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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두고…“남을 이유 지켜달라” 목소리

쿠키뉴스 이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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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두고…“남을 이유 지켜달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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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비율 4대 6에서 2대 8로 악화
“국립대병원의 특별한 환경 지켜야”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로비에 걸린 병원 홍보물 옆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진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로비에 걸린 병원 홍보물 옆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진



정부와 여당이 국립대학교병원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역의료 붕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를 복지부로 옮기고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여당 역시 이에 발맞춰 국립대병원을 복지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국립대병원설치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며, 해당 법안은 지난 11월16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속도전에 대해 국립대병원 의료진들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강원대병원·경북대병원·경상국립대병원·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전북대병원·제주대병원·충북대병원·충남대병원 등 9개 지역 국립대병원은 지난 11월27일 성명을 내고 “연내 소관 부처 이관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립대병원 치료 역량 강화 방안 부재 △정책적 준비 부족 △기존 교육·연구·진료 기능 보장 미흡 등을 지적하며 “정부와 여당이 지나친 속도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국립대병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이유는 정책 추진 속도가 빨라질수록 의료진 내부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구체적 실행계획 없이 주관 부처만 이전될 경우 기대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원 자율성은 강화될 수 있지만, 그 자율성이 교육·연구 역량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대병원 소속 한 교수는 “처음 복지부 이관 계획이 나왔을 때만 해도 찬반 비율은 4대 6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반대 비중의 증가로 2대 8로 바뀌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복지부 이관 뒤 연봉 총액제 등 규제가 완화돼 자율성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 자율성이 국립대병원을 경영 중심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작동하면 기존의 연구·수련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의료진이 역량을 연구와 교육에 투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병원이 사립 상급종합병원과의 차별성을 잃을 경우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지원을 확대하려면, 우선 의료진이 병원에 남을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국립대병원 의료진을 지역 의료원 등에 임의 파견하는 방안 역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충청권 국립대병원 한 교수는 “국립대병원과 사립병원의 임금 격차는 최대 3배에 달한다”며 “그럼에도 의료진이 국립대병원에 남아 있는 이유는 수익성이 낮은 연구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의료진 파견을 통해 지역의료 강화를 추진할 경우 국립대병원의 특성이 약화되고, 결국 의료진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진이 머무를 수 있는 다른 사립 병원과 차별화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속도에만 치중해 본질적 문제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