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네트워킹·엣지(NEX) 사업부 매각을 중단하고 기존 조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외형 축소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던 기조에서 벗어나, 설계·파운드리·패키징·엣지를 아우르는 통합형 반도체 회사(IDM)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기조 속에서 종합 반도체 기업 모델을 재정비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 4일(현지시각) 인텔이 지난 수개월간 NEX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외부 투자자들과 논의해왔으나, 내부적으로 ‘유지’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인텔이 NEX를 파운드리·패키징 사업과 함께 보유할 때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엣지·네트워킹 기술이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설계부터 연산·전송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3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를 찾은 관람객들이 인텔(intel) 부스에서 AI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뉴스1 |
블룸버그는 지난 4일(현지시각) 인텔이 지난 수개월간 NEX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외부 투자자들과 논의해왔으나, 내부적으로 ‘유지’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인텔이 NEX를 파운드리·패키징 사업과 함께 보유할 때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엣지·네트워킹 기술이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 인프라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설계부터 연산·전송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NEX 사업부는 인텔 내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다. 데이터센터 밖에서 즉시 연산이 필요한 네트워크 장비, 엣지 AI 서버, 통신 인프라 등을 담당하며 지난해 약 58억달러(8조3500억원)의 매출과 9억3100만달러(1조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중·소형 네트워크 장비용 칩, 산업용 게이트웨이용 칩 등 다양한 네트워크용 반도체와 솔루션을 포트폴리오로 갖추고 있으며, 소비자·서버용 와이파이 모듈과 이더넷 어댑터 등도 포함된다.
경쟁사들의 사업 전략이 ‘시스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매각 보류 배경으로 지목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네트워크 솔루션을 결합한 AI 전용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고, AMD 역시 차세대 ‘헬리오스’ 시스템에서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통합한다. AI 시대에는 연산·메모리·네트워크까지 통합된 구조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업계에서는 “인텔이 NEX를 유지한 것은 시스템 경쟁력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략 선회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꼽힌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강화’ 기조 아래 인텔 지분 약 10%를 인수했고, 소프트뱅크·엔비디아의 투자까지 더해지며 유동성이 확연히 개선됐다. 그동안 실적 부진과 설비투자로 매각 압력을 받아오던 인텔이 단기 재무 개선보다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다시 집중할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부 고객 유입 조짐도 뚜렷하다. 애플은 오는 2027년부터 일부 보급형 M 시리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을 인텔의 18A(1.8나노) 공정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마벨과 미디어텍 역시 인텔의 첨단 패키징(EMIB)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메이드인 USA’ 정책,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맞물리며 인텔 파운드리의 고객 저변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패키징 확대 역시 인텔의 IDM 전략 강화와 궤를 같이한다. 인텔은 말레이시아 패키징 공장 확충과 함께 한국 송도 앰코를 통해 첨단 패키징 생산을 늘리고 있다. 공정 미세화만으로는 성능 개선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칩 간 연결 속도·메모리 대역폭·칩렛 구조(여러 칩을 묶어 하나의 시스템처럼 만드는 방식)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영향이다.
다만 기술적 과제도 남아 있다. 인텔의 18A 공정은 최첨단 라인업으로 평가받지만, 수율 안정화는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인텔이 종합 반도체 기업 모델로 복귀하는 흐름이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NEX 유지 결정, 파운드리 고객사 확대, 패키징 투자 증가, 미국 정부의 전략 산업 지원까지 맞물리며 인텔이 ‘IDM 2.0’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며 “단기 구조조정보다는 장기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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