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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보 아니어도 된다, 사망 위험 60% 낮추는 '가성비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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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보 아니어도 된다, 사망 위험 60% 낮추는 '가성비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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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의 즐거운 건강



둘레길을 걷거나 한강 변을 달리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진심이다. 박보검·션·이영표 등 유명인들의 러닝·등산·걷기 등이 SNS를 통해 소개되면서 운동이 열풍이다. 급성구획증후군이라는 희소병으로 투병하던 청춘스타 배우 문근영이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걷기를 꾸준히 하면서 건강을 회복했다는 희망적 소식은 사람들을 운동으로 이끌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 10여 년 전 필자가 한 대국민조사에 따르면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53.9%) 주변 사람의 좋은 건강 습관이나 질병 극복 사례를 보고 좋은 영향을 받아 자신감을 얻고 건강을 관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유명인들의 운동 성공담은 감사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달리기와 걷기 운동은 심폐 기능을 향상하고 근골격계를 강화하며,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당뇨병, 고혈압, 만성 폐쇄성 폐 질환, 골다공증 등 만성 질환 예방과 관리에 효과적이다. 스트레스 해소, 우울감 개선, 치매 예방 등 정신 건강에도 좋다.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염증 유발 물질을 줄이고, 염증 억제 물질은 늘리며 면역세포의 노화를 늦춰 건강한 노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면역 조절 인자이다. 치료로 들어가는 의료비용을 크게 줄여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노인 하루 5000보 걸어야 인지력 유지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1년 전 비어만 교수의 호주 그리피스대 연구진이 신체활동이 가장 낮은 40세 이상의 사람이 평소보다 1시간만 더 걸어도 수명이 6.3시간(최대 11년)이 늘어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평균적으로는 5.3년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가장 비활동적인 사람들에서 가장 큰 수명 연장의 효과를 보이는 이유를 신체활동이 조금만 증가하더라도 만성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이 많이 감소하기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많이 걸으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는 속담은 걷기 운동의 강력한 건강 효과를 잘 보여준다. 흔히 ‘하루 1만보’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걷기의 대명사처럼 알려졌지만, 만보계 업체의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 매력적인 목표로 보일 뿐, 과학적인 근거는 미약하다.

최소한 얼마는 걸어야 건강에 도움이 될까? 바나흐 교수가 이끈 폴란드 우츠의과대학 연구팀이 약 22만7000명을 대상으로 한 17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2500보(2337보)로 시작해 500보가 늘어날수록 7%씩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4000보(3867보)에서 시작해 1000보를 추가할수록 15%씩 감소했다. 즉,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 최소한 2500보는 걸어야 건강 투자 가치가 있다.

지난 8월에 호주 시드니대 스타마타키스 교수 연구팀 결과에 따르면, 하루 2344보를 기준으로 1만 보까지 걸음 수가 1000보씩 늘어날 때마다 주요심혈관 질환 위험은 17.1%, 심부전은 22.4%, 심근경색은 9.3%, 뇌졸중은 24.5% 떨어졌다. 또한, 하버드의대 하마야 교수의 노년 여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도 걷지 않는 그룹에 비해 1주일에 1~2일 최소 4000보 이상 걸은 그룹은 사망 위험이 26%, 3일 이상 걸은 그룹은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더 걸을수록 더 좋은 건강 효과가 있었다. 최소한 주 1~2회라도 하루 4000보 이상 걷는 것이 노년 건강에 중요하다. 하버드의대의 찻왈 교수 연구팀은 고령층의 경우 하루 5000보 정도는 걸어야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연구팀은 7500보 이상에서는 효과가 더는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중간중간 빠르게 걷기, 건강에 더 효과

그렇다면 최대 얼마 걸음까지가 가성비가 있을까? 많이 걸을수록 좋겠지만, 시간적으로나 동기 차원에서도 적정 목표가 필요하다. 스페인 그라나다대가 주도해 총 12개의 연구의 11만1309명을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126보까지 51%의 심혈관 위험 감소, 8763보까지 사망률 위험 60% 감소가 관찰되었다. 투자한 시간 대비 최적의 혜택을 원한다면 7000~9000보 사이가 적절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빠른 걸음과 같은 중강도 신체 활동으로 주당 약 150분을 권장한다. 이는 하루 7000~8000보에 해당한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무엇보다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하루 2500보로 시작해 매일 최소 약 4000보 이상을 걷어서 체력을 키우고 걷기의 즐거움을 만끽한 다음, 8000보까지 늘릴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느리게 걷는 것보다는 빠르게 걷으면 심혈관 질환과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은 확실하므로 중간중간 빠르게 걷기도 시도해 보면 더 즐거운 건강의 효과가 커질 것이다. 매일 할 수 없는 경우라면, 주말에 몰아서 하는 주말 운동도 같은 건강상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때는 빠른 걸음으로 총 15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체력과 심장 건강을 확인하고 단계별로 걸음 수와 속도를 늘려나가는 것이 현명한 걷기이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서울의대 교수이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 전문의이다. ‘연명의료결정법’ 법제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삶이 의미를 잃기 전에』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습관이 건강을 만든다』 『명품건강법』 등 다수의 저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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