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10년 만기 일본국채(JGB) 금리는 11월에 상승한 뒤, 2025년 추가경정예산 발표 이후 약 1.8%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예산 규모가 크지만, 인플레이션 덕분에 세수가 늘면서 기초재정수지(정부의 이자지급 전 재정수지)는 GDP 대비 2~3% 적자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금융시장의 관심은 2026년 본예산으로 옮겨갔다. 정부는 이미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시사하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 의지를 드러냈다. 기초재정수지 균형을 맞추려는 기존의 경직된 목표 대신, 정부가 장기적으로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을 낮추는 방향을 설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정부가 단기적인 재정 악화에도 ‘전략적 지출이 향후 명목 GDP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논리를 통해 정당화할 이론적 여지를 만든다.
하지만 이런 재정 목표는 일본국채 시장을 크게 흔들 수 있다. 애초에 국가부채비율을 낮추는 일이 쉽지 않은 데다, 정부의 재정 지출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심각한 노동력 부족으로 경제가 더 빨리 성장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략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도 성과가 불확실하고, 국방비의 상당 부분은 미국산 장비를 들여오는 데 쓰일 전망이다. 취약계층 지원은 경기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소비를 눈에 띄게 늘리기에는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가부채비율을 줄이기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우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10년물 금리가 1.8% 수준에 머문다는 다소 낙관적 가정에서도, 일본 정부는 부채비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GDP 대비 0.5% 규모의 기초재정적자를 유지해야 한다. 금리가 3%로 오르면 상황은 훨씬 어려워져서 GDP 대비 2.5%의 기초재정흑자가 필요해진다.
전문가들의 현재 전망으로는 2026년 10년물 금리가 2%대 초반을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재정적자가 GDP 대비 2~3% 수준에서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가까우며, 현실이 이보다 나빠질 위험도 크다.
2026년은 일본이 기존의 재정정책만으로 안개 속 항해를 계속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것이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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