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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넓히고 일상 비추다… 미래 세대 성장 이끄는 양서들 [한국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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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넓히고 일상 비추다… 미래 세대 성장 이끄는 양서들 [한국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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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올해의 어린이·청소년 책 10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상과 마주하는 저마다의 방식을 담아낸 어린이·청소년 책 10권이 두루 호평받았다.

단편 동화집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일상 이야기에 과학소설(SF), 판타지, 호러 등 다채로운 문법으로 재미까지 더했다. 장기 입원 아동을 소재로 한 장편동화 '4×4의 세계'는 "아픈 아이 이야기는 쓰지 않던 어린이책 관행을 무너뜨린 걸작"으로 호명됐다. 역사소설 '슬픔의 틈새'는 아동·청소년 문학을 대표하는 이금이 작가가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직접 취재해 쓴 노고가 돋보인다. 노동자의 일상을 기록한 '첫차를 타는 사람들'은 평소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일상의 층위를 세심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이별과 애도를 다룬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는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볼만한 그림책. 권정민 작가의 '시계탕'은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엄마도감'보다 한층 더 확장된 상상력과 완성도를 갖춘 판타지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45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엄마 마중'에 그림을 그렸던 김동성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 '꽃에 미친 김 군'은 "붓에 물 한번 묻히지 않고도 디지털 작업만으로 한국화의 물성을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논픽션에 가까운 그림책 '목화씨'도 목화를 길러 자은 실로 손바느질해 수놓은 책의 물성이 눈에 띈다.

국내 도서 중 가장 큰 판형에 딱정벌레를 크고 아름답게 조명한 김유대 작가의 '이런, 멋쟁이들!', 곤충 DNA 전문가인 김영호 경북대 곤충생명과학과 교수가 처음으로 쓴 어린이책 '꿀벌이 멸종할까 봐'는 그야말로 탁월한 논픽션책으로 꼽혔다.

꽃에 미친 김 군·김동성 지음·보림 발행·52쪽·3만 원

꽃에 미친 김 군·김동성 지음·보림 발행·52쪽·3만 원


▦꽃에 미친 김 군

김동성 지음·보림 발행

18세기 조선 실존 인물 김덕형을 모티브로, 꽃을 향한 지극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 실학자 박제가는 김덕형의 꽃 그림책 서문에서 그를 '김 군'이라 부르며 '사랑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삶'을 예찬했다. 동양화를 전공한 저자의 손끝에서 탄생한 장면 하나하나가 한 폭의 예술 작품. 색실 제본으로 옛 서책 느낌을 살렸다.

꿀벌이 멸종할까 봐·김영호 지음·이수현 그림·위즈덤하우스 발행·168쪽·1만5,000원

꿀벌이 멸종할까 봐·김영호 지음·이수현 그림·위즈덤하우스 발행·168쪽·1만5,000원


▦꿀벌이 멸종할까 봐

김영호 지음·이수현 그림·위즈덤하우스 발행

부제는 'DNA로 파헤친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 흥미진진한 수사물 형식으로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을 추적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전 세계 과학자들이 어떻게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 실감 나게 보여준다. DNA 염기 서열을 웹사이트 비밀번호에 빗대는 설명부터 풍부한 시각 자료까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서술이 돋보인다.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메 지음·길벗어린이 발행·58쪽·1만6,000원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메 지음·길벗어린이 발행·58쪽·1만6,000원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메 지음·길벗어린이 발행

주인공 '로미'의 생애 마지막을 비추는 그림책. 소중한 것들을 나누고 비우며 '마음이 편한 곳'으로 향하는 여정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노란 햇살처럼 부드러운 색연필 그림이 따스함을 더한다. 편안한 얼굴로 눈 감는 로미, 이어 도착한 다정한 인사. "나를 위해 울지 않아도 돼요. 나는 이곳에 잘 도착했답니다."

목화씨·조혜란 지음·글로연 발행·42쪽·2만2,000원

목화씨·조혜란 지음·글로연 발행·42쪽·2만2,000원


▦목화씨

조혜란 지음·글로연 발행

땅에 심어진 목화씨는 싹을 틔우고 진분홍꽃을 피운다. 꽃이 지면 목화 가지의 차례. 솜꽃이 하얗고 포슬하게 피어난다. 자연의 섭리 속에 자라는 목화를 유심히 관찰한 저자는 목화로 짠 광목에 목화 실로 수를 놓고 목화 천을 바느질해 책을 만들었다. 이야기 소재와 이미지를 이루는 재료가 모두 목화에서 나왔다.

4x4의 세계·조우리 지음·노인경 그림·창비 발행·140쪽·1만3,800원

4x4의 세계·조우리 지음·노인경 그림·창비 발행·140쪽·1만3,800원


▦4×4의 세계

조우리 지음·노인경 그림·창비 발행

하반신 마비 장애로 재활 병동에 장기 입원 중인 12세 소년 '호'와 같은 병원 소녀 환자 '새롬'의 성장담을 그린 장편동화. 둘은 병실 천장의 정사각형 패널을 빙고판 삼아 게임을 하며 풋풋한 감정을 키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이뤄진 호의 퇴원. 호와 새롬은 계속해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슬픔의 틈새·이금이 지음·사계절 발행·448쪽·1만8,500원

슬픔의 틈새·이금이 지음·사계절 발행·448쪽·1만8,500원


▦슬픔의 틈새

이금이 지음·사계절 발행

일제강점기에 신분이 다른 두 소녀가 주체적으로 자기 운명을 헤쳐나간 이야기. 사할린 한인 1세대의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우리가 외면해온 역사 한 자락을 조명한다. 저자의 첫 역사소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7),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의 뒤를 잇는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책.

시계탕·권정민 지음·웅진주니어 발행·56쪽·1만6,800원

시계탕·권정민 지음·웅진주니어 발행·56쪽·1만6,800원


▦시계탕

권정민 지음·웅진주니어 발행

"10분 내로 준비해." "3분 있다 불 끄는 거야." 아이를 다그치던 엄마가 하루아침에 시계로 변하더니 이윽고 완전히 멈춰 섰다. 고장난 엄마를 고치기 위해 시계탕(湯)으로 모험을 떠나는 아이. 아이는 다시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꿈과 현실이 뒤섞인 시공간을 통과하며 엄마와 아이는 서로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선다.

이런, 멋쟁이들!·김유대 지음·이야기꽃 발행·72쪽·3만8,000원

이런, 멋쟁이들!·김유대 지음·이야기꽃 발행·72쪽·3만8,000원


▦이런, 멋쟁이들!

김유대 지음·이야기꽃 발행

노랑 무당벌레, 그물무늬 주황하늘소 등 몸길이 0.2~15㎝의 작은 딱정벌레에서 크고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도록 돕는 논픽션. 가로 29㎝·세로 37㎝, 우리나라에서 인쇄할 수 있는 최대 판형으로 딱정벌레의 무늬와 질감을 생생히 전한다. 생명의 경이로움,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존재에 대한 존중과 호기심을 일깨운다.


첫차를 타는 사람들·김숲 지음·강혜진 그림·노란상상 발행·40쪽·1만6,800원

첫차를 타는 사람들·김숲 지음·강혜진 그림·노란상상 발행·40쪽·1만6,800원


▦첫차를 타는 사람들

김숲 지음·강혜진 그림·노란상상 발행

새벽 첫차로 출근하는, 도시 필수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그림책. 경비원 나성호씨, 조리사 이옥란씨, 미화원 김정아씨, 택배기사 윤철우씨는 아줌마, 노인네가 아닌 고유의 이름을 가진 존재다. 2012년 고 노회찬 국회의원의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 연설이 오래 마음에 남았던 저자가 만든 노랫말이 책이 됐다.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김지완 지음·김지형 그림·문학동네 발행·136쪽·1만3,500원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김지완 지음·김지형 그림·문학동네 발행·136쪽·1만3,500원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

김지완 지음·김지형 그림·문학동네 발행

딱 3분! 초등학생 '오슬기'는 편의점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동안 원하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게 해 준다는 낯선 남자의 제안을 받는다. 레벨테스트를 앞둔 만큼 영어학원 선생님이 돼볼까. 팔로워가 5,000명에 이르는 로사 언니가 된다면. 과연, 슬기는 어떤 선택을 할까. 표제작을 비롯한 단편 6편이 실린 고학년 동화집.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