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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의 전환점①] KBS가 지켜온 이야기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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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의 전환점①] KBS가 지켜온 이야기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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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은 KBS의 미래다"
1984년 '드라마게임'으로 시작된 41년간의 역사


KBS가 1984년부터 1997년까지 선보인 단막극 프로젝트 '드라마게임'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튜브 영상 캡처

KBS가 1984년부터 1997년까지 선보인 단막극 프로젝트 '드라마게임'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튜브 영상 캡처


41년간 단막극의 정통을 이어온 KBS가 달라진 드라마 환경 속에서 새로운 단막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단막극은 그동안 수많은 스타 작가와 창작자를 배출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존재감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BS는 이전과 달라진 단막극 프로젝트 '러브 : 트랙'을 선보인다. 이에 <더팩트>는 KBS가 41년간 이어올 수 있던 단막극의 매력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도가 단막극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KBS 단막극의 뿌리는 1984년 공개된 '드라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년 4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1997년 3월까지 총 655회가 전파를 탔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포맷이었다.

지상파 드라마 시장에서 단막극은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시험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장르적 제한이 거의 없었고 일상의 미세한 감정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폭넓은 주제를 담아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한 개의 이야기 안에서 기승전결을 완결해야 하는 압축 서사 덕분에 대사 연출 편집의 밀도가 자연스레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드라마게임'은 신인 배우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이순재 신구 김영애 김영철 이영애 김상중 손현주 김정난 전혜진 엄정화 배용준 등 지금의 한국 드라마계를 이끄는 베테랑 다수가 '드라마게임'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인기도 높았다. 1990년대 초반까지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는 등 화제성을 입증했다. 다만 중반 이후 시청률 하락을 겪으면서 1997년 3월 이후 '드라마스페셜' '테마드라마' '금요극자' '일요베스트' '드라마시티'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MBC '베스트 극장' SBS '오픈드라마 남과 여' 등 유사 포맷이 잇따라 등장하며 경쟁도 치열해졌고 편성 환경 변화로 종영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던 2010년 '드라마 스페셜'로 재정비한 뒤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KBS뿐만 아니라 tvN에서도 다양한 단막극을 선보이며 신예 작가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다. /CJ ENM

KBS뿐만 아니라 tvN에서도 다양한 단막극을 선보이며 신예 작가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다. /CJ ENM


KBS뿐만 아니라 단막극 생태계를 지켜 온 다른 곳도 있다. CJ ENM은 2017년 오펜(O'PEN) 공모전으로 발굴한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tvN 단막극 연작 프로젝트 '드라마 스테이지'를 선보였다.


올해 여덟 번째 시즌을 맞은 프로젝트 'O'PENING(오프닝)'은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실험하며 신인 창작자의 든든한 등용문이 돼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 배출된 작품들이 국내외 시상식에서 성과를 내며 단막극이 단지 '짧은 드라마'가 아니라 미래 인재 발굴과 서사 실험을 위한 핵심 플랫폼임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정규 편성 형태로 단막극을 꾸준히 이어 온 방송사는 사실상 KBS가 유일하다. 공영방송의 책무 아래 41년간 단막극 생태계를 끊기지 않게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BS 단막극 제작진은 <더팩트>에 "단막은 KBS의 미래다. 이번에는 드라마 시장에 맞춰 변화하는 KBS 단막을 새롭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스타 작가 상당수도 단막극에서 시작했다. 최고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신드롬을 일으킨 'SKY 캐슬(스카이 캐슬)'의 유현미 작가는 1992년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 신인상 '수레바퀴'로 데뷔했고 2001년 KBS 극본 공모 최우수상 '오후 3시의 사랑'을 비롯해 20여 편의 단막극을 작성하며 기본기를 쌓아왔다.


유현미 작가 역시 "20여 편의 단막극을 썼던 경험이야말로 작가로서 나를 단련했던 귀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창의적인 무대가 자주 펼쳐지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녹두꽃'(왼쪽)'의 정현민 작가와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가 단막극을 통해 데뷔했다. /SBS, KBS2

'녹두꽃'(왼쪽)'의 정현민 작가와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가 단막극을 통해 데뷔했다. /SBS, KBS2


이 밖에도 '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 '녹두꽃' 정현민, '비밀' 유보라 등 기성 작가들이 KBS 단막극을 통해 데뷔했다. 단막극은 캐릭터 설계, 서사 구조, 톤 조절을 압축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장인만큼 창작자에게는 필모그래피의 토대를, 방송사에는 재능 탐색의 창구를 제공해 왔다.

제작 측면의 장점도 뚜렷하다. 장편보다 제작비와 촬영 일정이 상대적으로 짧아 기존 시스템에서 도전하기 어려운 이야기 구조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사랑 우정 성장 같은 보편 정서는 물론 장편에서 다루기 힘든 주제도 과감하게 풀어낼 수 있다. 이 같은 유연성은 신인 창작자에게 기회가 되고 산업 전반의 장르 다양성을 지키는 축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드라마 시장이 OTT 중심으로 재편되며 장편, 시즌제 위주로 굳어졌다. 회차별 화제성과 빠른 소비가 중시되면서 단막극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늘의 콘텐츠 환경은 '짧고 강렬한 이야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단막극의 본질적 장점과 다시 맞닿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S 단막극 제작진은 "단막극을 통해 K드라마를 이끌 새로운 감독 작가 스타를 발견하고 싶다"며 "30분짜리로 시청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접근하려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계속>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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