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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올드머니 움직였다"...규제 '시계제로', 아파트 어떻게?

머니투데이 김평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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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올드머니 움직였다"...규제 '시계제로', 아파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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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국세청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마용성) 아파트 증여에 대해 증여세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하고 부담부증여 등 채무 이용 편법 증여가 의심되면 철저히 세무조사 한다고 밝힌 4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강남권 아파트 단지 등이 보이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 지역의 아파트 증여 신고 2,077건에 대해 전수 검증에 나선다고 밝혔다. 2025.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국세청이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마용성) 아파트 증여에 대해 증여세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하고 부담부증여 등 채무 이용 편법 증여가 의심되면 철저히 세무조사 한다고 밝힌 4일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강남권 아파트 단지 등이 보이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 지역의 아파트 증여 신고 2,077건에 대해 전수 검증에 나선다고 밝혔다. 2025.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주택 보유 리스크가 커지면서 매도·증여 시기가 앞당겨졌다.

최근 강남권에서 나타나는 아파트 증여 급증과 고령층 매도 확대는 단순한 세금 회피나 일시적 시장 반응이 아니다. '기습'처럼 시장을 덮치는 부동산 정책 규제가 촉발한 구조적 자산 이동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증여가 급증하는 핵심 배경은 '보유의 불확실성'이다. 정치권과 정부에서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양도세 중과 조정 논의가 이어졌지만, 실제 매매 환경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유지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 조정 역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가 주택일수록 매매 과정의 제약이 크다. 집을 팔아 출구를 찾는 전략의 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동시에 보유세와 공시가격을 둘러싼 정책 신호는 시장에 불안을 남겼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기조가 완화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세 부담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인식이 고가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강하다. 특히 강남권 장기 보유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변동에 따라 보유세와 상속·증여세 과표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건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선제 증여'가 하나의 합리적 선택지로 부상했다. 상속세 완화 논의는 지연되는 반면, 자금 출처 조사 강화와 증여세 과세 체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지금이 가장 예측 가능한 시점"이라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녀에게 실거주 목적의 주택을 넘기려는 경우, 시간이 갈수록 이전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증여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도를 택한 고령층은 정책 리스크보다 현금화 필요성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은퇴 이후 생활비, 의료비, 금융자산 운용 등을 고려할 때 고가 주택 한 채를 계속 보유하는 전략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남권 장기 보유 주택 매도가 급증한 것도 가격 고점 인식과 함께,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자산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흐름이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매매는 규제로 막혀 있고, 보유는 세금 리스크가 남아 있으며, 상속은 제도 변화가 불투명한 상태다. 그 결과 강남 자산가들은 두 갈래 선택을 하고 있다. 팔 수 있는 자산은 매도해 현금화하고, 팔기 어려운 자산은 미리 증여하는 이중 전략이다.

평당 2억원을 넘어 3억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강남 아파트를 두고 '계속 들고 갈 자산'이냐, 언제·어떻게 이전할지를 설계해야 할 자산이냐에 대한 선택이 엇갈리고 있다. 부모 세대의 자산은 증여나 매도를 통해 이동하고, 이를 받아낸 쪽은 30·40대 고소득층이다. 거래와 증여를 통해 동시에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향후 정책 신호가 명확해질수록 이 움직임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세, 상속·증여세, 규제지역 정책 가운데 하나라도 분명한 방향이 제시되면 자산 이전 시점이 한꺼번에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가격보다는 정책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올드머니(고령층의 자산)가 축적 국면에서 이동 국면으로 넘어가는 초입"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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