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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경고... "청년들에게 AI는 기회가 아닌 위기"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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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경고... "청년들에게 AI는 기회가 아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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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알래스카주 야쿠타트 북부서 규모 7.0 강진 발생-- USGS
이 시대의 격차는 '질문과 판단, 소통'에서 온다... 이세돌의 AI 시대 생존 공식



[디지털데일리 이건한기자] "바둑을 배울 때 절대 두지 말라고 배우는 금기의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알파고는 그 자리에 거리낌 없이 돌을 놓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고정관념에 갇힌 건 인간이며 오히려 AI가 더 자연스럽고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세돌 전 프로바둑 기사(현 UNIST 특임교수)가 2016년 바둑 AI 알파고와 조우한 이후 경험한 충격은 단순한 패배감이 아니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인공지능협회 'CAIO 3기 과정' 강연에서 이 교수는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을 주제로 알파고와 승부하며 얻은 통찰, 교육 현장에서 목도한 AI 활용 격차 등에 대한 소견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 이세돌의 AI 활용 공식 "질문하고 판단하고 소통하라"

이날 이 교수는 AI 시대에 인간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창의적 질문, 주도적 판단,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그는 "AI와의 상호작용은 결국 창의적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어 AI가 내놓은 답을 주도적으로 판단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이라며 이 중 특히 질문과 판단이 결여된 채 AI를 도구로만 쓸 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현재 중등교육 현장만 해도 AI를 잘 활용하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 간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AI가 결과물의 차이를 확연하게 벌려놓는다. 이 가운데 AI 흐름에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려운 '불평등 사회' 가속도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알파고 마스터 버전이 인간의 고정관념을 깬 '제3수'를 둔 사례도 언급했다. 해당 수는 프로기사들이 고정관념에 따라 절대 두지 않는 수인데 알고 보니 충분한 효용이 있는 수로 판명됐다. 이 교수는 "우리도 AI를 이용해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 프로바둑 세계에서도 AI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이들이 최상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AI를 이해하지 못하는 하수가 고수를 이기는 일은 더 어려워진 시대"라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특히 청년 세대가 처한 딜레마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과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등장은 새로운 문물을 빠르게 흡수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추월할 기회였지만 AI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자신이 해왔던 일, 쌓아왔던 경험에 접목할 때 폭발적인 시너지를 낸다"며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기성세대에게 AI는 강력한 기회가 된다. 반면 아직 쌓은 것 없이 AI와 경쟁하거나 AI를 다뤄야 하는 젊은 세대는 AI를 이용해 발전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대학에서 진행하는 'AI 활용 보드게임 제작 수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AI를 적극 활용해 게임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주도적인 판단 능력 없이 AI에게 의존하니 오히려 사고가 단순해지고 결과물의 품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 AI 종속 피하려면 '주도적 창작' 경험해야

그렇다면 AI 시대의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할까? 이 교수는 '주도적 창작 경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AI에게 답을 묻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AI를 이용해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을 만들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초등학생에게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한 책을 쓰게 했더니 꽤 그럴싸한 품질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봤다. 동화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도무지 초등학교 3학년이 만들어 낼 수준이 아니었다"며 "숏폼 영상도 직접 제작하게 했더니 아이들이 영상 편집, 음악 삽입 등 복잡한 과정을 AI로 해결하면서,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건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고민하는 기획자의 시각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실제로 경험하게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생각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일도 이제 AI를 활용해 실제로 직접 경험해 보고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 봐야 하는 그런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는 창의적 질문, 주도적 판단, 그에 기반한 소통이라는 이 교수의 화두와도 다시 한번 연결되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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