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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강 갈길 바쁜데 ‘끓는 물 속 개구리’ KT [송종호의 국정쏙쏙]

서울경제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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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강 갈길 바쁜데 ‘끓는 물 속 개구리’ KT [송종호의 국정쏙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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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KT대표이사 선임
이재명 정부 AI3강 최전선···KT의 숙명
국가 SOC기업···국가 디지털 전략 총괄
李대통령 직접 글로벌AI 투자·공급 협상
KT, AI 데이터 인프라 마중물···공세전략
사외이사 셀프연임에 '라인'챙기는 퇴행
미래 재편의 시대···KT혁신 비전 제시해야


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KT 대표이사는 단순히 한 기업의 CEO교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글로벌 AI 3강을 구현하는 데 최전선에 서있는 곳이 KT입니다. 이번에 선임될 KT대표이사는 한국 디지털 인프라 전략의 재설계라는 큰 축의 담당자로서 국정과제를 누구보다 앞서 풀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큽니다.

KT, 클라우드·데이터센터·보안·AI운영…AI 3강 최전선
KT는 현재 통신사를 넘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보안, 공공 인프라, AI 연산 자원을 운영하는 국가 SOC 기업으로, 차기 대표이사는 한 기업의 리더가 아니라 국가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표이사 선임절차는 어느 개인의 명예회복이나 내부 안정 만을 우선하는 게 아니라, 향후 한국의 디지털 경제가 관리형 체제로 남을지, 확장과 혁신의 방향으로 갈지를 결정할 분기점에 가깝습니다.



손정의 접견 마친 李대통령···자본+기술+공급망"플러스 알파"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간의 70분 접견에서는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한 담론부터 글로벌 협력 관계까지 폭넓은 논의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한국의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에너지 확충이 필수라는 조언도 내놨습니다.

비공개 회담에서 손 회장은 “한국의 결정적 약점은 에너지”라며 “한국이 글로벌 기업들과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많이 발표하는데 AI 잠재력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고 김용범 정책실장은 당일 브리핑을 통해 밝혔습니다. 김 실장은 “손 회장은 AI 기술이나 반도체 칩은 성숙 단계지만 AI 혁명의 약한 고리가 바로 에너지라고 봤다”며 “한국도 일본처럼 지리적·구조적으로 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조언대로라면 손 회장은 국정과제로 글로벌 AI3대 강국으로 뻗어나가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조에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블랙록(자본)과 오픈AI(기술), 엔비디아(공급망) 삼각편대를 구축해 세계 AI3대 강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저변을 넓히는 중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시작으로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을 잇달아 만나며 AI 3대 강국 실현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AI 산업을 움직여온 대표적인 투자자이자 기술 전략가인 손 회장과의 접견을 통해 ‘자본+기술+공급망’의 삼각편대가 완결성을 갖출 수 있도록 손 회장에게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이 부여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구나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KT는 자의반 타의반 결국 전면에 등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




KT, 글로벌 경쟁 공세전 대신 퇴행예고

이 대통령이 앞서서 글로벌 AI·데이터 인프라 경쟁에 뛰어든 만큼 KT도 장기 전략을 수립해 수성이 아닌 공세에 나서야 하는 시기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수성은 커녕 퇴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KT 지배구조 내부에서 “정책·시장 환경 변화와 무관한 기득권적 움직임”이 관찰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들이 스스로 연임을 결정하거나, 특정 정치적 라인을 통해 KT 의사결정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 무엇보다 외부 경쟁력이나 전략적 비전보다는 “관리하기 쉬운 내부 인사”를 차기 사장으로 세우려 한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해킹 사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T 해킹 사태에 책임지겠다는 단 한명의 임원이 없다는 점도 이해가 어렵습니다. KT대표이사 도전에 앞서 이번 해킹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게 먼저 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끓는 물 속 개구리’ 마냥 내부 권력 균형이나 사외이사의 연임을 들먹이는 일이 외부에까지 들리는 형편입니다.

이런 식의 거버넌스라면 KT운명은 명약관화입니다. 이사회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구조만 공고화될 수 있고 결국 혁신은 사라진 채 과거와 같은 비용절감·리스크 회피 중심의 경영을 반복하게 할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이럴 경우 단기적으로는 조용한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글로벌 AI·클라우드 인프라 경쟁이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시기에,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방향을 잃을 것입니다.



권력 나눠먹기 대신 비전이 우선돼야

KT의 차기 리더십은 국가의 AI 및 데이터 인프라를 운영하는데 총력전을 펼 수 있어야 할 사람입니다. AI와 클라우드 경쟁은 전 세계가 수백조를 투입해 미래를 재편하는 단계에 들어갔고, 한국도 뒤처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인사가 이사회의 이해관계·정치적 연결고리·내부 권력 균형만을 쫒아 결정될 경우 그 피해는 특정 인사나 KT에만 머물지 않고 국가 전략의 지연과 기회 비용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글로벌 투자자와 해외 AI기업들과 협상하며 직접 뛰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KT가 이재명 정부의 K-이니셔티브 최정점에서 기능할지 반대로 발목을 잡는 골치거리가 될 지 운명의 한 순간에 놓여 있습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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