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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조진웅 은퇴 파문…“해결책 아냐” vs “피해자는 평생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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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조진웅 은퇴 파문…“해결책 아냐” vs “피해자는 평생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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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이 지난해 10월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2024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 오티티(OTT) 어워즈 포토월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조진웅이 지난해 10월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2024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 오티티(OTT) 어워즈 포토월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이 고등학생 시절 저지른 범죄가 뒤늦게 알려지며 은퇴를 선언하자 소년법의 취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7일 페이스북에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면서도, 교육과 개선의 가능성을 높여서 범죄의 길로 가지 않도록 한다. 이게 소년사법의 특징이다. 소년원이라 하지 않고, 학교란 이름을 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며 “그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간 노력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소년보호처분은 범죄나 비행을 저지른 만 10~19살 소년에게 형벌 대신 ‘보호·교화·교육’을 목적으로 내리는 조처다. 소년범의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관련 기록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한 교수는 “누군가 어떤 공격을 위해, 개인적 동기든 정치적 동기든 선정적 동기든, 수십 년 전의 과거사를 끄집어내 현재의 성가를 생매장시키려 든다면, 사회적으로 준엄한 비난을 받아야 할 대상은 그 연예인이 아니라 그 언론”이라며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다. 그런 시도에는 생매장당하지 않고 맞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청소년 쉼터를 만들었던 대한성공회 송경용 신부도 조진웅을 향해 “돌아오라!”고 했다. 송 신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소년원을 다녀온 아이들이 “대부분 폭풍 같은 시절을 지나 (지금은) 잘살고 있다”며 “그 시절을 들춰내 오늘의 시점에서 판단하면 그 아이들(이제는 다 어른)은 크게 숨을 쉬어도 안 되고, 살아있어도 안 된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어린 시절 잘못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반성하면서 살아간다면 오히려 응원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반면 누리꾼들 사이에선 “미성년자 시절이라고 해서 중범죄를 가벼이 봐선 안 된다”, “공인인 가해자가 오랜 시간 정의로운 캐릭터로 주목받고 인정받는 걸 보며 피해자들은 어땠겠냐”는 반론이 나온다. 특히 “청소년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 대학 입시에 제한을 가하는 것도 그럼 잘못이라 할 거냐”는 취지의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 반박도 뒤따르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교수가 조진웅에 대한 언론 보도를 두고 “생매장”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은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사법 처리를 이미 받은 사안은 반드시 평가 대상에서 삭제해야 하는가?”라며 한 교수의 시각은 “국민을 우매하다고 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들이 가진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앞세우는 의견도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가해자가 소년이든 성인이든 ‘피해자 중심주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조진웅의 은퇴 발표와 관련해 “입장 발표에 앞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재차 밝혀주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며 “형사 책임을 졌으니 아무 문제 없다는 취지의 특정 진영 사람들의 글을 보며 과연 그들이 상대 진영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해왔는지,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조진웅이 범죄를 딛고 출세했으니 ‘청소년에게도 지극히 좋은 길잡이이고 모델일 수 있다’며 감쌌다”며 “다들 제정신인가? 좌파 범죄 카르텔 인증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반박했다.



주 의원은 “보도에 따르면 범죄자 셋이 차를 훔쳐 피해 여성 6명을 유인해 번갈아 성폭행하고 돈을 빼앗았다. 피해 여성 대부분이 10대 미성년이었다. 조진웅 소속사가 낸 대리 입장문에는 성폭력에 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내용 설명은 회피했다”며 “피해자들은 평생을 고통에 헤맨다”며 “이것이 감쌀 일인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진웅은 6일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입장문을 내어 “저는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 배우의 길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5일 ‘디스패치’는 조진웅이 고등학생 시절 차량 절도 및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 생활을 했고 성인이 된 뒤 폭행과 음주운전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미흡한 판단으로 심려를 끼친 순간들이 있었던 점 역시 배우 본인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학생 시절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성폭행 관련한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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