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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전력' 조진웅 은퇴에…"생매장 시도 맞서야" vs "피해자는?"

머니투데이 박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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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전력' 조진웅 은퇴에…"생매장 시도 맞서야" vs "피해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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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 씨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홍범도 장군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가제)' 제작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5/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배우 조진웅 씨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홍범도 장군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가제)' 제작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5/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배우 조진웅이 과거 소년범 전력이 드러난 후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그의 과거 이력을 들춰낸 언론보도의 적절성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소년법의 목적은 처벌보다 교화에 있다는 점에서 과거 소년보호처분 이력을 비난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며 일각에서 옹호론이 나오는 반면, 피해자 중심주의가 빠져있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명예교수는 조진웅의 은퇴 선언 소식이 알려진 이후 7일 자정쯤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조진웅의 경우 청소년 시절에 잘못을 했고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았다"며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의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 소년(조진웅)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다. 지금도 어둠 속에 헤매는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고 모델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명예교수는 언론을 문제삼았다. 그는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적 동기든 정치적 동기든 선정적 동기든, 수십년 전의 과거사를 끄집어내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시키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그런 시도에는 생매장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며 조진웅의 은퇴 의사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날 SNS에 장문의 반박글을 올렸다. 박 교수는 조진웅의 과거사에 대한 보도를 '생매장'이라고 표현한 한 교수의 문장과 문구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디스패치는 조진웅의 과거의 잘못을 물어 다시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주변 사물과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실을 밝혀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조진웅이 이미 법적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비난해선 안 된다는 한 교수의 주장에도 "전두환과 노태우가 법에 따른 처벌(무기징역 후 사면)을 받았다고 해서 국민들은 그들의 내란 및 학살이라는 과거를 근거로 그들을 비판할 수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교수는 "디스패치가 새롭게 밝힌 정보를 바탕으로 모두가 이제 성숙한 판단을 하면 될 일이고 방송국도 영화제작사도 국민의 이와 같은 판단에 따라 책임있는 결정을 내리면 된다"며 "국민이 성숙하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이 관심을 가질 정보를 사실대로 보도하는 행위를 막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인기를 끌고자 한다면 거기에 맞는 노력을 해야한다"며 "타인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된 사실을 밝히고 서로 공유한다고 해서 이를 '사적 제재'나 '생매장'이라고 한다면 우리 스스로를 바보로 만들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쟁에서 '피해 중심주의'가 빠져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는 이날 SNS에 "조진웅의 죄목은 강간+윤간. 그저 도둑질이나 사기가 아니다"라며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았을 '피해자'가 존재하는 범죄라는 인식이 각종 옹호논리에서 빠져 있다. 설사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썼다.

이어 "'피해자가 용서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던 (나 자신은 오히려 그런 생각에 회의적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어디로 갔나"라며 "성폭행이 다른 범죄와 다른 건 다른 인간을 힘으로 제압해야 가능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쉽게 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면 소년이기보다 성인에 가깝고, 성폭행은 구조적으로 성인범죄"라고 밝혔다.

박 명예교수는 "배우란 사람들의 환상을 만족시키는 직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옹호자들이 그를 옹호해봐야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에게 더이상 환상을 품을 수 없게 됐다. 그러니 그만두는 건 현명한 결정"이라고 했다.


과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도 같은 날 SNS에 "모배우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에 있어서 빠진 것이 있다.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또 "배우활동을 접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 같은데 그 입장발표에 앞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재차 밝혀줬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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