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가 인수·합병에 최종 합의했다. 사진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사진 | 뉴시스] |
"넷플릭스가 파라마운트를 따돌리고 워너브러더스를 삼켰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의 TV·영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부문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거래되는 지분 가치는 720억 달러(약 106조원), 기업 가치(주식가치와 순부채를 모두 합한 금액)는 827억 달러(약 121조8000억원)에 달한다. 워너브러더스는 매각이 마무리되기 전에 케이블 방송 부문 분할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102년 역사 집어삼킨 넷플릭스
이번 거래는 치열한 입찰전 끝에 마무리됐다. 넷플릭스는 주당 28달러(약 4만1000원)를 제시해 입찰전에서 승리했는데, 경쟁사는 24달러(약 3만5000원)를 베팅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였다.
2022년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으로 탄생한 워너브러더스는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CNN을 비롯한 TNT, 디스커버리 등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왕좌의 게임' 'DC' '해리포터' 등 헐리우드 대표하는 지식재산권(IP)도 이들이 갖고 있다. [※참고: 이 회사의 기원은 1923년 설립된 영화 제작사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다. 이를 기점으로 삼으면 넷플릭스가 '102년 역사'의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한 셈이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지난 8월 미국 대형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유명 제작사 '스카이댄스 미디어'가 합병해 탄생한 종합 미디어 기업이다. TV 채널 CBS와 MTV, 코메디 센트럴 등 다양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과 '트랜스포머' '스타 트렉' 등 세계적으로 흥행한 IP도 이 회사가 소유 중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의 함의는 상당히 크다.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헐리우드의 상징적 존재 중 하나(워너브러더스)는 집어삼키고, 또다른 하나(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뛰어넘은 셈이라서다.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엔 커다른 변화가 밀려올 것으로 보인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워너브러더스와 함께 전 세계 시청자에게 더 많은 사랑받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다음 세기의 스토리텔링을 정의하겠다"며 "이번 기회는 매우 드문 일이고 이를 통해 '전 세계를 즐겁게 하고, 위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사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넷플릭스는 헐리우드에서 가장 명성 높은 스튜디오 중 하나를 손에 넣고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거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왕좌의 게임, 해리포터 등 대표 프랜차이즈의 IP를 사들이는 것은 헐리우드의 권력 균형을 넷플릭스 쪽으로 한층 더 기울이게 할 것"이라면서 "이 합병은 스트리밍 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자료 | WSJ 등 외신,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다만, 모든 절차가 끝난 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선 강도 높은 반독점 심사가 예상된다. HBO 맥스(Max)를 보유한 경쟁 스트리밍 기업을 넷플릭스가 흡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이미 일부 의원들과 법 집행 관계자들이 "HBO 맥스까지 흡수하면 넥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에서 과도한 시장 지배력를 보유할지 모른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인수하는 HBO 맥스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소프라노스' '왕좌의 게임' 등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거래 종료 시점은 2026년 3분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약이 승인되지 않으면 넷플릭스는 58억 달러(약 8조5521억원)의 역위약금을 지불한다. 워너브러더스가 계약을 철회하면 28억 달러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와의 합병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성사된다면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어떤 전환점을 맞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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