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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三日不朝 孔子行(삼일부조 공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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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三日不朝 孔子行(삼일부조 공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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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는 모국 노나라의 왕인 정공 14년 즉 53세 때에 사구(司寇·형조판서) 벼슬을 하면서 재상의 업무를 대행한 적이 있다. 3인의 간신 계씨·숙씨·맹씨 등 대부(大夫)의 세력을 무너뜨리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아가고 있었다. 이에 장차 노나라가 강국이 될 것을 두려워한 이웃 제나라에서 수십 명의 미녀와 100여 필의 명마를 보내 교란·유혹했다. 계씨 세력의 중심에 있던 계환자(季桓子)가 그것을 받아 측근들과 나눠 향유하느라 3일 동안이나 조회에 참석하지 않자 아예 조회가 열리지도 않았다. 이런 꼴을 본 공자는 벼슬을 버리고 노나라를 떠났다. 이후 자신의 포부를 이해하고 등용해줄 군주를 찾아 13년 동안이나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이른바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한 것이다. 공자는 이처럼 아닐 성싶으면 과감히 떠남으로써 자신을 지키고 또 군주에게는 무언의 경고를 했다. 그러나 공자의 경고를 알아듣는 군주는 없었다.

朝: 조회(朝會·임금과 관리가 함께 하는 아침 회의)할 조, 行: 떠날 행. (계환자)가 사흘 동안 조회를 않자 공자께서 떠나셨다. 23x72㎝.

朝: 조회(朝會·임금과 관리가 함께 하는 아침 회의)할 조, 行: 떠날 행. (계환자)가 사흘 동안 조회를 않자 공자께서 떠나셨다. 23x72㎝.


윤석열 정권 시절 대통령이 전날의 과음으로 늦게 출근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오래다. 말리고, 말려도 안 들으면 폭로하고 자리를 뜬 사람이 한 사람만 있었어도 나라가 계엄으로 요동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란재판이 너무 더디다. 손으로 해를 가릴 셈인가!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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