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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삼성 VS ‘특화’ SK···조직 뜯어고쳐 AI 반도체 승부수 [갭 월드]

서울경제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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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삼성 VS ‘특화’ SK···조직 뜯어고쳐 AI 반도체 승부수 [갭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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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16>
삼성, 흩어진 개발팀 한곳으로 ‘헤쳐 모여’
SK, 미국에 HBM 전담 조직···고객 밀착
삼성, 4분기 1위 탈환 유력, 장기전 관심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메모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상반되는 조직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흩어져 있던 개발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통합’ 전략을 택했고 SK하이닉스는 핵심 시장인 미국에 전담 조직을 심는 ‘특화’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당장 4분기에는 삼성전자가 생산 능력을 앞세워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인 승패의 한 축은 이번 조직 개편의 성패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DS) 부문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 개발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메모리사업부 산하의 D램 개발실에 플래시 개발, 설루션, 패키징 기능까지 모두 통합한 형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지역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조직’을 새로 만들고 패키징과 품질을 전담하는 부서를 별도로 구축하면서 세분화된 조직 운영을 택했다.

‘메모리 개발 담당’ 삼성, 통합에 방점
“결국 통한다” 종합 반도체 장점 살려




삼성전자의 이번 조직 개편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D램과 낸드, 패키징 등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종합 반도체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기술 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올 7월 신설했던 HBM 전담 개발팀도 이번 개편에서 D램 개발실 산하 설계팀으로 재편됐다. 개발 초기 HBM 경쟁에서 밀렸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 진입이 늦어지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다. 내년 초 양산 예정인 6세대 HBM4부터는 개발 역량을 한곳에 집중해 속도전에서 승리하겠다는 계산이다.



SK, 미국 전담팀 신설 맞불
HBM 1등 굳히기 총력전



SK하이닉스는 현장 밀착형 조직으로 1등 수성에 나섰다. 미국에 신설되는 HBM 전담 기술 조직은 엔비디아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고객사 요구사항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HBM 패키징 수율과 품질을 관리하는 조직도 별도로 뒀다. AI 반도체 시장이 ‘맞춤형(커스텀) HBM’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에 맞춰 기술 지원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직개편은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4분기 삼성 1위 탈환 유력
범용 칩 가격 상승이 호재



양사가 조직을 정비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사이 실적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D램 매출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3.2%로 1위, 삼성전자가 32.6%로 2위를 기록했다. 양사의 격차는 2분기 6%포인트에서 3분기 0.6%포인트로 0.1%포인트 단위의 초박빙 승부까지 좁혀졌다. 업계에서는 4분기 삼성전자가 다시 D램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성능 칩 수요가 늘면서 덩달아 공급이 줄어든 범용(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 집계를 보면 11월 PC용 범용 D램(DDR4 8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8.1달러로 전달보다 15.7% 올랐다. 올 3월 1.35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8개월 만에 6배 가까이 뛴 셈이다. 압도적인 생산 능력(CAPA)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범용 제품 가격 상승의 최대 수혜를 입으며 매출 규모를 키울 전망이다.




‘통합’ vs ‘특화’···체질 개선이 승패 가른다



삼성전자가 4분기 물량 공세와 범용 칩 호황으로 1위 자리를 되찾더라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다가오는 AI 메모리 전쟁의 본질은 단순한 점유율 경쟁이 아닌 기술 완성도와 고객 대응력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직 개편이 가져올 체질 개선 효과가 중장기 반도체 패권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통합 전략’이 부서 간 벽을 허물고 HBM4 등 차세대 기술 개발 속도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높일지가 관건이다. 반대로 SK하이닉스는 ‘미국 전담 조직’이 빅테크 고객사들의 까다로운 맞춤형 요구를 얼마나 완벽하게 소화해내느냐는 리더십 수성의 열쇠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순위 변동은 시장 상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결국 삼성이 통합 시너지를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느냐 아니면 SK가 현장 밀착 전략으로 고객을 묶어두느냐에 따라 내년 이후의 진정한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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