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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패턴’ 금지에도…‘복잡한 탈퇴 절차’ 왜 제재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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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패턴’ 금지에도…‘복잡한 탈퇴 절차’ 왜 제재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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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2026년 말까지 코레일·SR 기관 통합 노력"
한번에 회원 가입되는 쿠팡, 탈퇴까지 설문조사 등 미로같이 복잡
정부 조사 착수했지만 기준 모호…공정위도 제재 대신 시정 유도
전문가 “새로운 법 위반 유형…가이드라인 보다 촘촘하게 정비”
한산한 물류센터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부 지시에 따라 수정 공지와 피싱을 포함한 2차 피해 방지 등을 공지한 7일 서울 중구의 한 쿠팡 물류센터가 한산하다. 문재원 기자

한산한 물류센터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부 지시에 따라 수정 공지와 피싱을 포함한 2차 피해 방지 등을 공지한 7일 서울 중구의 한 쿠팡 물류센터가 한산하다. 문재원 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원 탈퇴 과정이 복잡하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탈퇴 절차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법 위반이지만 기준이 모호한 탓에 제재로까지 이어지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의 ‘꼼수’를 막기 위해 다크패턴(눈속임)을 식별하는 가이드라인을 더욱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온라인상에서 회원들의 탈퇴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쿠팡 일일 이용자 수는 전날 대비 18만명 이상 줄었다. 상당수 소비자는 “가입은 쉬우면서 탈퇴는 어렵게 해놨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60대 이상 쿠팡 이용자는 209만명에 달한다.

쿠팡을 탈퇴하려면 6단계 화면(절차)을 거쳐야 한다. 특히 주관식 설문조사에 응해야 하고, 모바일에서는 ‘PC 버전으로 이동’과 같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탈퇴 과정에서 ‘탈퇴하면 쿠폰이 사라진다’와 같은 경고성 문구도 나온다. 이용자에게 탈퇴를 재고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규제 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6개 유형의 다크패턴을 금지했는데 탈퇴 과정을 가입 과정보다 현저히 어렵게 만드는 것(취소 방해)도 금지 유형에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다크패턴 의심사례 점검 결과에서도 취소 방해 유형이 15건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문제는 ‘현저히 어렵다’의 기준을 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탈퇴까지 걸리는 단계의 수가 많다는 것을 근거로 탈퇴를 현저히 어렵게 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기업으로서는 보안·혜택 소멸 등을 충분히 알리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지 버튼을 눈에 덜 띄게 하는 것도 사람마다 체감 수준이 다를 수 있어 일률적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앞서 음원업체 멜론은 모바일 앱에서 ‘일반해지’가 아닌 ‘중도해지’를 공지하지 않아 지난해 1월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2022년에는 KT·LG유플러스 등이 가입은 온라인으로 쉽게 할 수 있게 하면서 해지는 전화로만 가능하게 해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이들 사례는 중도해지 고지 부족 혹은 특정 방식의 해지 강제여서 쿠팡 건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설령 공정위가 제재 절차를 밟는다 해도 조사를 시작해 제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이 제재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할 경우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도 앞서 다크패턴 사례를 적발한 뒤 제재 대신 기업들의 자진시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정부는 이번에도 자진시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쿠팡 측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직 다크패턴은 새로운 법 위반 유형이라 법 적용에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된 사례를 주기적으로 가이드라인에 업데이트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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