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급증, 물량 달려 가격 급등
SK, HBM물량 소화 우선… 최대캐파 갖춘 삼성 유리
메모리 반도체 3사, D램 매출 변화/그래픽=임종철 |
HBM(고대역폭메모리) 호황이 범용 D램 가격급등을 가져오며 시장지형을 흔들고 있다. HBM 비중이 낮은 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생산능력과 포트폴리오 유연성이 가장 큰 삼성전자의 글로벌 D램 1위 탈환이 점쳐진다.
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135억달러로 전분기보다 30.4%(31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전체 매출규모에서는 SK하이닉스(137억5000만달러)에 소폭 뒤졌지만 증가금액만 보면 SK하이닉스의 2배에 달한다. 지난 2분기 시장점유율 격차는 6%포인트까지 벌어졌으나 3분기에는 차이가 0.6%포인트로 좁혀졌다.
글로벌 메모리 3사 가운데 3분기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마이크론이었다. 마이크론의 D램 매출은 106억5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53.2% 증가했다. 점유율도 22%에서 25.7%로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눈에 띄는 것은 범용 D램 업체들의 성장이다. DDR(더블데이터레이트)4·DDR5 가격이 급등하면서 HBM 비중이 낮은 기업의 매출 증가가 더 큰 현상이 나타났다. 서버·PC용 범용 D램을 주력으로 하는 대만 난야는 3분기 D램 매출(6억2700만달러)이 전분기보다 84% 늘었다. 난야의 호조는 4분기에도 이어진다. 지난달 매출은 전월 대비 28.6% 증가했고 올해 1~11월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70.9% 늘었다.
AI(인공지능) 산업이 촉발한 HBM 수요 증가가 범용 D램 공급부족도 불러왔다. 한정된 D램 생산물량을 제조사가 HBM에 집중한 상태에서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수요가 크게 늘었다. 메모리기업이 고객사와 거래때 활용되는 고정거래가격(11월 기준)은 지난해와 비교해 DDR4와 DDR5가 7배, 5배 상승했다. 범용 D램 수익률도 40%를 넘어서며 HBM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범용 D램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HBM 시장 선두인 SK하이닉스는 이미 계약된 HBM 공급물량 소화가 우선인 상황이다. 생산능력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주 M15X 팹(공장)은 내년 상반기 HBM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기업용 D램에 집중하기 위해 소비자용 D램 시장 철수까지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HBM3E(5세대) 퀄테스트(품질검증) 지연 등으로 다소 부진을 겪었으나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과 제품 포트폴리오 유연성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모바일·서버용 DDR5, GDDR(그래픽DDR) 등 생산 포트폴리오를 폭넓게 조절할 수 있어 범용 D램 가격 상승구간에서는 삼성전자의 매출 증가 여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상황에 따라 제품별 생산량을 유연하게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HBM에서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HBM 출하량을 전분기 대비 80% 이상 확대했고 업계 최초로 1c(10나노급 6세대) 공정을 HBM4(6세대)에 적용해 안정적인 평가결과를 확보했다. 구글 '제미나이3' 흥행으로 TPU(텐서처리장치)용 HBM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삼성의 내년 HBM 출하량이 올해보다 3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에 33년 만에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내줬다. 삼성전자는 최근 월간 기준 사상 최대 D램 매출을 경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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