판매점 이미지는 너무 어둡다. 프랜차이즈 카페 같은 밝고 개방적 공간에서 커피 한잔하며 참여하는 게 선진형 레저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단순한 인테리어 교체를 넘어선다. 한국 스포츠레저 사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지금까지 토토 판매점은 대체로 좁고 폐쇄적인 공간, 남성 중심 이용자, 어두운 분위기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은밀한 소비’, ‘숨겨야 하는 베팅’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

하 이사장은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판매점을 더 이상 음지성이 짙은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밝고 열린 커뮤니티형 장소로 만들고자 한다. 카페나 라운지처럼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스포츠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토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상한다. 이렇게 되면 남성 중심이었던 이용층은 여성과 청년층으로 확장될 수 있고, 베팅 자체도 돈을 거는 행위라기보다 ‘스포츠를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는 합법 사업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곧 불법도박 유입을 줄이는 길이라고 믿는다. 합법 판매 환경이 밝고 투명해질수록 불법 사이트의 ‘무한 배팅’ 구조에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을 줄일 수 있고, 건전한 한도와 규제를 갖춘 합법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효과가 생긴다는 계산이다.

결국 판매 환경을 바꾸는 작업은 공단의 재정을 키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한국 스포츠레저 문화를 정상화하고 공익성을 회복하는 과정에 가깝다.

◆ 한국 스포츠의 미래...생활체육 65%, AI 체육행정

하형주의 개혁은 재정 구조 재편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가 그리는 최종 목표는 ‘국민의 스포츠 경험’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생활체육 참여율을 2030년까지 65%까지 올리고 싶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약 61% 수준이다. 이를 6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공단은 2026년 한 해에만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국민체육센터 30개를 새로 세우고, 센터 건립 지원금도 30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높였다. 기존 75개였던 국민체력인증센터는 101개까지 확대해 더 많은 국민이 체력 측정과 운동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모든 과정에는 AI 기반 체력 진단과 맞춤형 운동 처방 시스템이 함께 도입된다.

2026년 하반기 개관 예정인 국립스포츠박물관은 한국 스포츠의 역사·기록·기술을 집대성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단순히 과거를 전시하는 박물관을 넘어, 어린이와 청소년이 스포츠를 통해 꿈을 키우고, 올림픽과 월드컵, 국내외 스타 선수들의 발자취를 통해 스포츠의 가치를 배우는 교육 공간으로 준비되고 있다.

행정 시스템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공단은 AI미래성장팀과 AX미래전략팀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을 위한 동작 분석, 체육시설 위험 요소를 감지하는 지능형 CCTV, 빅데이터 기반 안전 관리 체계를 도입했다. 공공·민간 체육시설 관리자와 지도자 1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5년 연속 안전관리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KSPO의 조직 가치도 새로 정리됐다. Key Player(탁월), Sports Spirit(열정), Practical Mind(실용), Open Governance(투명)를 핵심 가치로 삼았고, 2026년 경영방침 키워드로 ‘존중·조화·정정당당’을 내세웠다.

하 이사장은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하며 공단이 지향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카뮈는 스포츠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공정함과 존중,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가르치는 학교라고 했다. 그 정신이 공단이 가야 할 길과 맞닿아 있다고 믿는다.”


◆ “스포츠를 통한 건강한 대한민국!”

하 이사장의 지난 1년은 ‘한국 스포츠의 재정 혈류’를 재정비하는 시간이었다.

스포츠토토 공영화는 단순한 업무 조정이나 운영 방식 변경이 아니다. 한국 스포츠 재정의 근간을 투명하게 만들고, 불법도박 시장을 구조적으로 제어하며, 스포츠를 통한 공익 재원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일이다. 동시에 생활체육과 전문체육, 장애인체육, 국제스포츠, 스포츠산업 전반에 안정적인 재정을 공급하기 위한 ‘기초 체력 재정비’ 작업이기도 하다.

재정의 통로가 바뀌면 정책의 흐름이 바뀌고, 정책의 흐름이 바뀌면 선수와 지도자, 체육시설,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 전체가 체감하는 스포츠 서비스의 품질이 달라진다.

하 이사장은 “스포츠토토를 투명하게,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 스포츠를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스포츠레저의 출범은 출발점일 뿐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목적지는 분명하다.

“서울올림픽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KSPO, 스포츠를 통한 건강한 대한민국.”

공단의 새로운 경영 슬로건 한 줄에 그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응축돼 있다.

스포츠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세우고, 한국 체육 재정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여정.

그 항해가 이제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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