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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진국 맞아요?”…신생아 B형간염 백신권고 폐기추진, 한국은

매일경제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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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진국 맞아요?”…신생아 B형간염 백신권고 폐기추진,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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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예방접종자문위 34년만에 개정 움직임
“산모가 보균자일 때만 접종 권고하기로”
한국은 모든 신생아에 3차례 예방접종
질병관리청 “폐기 검토안해, 실익 없어”


서울 중랑구의 한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어린이가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서울 중랑구의 한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한 어린이가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미국이 신생아 B형 간염 백신 예방접종 권고를 34년 만에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지난 5일(현지시간) 34년간 유지된 신생아 B형 간염 예방접종 권고를 폐기하고,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있는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게만 접종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B형 간염 백신은 신생아의 감염을 최대한 빨리 차단하기 위해 생후 24시간 안에 접종한다. 산모가 B형 간염일 경우, 신생아는 90% 이상 확률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 개정 권고안에서 산모가 바이러스 음성인 경우 생후 2개월이 지날 때까지는 첫 접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이 권고안을 통과시킨다면 정부가 지원하던 백신 접종 비용이 급등하고 접종률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국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현재 한국은 백신 접종 폐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한국의 B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률은 2~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에 8%를 웃돌았던 수준에서 많이 낮아진 수치다. 현재 한국에서 신생아는 출생 직후, 생후 1개월, 생후 6개월 총 3번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B형 간염 백신 접종률은 97% 내외로 거의 모든 신생아가 맞는 수준이다. 법적으로 의무는 아니지만, 정부가 접종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거의 예외 없이 백신을 접종한다.

산모가 B형 간염이 아닌 신생아에게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자라면서 B형 간염에 노출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B형 간염에 걸리는 나이가 어릴수록 성인이 되어서 간이 손상되고 간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B형 간염 백신의 보호 효과는 최소 30년 이상이다.

강동윤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국의 권고 개정은 공중보건학적 관점에서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미국의 B형 간염 유병률이 지금처럼 낮기는 어려울 것이고, 한국은 권고를 바꿀 이유와 실익이 전혀 없다”고 했다.

현재 미국의 B형 간염 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1% 미만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권고를 폐지할 수 있어도, 한국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국처럼 보유자가 적을 경우에 근거가 갖춰진다면 신생아 전원 접종을 안 할 수는 있다”면서도 “우리나라가 미국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최소 1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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