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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먹으면 목 안 자라”…미신도 힘 보탠 ‘모두의 잔치’ 출산

중앙일보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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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먹으면 목 안 자라”…미신도 힘 보탠 ‘모두의 잔치’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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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걸린 ‘출산 금줄’. 남아엔 고추를, 여아엔 숯을 달아 나쁜 기운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 [뉴시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출산 금줄’. 남아엔 고추를, 여아엔 숯을 달아 나쁜 기운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다. [뉴시스]


“토끼고기를 먹으면 아기 눈이 붉어지거나 언청이가 된다” “자라고기를 먹으면 목이 짧은 아기가 태어난다” “산달에 아궁이 혹은 굴뚝을 수리하지 않는다”

아기를 낳기 전 산모와 가족이 지켜야 할 ‘출산 금기’로 전해져 온 속설이다. 일부는 버젓이 책에도 실렸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이 농업기술과 일상생활에 대해 서술한 책 『산림경제』에는 정력에 좋아 자식을 갖게 하는 계육(닭고기)과 작육(참새고기), 임신 중 먹으면 언청이를 낳는다는 토육(토끼고기) 등이 언급돼 있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미신에 불과하지만 한 생명체를 기다리면서 산모는 물론 가족들이 얼마나 조심하며 처신했는지 엿볼 수 있다.

조선 후기부터 오늘날까지 출산을 둘러싼 풍속과 시대별 변천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에서 내년 5월 10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다.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100개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 아빠가 쓴 육아일기, 아이를 위해 1000명의 글자를 받아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 등 328건의 유물·자료가 소개된다.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인 나라이지만 전시 공간엔 ‘저출생’ ‘인구 위기’ 등의 메시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출산 장려 캠페인이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전시이길 원했다”는 박물관 측 기획의도가 깔렸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kang.hye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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