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으로까지 번진 증일 갈등
센카쿠분쟁 이후 13년래 재연
日 ‘中레이더 조사’ 처음 확인
中, 日에 “즉각 비방 중단하라”
日여행 자제령에 中항공사들
일본행 무료취소 3개월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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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中레이더 조사’ 처음 확인
中, 日에 “즉각 비방 중단하라”
日여행 자제령에 中항공사들
일본행 무료취소 3개월 연장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중·일 갈등이 외교·경제를 넘어 군사 분야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EPA = 연합뉴스] |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서 촉발한 중·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중국 정부의 잇따른 발언 철회 요구에 다카이치 총리가 꿈쩍도 하지 않자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중단 등 외교·경제 분야에 이어 군사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7일 새벽 2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군 전투기가 공해 상공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했다고 밝혔다. 이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중국 측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방위성이 중국군 항공기가 자위대에 레이더를 조사했다는 사실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위성에 따르면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에서 발진한 중국군 J-15 전투기는 전날 오후 4시 32분부터 3분간 오키나와섬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영공 침범 대응 임무를 수행하던 항공 자위대 F-15 전투기에 레이더를 반복적으로 조사했다. 오후 6시 37분부터 오후 7시 8분 사이에도 J-15 전투기는 다른 F-15 전투기에 간헐적으로 레이더를 조사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7일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측이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교도 = 연합뉴스] |
이와 관련해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 과정에서 인명·기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항공기 안전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위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 측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방위성 측은 간헐적으로 조사한 점에 비춰 화기 관제용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군이 자위대를 향해 레이더를 조준한 것은 12년여 만이다.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중국과 분쟁을 벌이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다고 선언하자 중국 해군 함정은 2013년 1월 동중국해 공해에서 해상 자위대 호위함 ‘유다치’를 향해 화기 관제용 레이더를 조사했다. 또 같은 해 해상 자위대 헬리콥터가 중국 해군 함정에서 레이더 조사를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실제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일본 기업에 대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 절차가 평소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일 관계가 악화한 영향 때문일 수 있다”며 “일본 정부는 중국 측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9월 상하이서 발생한 중국인들의 반일시위 [사진 = 연합뉴스] |
희토류 수출통제는 2010년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한 사건이 발생한 뒤 중국이 처음 꺼내든 보복 카드다. 당시 중국 희토류 의존도가 90%에 이르던 일본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후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의존도를 50%대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비중이 상당해 일본 내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중국 주요 항공사들도 일본행 항공편 무료 취소·변경 조치 지원 기간을 기존 이달 31일에서 3개월간 연장했다.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중국동방항공·중국남방항공 등은 지난 5일 공지를 내고 내년 3월 28일 이전에 출발하는 일본 관련 항공편 무료 취소·변경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일본 여행 자제령이 장기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내년 2월 춘제(중국 설) 연휴기간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여행 수요 상당수가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항공사들은 이달 운항할 예정이던 일본행 노선 5548편 중 16%인 904편의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중국 내 반일 감정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 여파로 일본 영화 개봉은 무기한 연기되고 일본 문화공연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일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쓰쓰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양국 교류를 위해 베이징을 방문하려던 계획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갈등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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