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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의무는 딱 하나에요"…유기견 입양카페 '훈트' 이야기 [스튜디오486]

중앙일보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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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의무는 딱 하나에요"…유기견 입양카페 '훈트' 이야기 [스튜디오486]

서울흐림 / 3.6 °
"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

“멍멍~ 내 이름은 레만. 4살 된 리트리버에요. 원래 가족과 함께 지냈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거리가 집이 돼 있었어요. 이후 누군가 손에 이끌려 보호소 철창 안에서 지내게 됐어요. 너무 무서워서 엄마, 아빠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해요. 이곳에는 최근에 오게 됐어요. 나는 사람들 발 옆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있는 걸 가장 좋아해요! 동생 루비는 얼마 전 새 가족을 만나서 떠났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언젠가 새 가족의 품으로 갈 수 있겠죠?”

훈트는 유기견 입양을 위한 카페다. 입양 목적이 아니어도 방문 가능하다. 송지훈 훈트 대표가 카페 앞 마당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진영 기자

훈트는 유기견 입양을 위한 카페다. 입양 목적이 아니어도 방문 가능하다. 송지훈 훈트 대표가 카페 앞 마당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반려견.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 보호자와 한집에 살면서 가족처럼 보살핌을 받는다.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민은 591만 가구, 1546만 명.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6.7%에 달한다.

'반려(伴侶)'는 짝이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반려동물'은 단순히 함께 사는 행위를 넘어 생명 전체를 책임지겠다는 평생의 약속을 의미한다. 한때 반려견이었으나 떠돌이개 또는 유기견이라 불리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은 사람에게 버려졌지만, 여전히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던 오후 아이들이 카페 앞 마당에 모여 있다. 장진영 기자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던 오후 아이들이 카페 앞 마당에 모여 있다. 장진영 기자


훈트의 아이들은 산책 외에도 펜스가 안전하게 설치된 뒷동산에서 오프리쉬(목줄없는 이동)로 맘껏 뛰어놀곤 한다. 장진영 기자

훈트의 아이들은 산책 외에도 펜스가 안전하게 설치된 뒷동산에서 오프리쉬(목줄없는 이동)로 맘껏 뛰어놀곤 한다. 장진영 기자


송지훈 대표(29)가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훈트'는 유기견의 입양을 도와주는 곳이다.

송 대표는 이곳의 모든 유기견들과 함께 '기다림이 설렘이 되게'라며 책임감과 이해가 있는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송 대표는 이곳의 모든 유기견들과 함께 '기다림이 설렘이 되게'라며 책임감과 이해가 있는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유년시절부터 개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송 대표는 5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설 유기견보호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시보호소와 달리 안락사를 시키지 않아서 선택했지만 이것도 유기견을 위한 최선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개들도 나이가 들면 입양이 어려워지니까 입소해서 철창 안에서만 지내다가 보호소 나와보지도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친구들도 많아요."

"출근해서 철창문을 열 때마다 '혹시?' 하는 생각에 두려운 때도 많았고요”

송 대표는 유기견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아이와 1년 동안 철창 안에서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사비를 털어 노견들만 데리고 애견 운동장을 대관해 마음껏 뛰어놀게도 해줬다. 그러다 지난 5월 유기견 입양을 위한 카페를 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문객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조용히 옆에 자리한다. 장진영 기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문객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조용히 옆에 자리한다. 장진영 기자



방문객들의 발 옆에 자리하는걸 좋아하는 레만. 장진영 기자

방문객들의 발 옆에 자리하는걸 좋아하는 레만. 장진영 기자


방문객과 인사를 나누는 베베. 장진영 기자

방문객과 인사를 나누는 베베. 장진영 기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타임. 장진영 기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타임. 장진영 기자


이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각자 사연이 있다. 안락사 전날 구조된 ‘레만’, 김포의 공장에서 식용견으로 잡혀갈 뻔한 ‘베른이’, 성대 절반이 제거된 채 발견된 ‘구름이’ 등. 현재 14마리의 유기견들이 입양의 손길을 기다리며 지내고 있다.

훈트에는 자원봉사자 외에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진다. 한 사료 회사는 매월 100kg이상의 사료를 기부하고 경기 수원의 위치한 동물병원은 연계 진료를 진행한다. 장진영 기자

훈트에는 자원봉사자 외에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진다. 한 사료 회사는 매월 100kg이상의 사료를 기부하고 경기 수원의 위치한 동물병원은 연계 진료를 진행한다. 장진영 기자



지난 7개월간 7마리의 유기견이 새 가족을 만났다. 송 대표는 입양 조건에 대해 “강한 통제 성향이 있으면 안되고, 너무 어린 나이여도 안된다."며, "함께 하는 시간이 충분한 분이 좋다”고 말한다. 훈트에서 유기견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3번 이상 방문해야 한다. 그동안 세세한 상담과 대상 유기견과의 교감의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한다. 항상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탄현이가 최근 입양을 갔는데, “탄현이는 산책도 어려운 아이였어요. 보호자가 성급히 다가가지 않고 잘 기다려주셨어요. 유모차에 태워 바람 쐬는 거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함께 걷기 시작했죠. 최근엔 함께 여행도 다녀오셨다고 해요”라고 송 대표가 설명했다.

태국인 아내와 sns를 보고 방문한 정선호씨(30)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환대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태국인 아내와 sns를 보고 방문한 정선호씨(30)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환대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송 대표가 대형견들이 지내는 견사를 청소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송 대표가 대형견들이 지내는 견사를 청소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형견들의 견사는 가로 2m가 넘는 넉넉한 크기다. 장진영 기자

대형견들의 견사는 가로 2m가 넘는 넉넉한 크기다. 장진영 기자


카페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쉬고싶을때는 실내에 마련된 캔넬로 들어간다. 장진영 기자

카페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쉬고싶을때는 실내에 마련된 캔넬로 들어간다. 장진영 기자


유기견 입양을 위해서는 인내심과 맞춤형 교육이 필수다. 송 대표는 특히 ‘아픔’을 잘 이해해달라 당부했다.


“일반적인 반려견들과는 다른 존재들이에요."

"어떤 상처와 트라우마가 있는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에 대해 공부하는 마음이어야 해요."

"기존의 반려견 교육 틀에 맞추면 안되요."

"보호자의 의무는 오직 아이들의 행복이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송대표가 캐나다 입양이 확정된 라우와 캔넬 교육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송대표가 캐나다 입양이 확정된 라우와 캔넬 교육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송 대표가 레만이와 1:1 산책 교육을 하고 있다. 이곳의 아이들은 반려견으로서의 생활 태도 등을 교육 받는다. 장진영 기자

송 대표가 레만이와 1:1 산책 교육을 하고 있다. 이곳의 아이들은 반려견으로서의 생활 태도 등을 교육 받는다. 장진영 기자


훈트의 아이들을 돌볼때 사용하는 물품들. 왼쪽부터 리드줄, 간식이 있어있는 트릿백, 훈련에 필요한 클리커. 장진영 기자

훈트의 아이들을 돌볼때 사용하는 물품들. 왼쪽부터 리드줄, 간식이 있어있는 트릿백, 훈련에 필요한 클리커. 장진영 기자



‘기다림이 설렘이 되게’.

훈트의 아이들은 오늘도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아래는 현재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다. 반려견을 맞이하는 것은 기쁨이지만, 유기견을 다시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은 존중과 헌신이다. 훈트의 아이들이 모두 따뜻한 가족을 만나 '두 번째 삶'을 꽃피우기를 바라본다.

입양 문의는 인스타그램 아이디 ‘@hund.home’을 통해 가능하다.

베른이/남아/1살/6.5kg. 김포의 한 공장에서 1m도 안되는 목줄에 묶여 있다가 구조됐다. 눈치가 빠르고 똑똑한 편으로 사람에게 안기는걸 좋아한다(왼쪽). 우프/남아/5살/8kg. 김포 공장단지에서 떠돌이개 생활을 하다가 구조됐다. 근처 큰 개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축구공놀이를 잘하는 편이다. 장진영 기자

베른이/남아/1살/6.5kg. 김포의 한 공장에서 1m도 안되는 목줄에 묶여 있다가 구조됐다. 눈치가 빠르고 똑똑한 편으로 사람에게 안기는걸 좋아한다(왼쪽). 우프/남아/5살/8kg. 김포 공장단지에서 떠돌이개 생활을 하다가 구조됐다. 근처 큰 개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축구공놀이를 잘하는 편이다. 장진영 기자


레만/남아/4살/41kg. 내장칩이 있는 상태로 유기됐다. 견주 연락두절로 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하루 앞두고 이곳으로 왔다.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발 옆에 자리잡고 앉는걸 좋아한다(왼쪽). 라우/여아/5살/21kg. 서울 양재대로에서 유기된 후 서울에서 화성까지 2주 동안 차도를 떠돌다 구조됐다. 구조된 순간에도 사람에게 안기고 뽀뽀까지한 애교많은 아이다. 캐나다 입양이 확정되었다. 현재 심장사상충 치료중으로 치료를 마치면 출국 예정이다. 장진영 기자

레만/남아/4살/41kg. 내장칩이 있는 상태로 유기됐다. 견주 연락두절로 시보호소에서 안락사를 하루 앞두고 이곳으로 왔다.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발 옆에 자리잡고 앉는걸 좋아한다(왼쪽). 라우/여아/5살/21kg. 서울 양재대로에서 유기된 후 서울에서 화성까지 2주 동안 차도를 떠돌다 구조됐다. 구조된 순간에도 사람에게 안기고 뽀뽀까지한 애교많은 아이다. 캐나다 입양이 확정되었다. 현재 심장사상충 치료중으로 치료를 마치면 출국 예정이다. 장진영 기자


똘이/남아/4살/20kg. 동경개인 똘이는 생후 3개월 무렵 알콜중독자인 보호자에게 학대를 당하다 구조된 아이다. 짧은 꼬리가 매력적인 아이로 훈트에서 ‘군기반장’ 역할을 하고 있다(왼쪽). 또또/남아/6살/16kg. 김포 보호소 출신으로 포인터와 비글 믹스견이다. 파양의 상처가 있지만 여전히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교육하면 금방 익히고 먹성도 좋은 편이다. 장진영 기자

똘이/남아/4살/20kg. 동경개인 똘이는 생후 3개월 무렵 알콜중독자인 보호자에게 학대를 당하다 구조된 아이다. 짧은 꼬리가 매력적인 아이로 훈트에서 ‘군기반장’ 역할을 하고 있다(왼쪽). 또또/남아/6살/16kg. 김포 보호소 출신으로 포인터와 비글 믹스견이다. 파양의 상처가 있지만 여전히 사람을 너무 좋아한다. 교육하면 금방 익히고 먹성도 좋은 편이다. 장진영 기자


구름이/여아/6살/4kg.화성시 보호소에서 구조되었는데 당시 성대 절반이 절제된 상태였다. 나이에 비해 아직 체중이 적게 나가는 편이다. 사람의 품을 가장 좋아해 누군가 안아주면 세상 편안한 표정을 짓는게 특징이다(왼쪽). 예술이/여아/4살/6kg. 시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조됐다. 사람을 싫어하진 않지만 아직은 사랑받는 방법이 서툴러 애착 공간에 혼자 머무는걸 좋아한다. 낮보다 밤에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장진영 기자

구름이/여아/6살/4kg.화성시 보호소에서 구조되었는데 당시 성대 절반이 절제된 상태였다. 나이에 비해 아직 체중이 적게 나가는 편이다. 사람의 품을 가장 좋아해 누군가 안아주면 세상 편안한 표정을 짓는게 특징이다(왼쪽). 예술이/여아/4살/6kg. 시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조됐다. 사람을 싫어하진 않지만 아직은 사랑받는 방법이 서툴러 애착 공간에 혼자 머무는걸 좋아한다. 낮보다 밤에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 장진영 기자


뽀시/여아/9개월/7kg. 뽀시,래기, 탄현이는 3남매였으나 탄현이만 입양되었다. 에너지 넘치고 겁이 없는 성격이다. 친해지면 바로 배를 뒤짚는 애교를 보여준다(왼쪽). 래기/여아/9개월/6.5kg. 방문객 대부분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로 장난치는걸 좋아한다. 뽀시와 래기는 서로 많이 의지해 밤에는 서로 안고 잠에 든다. 장진영 기자

뽀시/여아/9개월/7kg. 뽀시,래기, 탄현이는 3남매였으나 탄현이만 입양되었다. 에너지 넘치고 겁이 없는 성격이다. 친해지면 바로 배를 뒤짚는 애교를 보여준다(왼쪽). 래기/여아/9개월/6.5kg. 방문객 대부분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로 장난치는걸 좋아한다. 뽀시와 래기는 서로 많이 의지해 밤에는 서로 안고 잠에 든다. 장진영 기자


베베/남아/10개월/20kg. 4개월때 시보호소로 들어와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아이였다. 뛰어노는것과 간식을 특히 좋아한다(왼쪽). 나무/ 남아/6살/15kg. 산 속을 떠돌던 들개 출신으로 사람의 손길을 전혀 타지 않았다. 경계심이 많아 구석진 자리에 혼자 앉아있는걸 좋아한다. 장진영 기자

베베/남아/10개월/20kg. 4개월때 시보호소로 들어와 안락사를 앞두고 있던 아이였다. 뛰어노는것과 간식을 특히 좋아한다(왼쪽). 나무/ 남아/6살/15kg. 산 속을 떠돌던 들개 출신으로 사람의 손길을 전혀 타지 않았다. 경계심이 많아 구석진 자리에 혼자 앉아있는걸 좋아한다. 장진영 기자


예트/남아/3살/28kg.견주가 이사하며 원룸에 버리고가서 5개월 넘게 방치되있었다. 고관절이 좋지 않아 수술을 했고 재활중에 있다. 쓰다듬어줄때 가장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왼쪽). 캐스퍼/여아/4살/20kg. 어미, 형제들과 한강변에 방치되어 있다가 구조되었다. 어미와 다른 형제들은 모두 입양갔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혼자 남겨졌다. 급하게 만지려하면 도망가지만 조용히 다가와 애교를 부리기도해 ‘그림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장진영 기자

예트/남아/3살/28kg.견주가 이사하며 원룸에 버리고가서 5개월 넘게 방치되있었다. 고관절이 좋지 않아 수술을 했고 재활중에 있다. 쓰다듬어줄때 가장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왼쪽). 캐스퍼/여아/4살/20kg. 어미, 형제들과 한강변에 방치되어 있다가 구조되었다. 어미와 다른 형제들은 모두 입양갔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혼자 남겨졌다. 급하게 만지려하면 도망가지만 조용히 다가와 애교를 부리기도해 ‘그림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장진영 기자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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