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노컷뉴스 언론사 이미지

사이클론 3개가 동시에 할퀴고 간 동남아…도대체 왜 이런 일이[기후로운 경제생활]

노컷뉴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
원문보기

사이클론 3개가 동시에 할퀴고 간 동남아…도대체 왜 이런 일이[기후로운 경제생활]

서울흐림 / -0.8 °
동남아 4개국, 며칠 새 1300명 참사
'3개 사이클론 동시 상륙'이 만든 초유의 재난 구도
따뜻해진 바다가 비의 양·강도 완전히 바꿔
관료주의·부패가 2차 피해 낳았다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까지 재난 대응 불신 확산
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매주 수/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표준FM 98.1mhz 목/금 오후 5시에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 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동남아시아 덮친 홍수, 진짜 문제는.

◆ 홍종호> 외신에서 참 비극적인 영상이 많이 나오던데요. 기록적인 폭우로 희생자가 어마어마하게 발생했어요.

◇ 최서윤> 네.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태국이 피해를 입은 주요 국가 3곳인데요. 여러 개의 사이클론이랑 폭우가 겹치면서 일주일 사이에 대규모 재해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만 사망·실종자가 1천 명을 넘어섰고요. 스리랑카에서 사망자가 400명, 태국에서는 180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인근인 말레이시아에서도 3명이 숨진 걸로 나타났습니다. 네 국가 합해서 단 며칠 만에 1400명이 넘게 사망한 거예요. 이재민 규모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 홍종호> 아직 사망자 집계도 다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 최서윤> 그렇죠. 아수라장일 거예요. 말 그대로 광역 수해가 발생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동남아시아가 원래 지구상의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잖아요. 이번 대규모 피해 원인에 기후변화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어서 관련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 홍종호> 이번에 3개의 사이클론, 우리로 치면 태풍 3개가 동시에 왔다는 보도가 있어요.


◇ 최서윤> 네. 11월 말부터 12월 초 사이에 열대성 폭풍인 사이클론이 세냐르, 디트와, 코토 이렇게 3개 발생했다고 합니다. 3개의 사이클론이 겹친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데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점은 피해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태평양과 인도양에 발생한 사이클론과 저기압이 최소 16개라고 해요. 그런데 올해는 중간 정도의 사이클론에서도 비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졌다고 하고요. 광범위한 홍수를 초래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 최서윤> 기상 이변으로 여러 기후 현상이 겹쳤다는 게 이유로 지적돼요. 전문가들은 태평양의 수온 변화로 비구름을 끌어올리는 라니냐 현상이랑 동남아 지역의 우기를 일컫는 계절풍 몬순이 만나서 엄청난 비바람을 몰고 온 걸로 보고 있습니다. 바다도 너무 따뜻해졌어요. 물이 따뜻해지면서 열대성 저기압 사이클론이 더 빨리, 더 강하게 형성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뜻해지면 그만큼 물을 많이 머금기 때문에 더 위험해지는 겁니다.

◆ 홍종호> 그럼요. 우리 방송에서 여러 번 짚지 않았습니까? 결국 바다가 계속 따뜻해지면서 허리케인이든, 사이클론이든, 태풍이든 점점 풍속도 빨라지고 몸집도 커지고 비도 많이 뿌린다는 거죠.


◇ 최서윤> 맞아요. 오늘 이슈를 다루면서 구체적인 재난 상황, 즉 그 위치는 어디고 과학적으로 라니냐는 무엇이고, 왜 비가 왔는지, 이런 얘기를 하기보다는요. 전 지구적인 추세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세부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핵심만 볼게요.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태풍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 이런 지적을 기후 과학자들이 정말 여러 번 해왔잖아요. 올해 여름에 미국 텍사스주 홍수 때에도 똑같은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몇 해 전에 우리나라도 오송 참사가 발생했었잖아요. 이때 우리나라도 이제 극한 호우 피해의 사각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요. 그럼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할 것이냐, 여기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 홍종호> 그렇습니다. 결국은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르는 거죠. 선제적으로 안전 관리를 하고 만약에 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피해를 빠르게 최소화하면서 복구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꼭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도시개발, 도시 계획에도 밀접하게 관련 있는 개념이잖아요.

◇ 최서윤> 맞아요. 잘 짚어주셨습니다. 파키스탄 미디어 신드 쿠리어가 지금 문제를 강하게 짚어서 저희가 자세히 살펴봤는데요. 여기에 기고한 모하마드 에산 레가리라에 따르면 수자원 관리 전문가들이 지금 반복되는 자연재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동남아 국가들에서 수십 년간 이루어져 온 개발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동남아 지역이 원래 전반적으로 습지가 많은데 개발하면서는 습지를 매립하고 자연 배수로를 메우면서 땅을 개발해 온 거예요. 그래서 물이 흐르던 곳이 아스팔트로 덮여버렸고요.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기가 다 홍수 위험 지역이 됐어요.


◆ 홍종호> 비가 오면 범람이 되는 거죠.



◇ 최서윤> 예. 그렇게 본 겁니다. 물이 빠져나갈 자리를 메꿔버렸으니까요. 이번 피해가 특히 컸던 인도네시아랑 태국도 마찬가지예요. 태국에서는 홍수 때 강과 빗물이 자연 그대로의 경로를 되찾았다고 언급하고 있어요. 지금은 지면 피복이 메워졌지만 원래는 강이었던 그 경로를 따라서 물이 흐르더라는 거죠. 다시 말하면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물이 하천이 축소되면서 흐르지 못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에 습지나 하천의 원형을 보전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경미했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현지 매체 중 다수가 도시화 과정으로 인해 논과 같은 자연 배수지가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개발하고 나면 여기에 맞는 치수 대책, 행정 설계가 매우 촘촘하게 짜여야 해요. 그런데 말레이시아 국가재난관리청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내에 있는 많은 배수 시스템이 땅을 개발하기 전인 수십 년 전에 있었던 강우 패턴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고 해요. 그게 오늘날 극한 강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금 전해드리는 분석이 개발도상국이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경제 발전과 그에 맞는 개발은 당연히 각국에 필요한 조치입니다. 다만 변화한 환경을 고려하고 속도 조절도 해가면서 개발해야 삶을 지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의 이유는 잘 살기 위해서잖아요. 이런 점들을 생각해서 적절한 치수 대책과 행정 설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홍종호> 네. 중요한 지적입니다. 과거에도 태풍은 있었고 폭우가 오면 피해는 생겼죠. 그런데 지금은 기후위기에 따른 물리적 위험이 너무 커진 거죠. 이번에도 사이클론 3개가 동시에 왔는데 이런 게 쉽지 않은 거거든요. 결국 변화된 지구의 기후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한데요. 우리나라도 잘하는 건 아닌 게, 이른바 늑장 대응을 하잖아요. 맨날 다음번에 더 나아지겠다고 하죠. 그런데 사실은 재해들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고 있는 거죠. 여기에 우리의 고민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최서윤> 아무래도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사회 소요 현상이 나타나잖아요. 인도네시아는 가뜩이나 올해 9월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있었어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거리에서 빈부 격차에 항의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번 홍수 이후에도 정부의 재난 대응을 둘러싼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재난 지역 주민들이 2, 3일간 아무것도 못 먹으면서 식량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의 관료주의적 절차 때문에 식량 배분이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 홍종호> 관료주의 말하니까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겠다 싶네요.

◇ 최서윤> 베트남에서도 정부의 준비 부족,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지금 시작됐고요. 필리핀의 경우에는 정부가 홍수 피해 복구 사업에 배정된 수십억 달러를 횡령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강조해 주신 회복탄력성은 정치의 유능함, 투명함과 연관이 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금 한국은 어떤지 물으셨잖아요. 우리나라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앞으로의 이상 기후에 대비한 재난 안전 관리와 새로운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포함했다는 발표가 나왔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그린피스가 발표는 해놓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 홍종호> 저도 과거에 이런 연구를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토도 폭우, 홍수에 특히 더 취약한 지역과 상대적으로 덜 취약한 지역이 있거든요. 기후 취약성이란 말을 쓰죠. 더 취약한 지역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서 사전, 사후적인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한 거죠. 여기에는 행정력, 정부의 재정 지원, 또 지자체 내에서의 사전적인 자구 노력, 이런 것들이 필수적으로 동원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이른바 회복탄력성이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건데요.



◇ 최서윤> 최근 제가 해외 자료들을 보니까 상당히 흥미로운 개념이 나왔더라고요. 영어로 Anticipatory Action, AA죠. 우리말로 예측적 행동, 사전 조치 정도로 번역이 될 것 같아요. 이게 뭐냐 하면, 오늘도 폭우로 인한 피해 사례가 나왔잖아요. 이렇게 개도국에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어떤 식의 정부 조치가 피해를 그나마 줄일 것이냐, 라고 할 때 늑장 대응은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전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기 직전 또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최대한 빨리 알아내서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하라는 거예요. 그러면 정부가 모든 방제나 예방을 완벽하게 할 수 없으니까 주민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상당히 검증이 되고 있는 걸로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예측이 되지 않습니까? 혹은 어느 정도 벌어진 상태에서, 나중에 돈 줄 생각 말고 상황이 생길 조짐이 있으면 바로 즉각적인 현금 지원을 통해서 주민들이 자기 먹을 것도 구입하고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겁니다. 아까도 재난 지역 주민들이 2, 3일간 먹을 게 없었다고 하잖아요. 이렇게 굉장히 큰 피해가 올 거라는 걸 알면 각자 자기가 생존하기 위한 노력, 대응을 한다는 거죠. 저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같은 돈을 쓰더라도 어느 쪽이 효과가 더 클 것이냐를 생각해 보는데요. 정부가 이런 식의 예측적 행동을 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상당히 흥미 있게 읽었고요. 이런 식의 기후 재난들이 이미 너무 많이 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날 거니까 이런 개념들을 정부가 고려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 최서윤>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