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2기 국가안보전략 공개
“美, 세계 떠받치던 시대는 끝”
한반도 관련 이슈 언급 없어
대통령실 “하위문서서 다룰 것”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 촉구
한국엔 ‘양날의 검’으로 작용
전작권 전환 탄력 가능성 속
中견제 역할 요구 직면할 수도
“美, 세계 떠받치던 시대는 끝”
한반도 관련 이슈 언급 없어
대통령실 “하위문서서 다룰 것”
동맹국에 국방비 증액 촉구
한국엔 ‘양날의 검’으로 작용
전작권 전환 탄력 가능성 속
中견제 역할 요구 직면할 수도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전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
동맹국의 역할과 국방지출 확대를 촉구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강조하는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다. 서반구(西半球·남북 아메리카) 지배력을 주장하는 ‘신(新)먼로주의’를 공식화하면서도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관련 이슈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가 빨라질 가능성과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관계 개선 동력 약화, 주한미군 규모·성격의 변화 등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반도 문제, 우선순위서 밀렸나
동맹국의 역할과 국방지출 확대를 촉구하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강조하는 국가안보전략(NSS)을 공개했다. 서반구(西半球·남북 아메리카) 지배력을 주장하는 ‘신(新)먼로주의’를 공식화하면서도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관련 이슈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가 빨라질 가능성과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관계 개선 동력 약화, 주한미군 규모·성격의 변화 등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
◆한반도 문제, 우선순위서 밀렸나
이번에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NSS에선 북한 관련 용어가 등장하지 않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NSS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장 한반도 문제가 미국 정부의 관심에서 후순위로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대중 견제와 현상 유지에 대한 위험이 있는 대만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현상 유지 가능성이 높은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꾸준히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간접적으로 반영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7일 “NSS 보고서 작성의 기본 방침이 2022년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중심으로 기본 방침을 기술해 구체적인 지역 분쟁이나 주요 현안을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하위 문서에서 다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관심이 없다거나, 미·북 대화 재개에 관심이 없다고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방 부담을 늘리려는 추세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한국, 독일, 폴란드 등 국방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힌 국가들을 치켜세우며 “우리로부터 특혜(special favor)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맹의 부담 공유는 미국 국가 방위의 핵심 요소다. 우리는 더 이상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 같은 요구는 한국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위협 대응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중국 견제에 한국이 더 큰 역할을 맡으라는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NSS는 “제1 도련선(島線·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 어디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를 단독으로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동맹은 국방지출을 늘리고 집단 방어를 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도련선 안에는 한국이 포함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방어를 위한 한국의 역할 강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를 승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힌 직후 미국 내에선 한국 핵잠을 대중국 견제에 이용할 수 있다는 발언이 잇따라 제기된 바 있다. 북한 재래식 위협 대응을 한국군이 주도하면, 주한미군은 기존 구조를 고정밀·고위력 첨단무기 중심으로 재편, 대중국 견제로 임무 수행의 초점을 옮길 가능성도 있다.
◆노골화된 돈로주의·경제 우선주의
트럼프 행정부의 NSS는 미국 건국 당시 외교정책이었던 고립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신먼로주의’ 노선을 공식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따 ‘돈로주의’라고도 불리는 신먼로주의는 1800년대 유럽 갈등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고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국익에 집중하는 고립주의를 표방했던 먼로주의의 확장·개정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동맹과 다자 국제기구를 기반으로 유지해온 세계질서를 재편해 미국우선주의 관점으로 재정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이 드러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높이면서 파나마운하에서의 영향력 확대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이러한 와중에 발표된 NSS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중국에 대한 언급은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NSS는 중국에 대해 “상호성과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미국의 경제적 독립성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재조정할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역은 균형을 이뤄야 하며 비민감 요소에 집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기에는 “미국의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이라며 경쟁자로 규정한 것과 온도차가 있다.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미국 중심의 국제 관계에 중국을 끼워놓으려고 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박수찬·장민주·윤선영·이강진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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