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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부르고선 지켜본 20대男 …“잘할게요” 마지막 목소리 [금주의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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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부르고선 지켜본 20대男 …“잘할게요” 마지막 목소리 [금주의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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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곳곳 기습 폭설이 내렸던 12월 첫째 주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벌어졌다. 경남 창원시 한 모텔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는가 하면 대전에선 대리운전기사를 차에 매단 채 운전하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충남 천안에선 평소 층간소음 갈등을 빚던 윗집 이웃을 무참히 살해한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 창원 모텔서 중학생 남녀 사망…“20대男, 남친 있다는 말에 격분”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오른쪽은 가해자인 20대 남성이 사건 당일 피해 여중생 무리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가는 모습. 창원=뉴스1·JTBC 보도화면 캡처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한 모텔에서 흉기 사건이 발생,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오른쪽은 가해자인 20대 남성이 사건 당일 피해 여중생 무리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가는 모습. 창원=뉴스1·JTBC 보도화면 캡처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일 창원시 한 모텔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으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사건은 20대 피의자가 10대 여중생에게 호감을 느끼다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남성 A씨와 중학생 B, C양은 약 2주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으로 처음 알게 됐다. 그 당시 한차례 3명이 만난 뒤 B양에게 호감을 느낀 A씨는 여러 차례 B양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연락했다. 하지만 B양과 연락이 잘 안되던 중 지난 3일 A씨는 C양에게서 B양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이후 A씨는 그날 오후 2시43분쯤 사건이 벌어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한 모텔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다. 곧장 범행 장소인 모텔로 이동한 뒤 A씨는 “할 이야기가 있다”며 B양을 불렀다. 공개된 현장 폐쇄회로(CC)TV엔 모텔 건너편 건물 계단에 숨어 있던 A씨가 피해자 무리를 지켜보는 모습, 어른이나 남학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 등이 담겼다.

B·C양은 오후 4시24분쯤 모텔 입구에서 A씨를 만나 함께 객실로 올라갔다. B양이 C양과 함께 오자 A씨는 C양에게 잠시 밖으로 나가달라고 해 C양은 문밖으로 나왔다. 이후 객실에서 큰 소리가 들리자 불안을 느낀 C양은 D·E군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이후 문을 열어준 뒤 C양 등을 안으로 들였고 시비가 붙자 범행을 저질렀다.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텔 건물 앞에 A씨가 추락한 상태였으며 모텔 화장실 내부에서 B양과 D·E군이 흉기에 찔린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 4명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A씨와 B양, D군이 숨지고 E군은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A씨는 과거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감옥에서 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반년 정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른바 ‘조건 만남’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 만취 차 매달려 끌려가다 숨진 60대 대리기사…30대 구속송치

지난달 14일 오전 1시15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인근 도로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차량에 매달려 있는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지난달 14일 오전 1시15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인근 도로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차량에 매달려 있는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대전유성찰서에 따르면 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운전자 폭행) 등의 혐의로 30대 남성 F씨를 최근 구속 송치했다. F씨는 지난달 14일 오전 1시15분쯤 대전 유성구 관평동 인근 도로에서 자신을 태우고 운전하던 60대 대리기사를 운전석 밖으로 밀쳐낸 뒤 문이 열린 채로 1.5㎞가량 운전하다가 도로 보호난간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당시 대리기사는 안전벨트에 얽혀 맨 채 상체가 도로에 노출된 상태였는데,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공개된 차량 블랙박스에는 대리기사가 F씨에게 폭행을 당하며 “잘할게요 잘할게요”라고 말하는 마지막 소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F씨는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 대리운전노조는 지난 2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기사는 매일 밤 고객의 폭언과 폭행, 심하면 살해 위험 속에 일해 왔다”며 “위험한 작업을 강요하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고 대리기사에게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법을 차별 없이 적용하고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층간소음 때문에…싱크대 공사하던 윗집 이웃 살해 40대 구속

지난 4일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다투던 이웃 주민을 살해한 사건 현장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천안=뉴스1

지난 4일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다투던 이웃 주민을 살해한 사건 현장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천안=뉴스1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지난 6일 40대 남성 G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G씨는 지난 4일 오후 2시32분쯤 거주지인 충남 천안 서북구 한 아파트 윗집을 찾아가 70대 이웃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살인·특수재물손괴)를 받는다.

당시 흉기에 찔린 피해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몸을 피했고, 관리사무소 문은 안에서 잠겼다. 그러자 G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몰아 이곳으로 돌진해 문을 부순 뒤 피해자에게 다가가 재차 흉기를 휘둘렀다. G씨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 체포됐고,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 판정을 받았다.

G씨는 사건 당일 싱크대 냉난방 분배기 공사를 하던 피해자 집을 찾아가 시끄럽다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112신고가 최근 두 차례 접수됐을 만큼 이들은 평소에도 크고 작은 층간소음 갈등을 겪어왔다. 관리사무소도 층간소음 민원이 계속 제기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층간소음 위원회까지 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아파트인 해당 아파트 맨 꼭대기 층 세대에 자리가 나면 G씨의 거주지를 옮겨주기로 협의까지 마쳤으나 결국 살인 사건으로 이어졌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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