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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고배당 준다는 현대엘리베이터…“이게 웬열” 이유 살펴보니 [K주식, 이걸 사? 말아?]

매일경제 홍순빈 기자(hong.soonb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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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고배당 준다는 현대엘리베이터…“이게 웬열” 이유 살펴보니 [K주식, 이걸 사?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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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아산타워

현대엘리베이터, 아산타워


최대 17% 배당 전망

파격 배당에 나선 국내 상장사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바로 국내 1위 엘리베이터 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인데요.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초특급 배당 계획이 담긴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발표하면서 주가도 들썩였습니다. 엘리베이터 산업이 고성장 산업이라고 보기 힘든데도 폭탄배당에 나섰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현대엘리베이터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현대엘리베이터 폭탄배당의 진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당 1.2만~1.4만원 파격 배당 지급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2025년 결산배당 및 2026년 분기배당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본준비금 3072억원을 전액 감액한 뒤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고 이를 전부 2025년 결산 배당 재원에 포함시킨다고 밝혔습니다. 감액배당에 나선 것인데요. 감액배당은 회사가 그동안 쌓아둔 자본준비금을 줄여서 이익잉여금으로 옮겨 주주들에게 배당의 형태로 돈을 돌려주는 걸 말합니다. 감액배당은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아닌 주주가 납입한 자본금의 일부를 돌려주는 자본 환급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주주 및 대주주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감액배당을 하면 일반적인 배당에 부과되는 배당소득세 15.4%가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세 부담을 덜 수 있고, 대주주 입장에서도 감액배당의 재원은 49.5%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에 대량의 배당금을 거의 원금에 가깝게 수령할 수 있게 되죠.

현대엘리베이터는 3072억원을 감액배당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거기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경상배당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이 1735억원 정도인데, 약 860억원 이상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소리죠. 뿐만 아니라 보유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과 현대무벡스 주식을 처분하고 확보한 700억원 어치의 현금도 배당 재원에 활용될 전망입니다.

모든 배당 재원들을 합치면 최소 주당 1만2000원에서 1만4000원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8만~9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최대 17%의 배당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셈이죠. 거기에 현대엘리베이터는 앞으로 2027년까지 주주환원률을 50% 이상 유지하고, 최저배당금도 주당 500원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 2025년 결산배당 및 2026년 분기배당 계획[사진 출처=DART 갈무리]

현대엘리베이터 2025년 결산배당 및 2026년 분기배당 계획[사진 출처=DART 갈무리]


현대그룹 승계 핵심이 된 현대엘리베이터
그렇다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왜 이렇게 파격적인 배당에 나선 것일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입니다. 하지만 그 안엔 현대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숨겨져 있습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현대홀딩스컴퍼니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하고, 현대엘리베이터가 다른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수직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현대홀딩스컴퍼니가 현대그룹의 최상단 지배회사로, 현정은 회장이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분 61.63%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도 7%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죠. 즉, 현대홀딩스컴퍼니는 현대그룹 승계의 핵심이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현대홀딩스컴퍼니의 또다른 주요 주주가 있는데요. 바로 국내 1세대 사모펀드인 H&Q입니다. 2014년 다국적 승강기업체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 소송에서 2023년 대법원이 쉰들러 손을 들어주면서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과 지연 이자를 배상해야 했습니다. 당시 현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로부터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었는데,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H&Q입니다. H&Q는 2023년 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홀딩스컴퍼니의 교환사채(EB),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에 총 31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백기사의 자금 수혈 덕분에 현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만 H&Q가 투자한 EB, RCPS, CB 등은 어디까지나 채권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800억원 규모의 EB는 이미 매각을 했지만 남은 2300억원 어치의 RCPS, CB를 되사오는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하고 있어 현 회장으로써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 회장의 재원이 될 수 있는 계열사는 현대홀딩스컴퍼니 밑에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이고, 현대엘리베이터는 구조적으로 꾸준히 높은 수준의 배당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올해 주가 상승, 배당 더하면 수익률 100% 육박
이러한 구조적인 고배당 구조를 눈치챈 투자자들은 일찍부터 현대엘리베이터에 모여든 모양새입니다. 올초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4만원대였지만 현재 8만~9만원 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80% 이상 올랐는데, 배당수익률까지 더하면 거의 원금의 100% 정도의 수익을 낸 셈이죠.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엘리베이터 1위 기업으로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을 생산, 판매 및 설치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 기준으로 승강기 제조 판매 매출이 약 60%, 설치 및 유지보수 부문 매출이 20% 정도였습니다. 유지보수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 이상인데, 유지보수 시장이 증가하는 걸 감안하면 이 부문에 대한 성장성을 높게 볼 수 있습니다. 경쟁사인 오티스, 티센크루프 대비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영업이익 규모에서도 큰 차이가 납니다.


다만 내수 의존도가 80%가 넘고 아직 글로벌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건 약점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돼 건설업이 계속 부진하다면 엘리베이터의 신규 수주 감소가 이어질 가능성도 리스크 포인트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추이[사진 출처=네이버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엘리베이터 주가 추이[사진 출처=네이버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고배당 구조 이어질 전망”
하지만 그럼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배당은 계속해서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금배당성향은 2021년 28%였지만 2023년 45%, 지난해엔 108%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금배당성향은 139%로 예측됩니다. 시가배당률로 놓고 봤을 때 2021년 1.94%에서 2024년 10.5%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올해 최대 17% 배당률을 기록한다면 여기서 더 높아지는 것이죠.

국내 증권사인 DS투자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배당이 내년에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현대엘리베이터 사옥을 매각해 확보된 4000억원 중반대의 현금은 내년도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봅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는 서울 한강진역 인근에 있는 반얀트리 호텔과 불룸비스타 호텔 등 비핵심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매각하면 추가 배당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얀트리 호텔의 감정가는 5000억원 이상이라고 하죠. 또다른 부동산 자산인 용산 나진상가의 일부를 유동화한다면 이 또한 배당 재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본업에서의 경쟁력도 확보할 전망인데,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한 13개 선도지구가 추진되면서 내년 엘리베이터 발주 물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권 대형 단지에서의 침투율이 48%를 기록하는 등 브랜드 경쟁력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높은 내수 의존도, 낮은 수익성 등의 리스크 요인들은 투자에 나선다면 여전히 고려해봐야 될 겁니다.

고환율, 정치적 혼란 등으로 국내 증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났고 미국 증시로의 투자 이민자들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K증시 한편에서 묵묵히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폭발적으로 올라가는 종목들도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희망과 꿈이 될 수 있도록 차세대 주도주를 발굴하고 좋은 우량주를 꼼꼼히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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