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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청년, 차별·혐오 응시··· 새로운 접근 돋보이는 저작들 [한국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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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청년, 차별·혐오 응시··· 새로운 접근 돋보이는 저작들 [한국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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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올해의 교양서 10종



올해는 인공지능(AI), 청년 문제, 차별과 혐오 등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포착한 책들이 도드라졌다. AI가 바둑계에 가져 온 변화를 살피며 미래를 모색하는 '먼저 온 미래', 탄핵 정국 내내 광장의 주체로 나선 청년 여성 목소리에 주목한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청년 남성의 서사에 새로운 해석과 비판의 가능성을 제시한 '증명과 변명'이 대표적이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도 AI 시대, 번역가가 마주한 고민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으로 주목받았다.

학술적 내용을 대중 교양서로 풀어낸 '왜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가' '개와 고양이의 윤리학' '한글연대기'도 저자들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책들이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차별과 혐오의 허구성을 들추는 접근 방식이 참신한 과학 교양서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도 차별이 일상이 된 사회의 시민 교과서로서 손색없는 책이다. 저자가 직접 장례 노동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쓴 '죽은 다음'도 죽음이란 보편적 주제를 치열하게 다룬 수작으로 꼽혔다.

개와 고양이의 윤리학·최훈 지음·사월의책 발행·408쪽·2만5,000원

개와 고양이의 윤리학·최훈 지음·사월의책 발행·408쪽·2만5,000원


▦개와 고양이의 윤리학

최훈 지음·사월의책 발행

동물 윤리 철학자인 저자가 10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선택적 교배, 중성화 수술, 영구적 의존 등 사랑과 보호를 명목 삼은 인간의 행위를 살피며 '반려동물'이라는 말의 기만을 지적한다. 기존 동물 윤리 담론의 지형을 벗어나, 인간과 길들여진 동물이 맺을 수 있는 진정한 윤리적 관계를 성찰한다.

먼저 온 미래·장강명 지음·동아시아 발행·368쪽·2만원

먼저 온 미래·장강명 지음·동아시아 발행·368쪽·2만원


▦먼저 온 미래

장강명 지음·동아시아 발행

전현직 프로 바둑기사 30명 인터뷰로 완성한 르포르타주.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계 풍경은 AI가 몰고 올 거대한 변화의 예고편이다. 창의성이 더는 인간의 고유 지능이 아닐 때, AI가 도구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그 자체가 될 때, 기존의 일과 가치가 위협받는 현실을 생생하게 그린다.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최나현 외 지음·오월의봄 발행·312쪽·2만1,000원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최나현 외 지음·오월의봄 발행·312쪽·2만1,000원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최나현 외 2명 지음·오월의봄 발행

10~30대 여성 13명이 '청년 여성은 왜 광장에 나오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이들은 12·3 불법계엄 이후 등장한 정치 주체가 아니다. 낙태죄, 불법촬영 등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동안 주목받지 못했을 뿐. '딸'로, '2030 여성'으로, '응원봉 부대'로 호명되던 여성 시민 개개인의 광장 경험과 삶의 궤적을 풍성히 기록했다.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이상헌 지음·생각의힘 발행·320쪽·1만9,800원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이상헌 지음·생각의힘 발행·320쪽·1만9,800원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이상헌 지음·생각의힘 발행

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인 저자가 보기에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좋은 일자리' 부족이다. 최신 연구와 현장 사례로 최저임금, 실업률, 노동시간 문제를 다층적으로 다루며 기존 경제학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거래 중심의 '고용'과 돌봄노동 등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을 포괄해 노동을 재정의하자고도 제안한다.


자연스럽다는 말·이수지 지음·사이언스북스 발행·228쪽·2만2,000원

자연스럽다는 말·이수지 지음·사이언스북스 발행·228쪽·2만2,000원


▦자연스럽다는 말

이수지 지음·사이언스북스 발행

독일 막스플랑스 인구학연구소 연구자가 '자연스럽다'는 말의 허구성을 파헤친다. 싸우지 않는 남자, 아이를 키우지 않는 여자, 동성애자, 트렌스젠더는 부자연스러운 존재라고들 한다. 그런 구별은 자연의 어디에서 인간 본성의 단서를 구하는지에 달려 있을 뿐이라고, 저자는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언어에 일침을 가한다.

죽은 다음·희정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388쪽·2만2,000원

죽은 다음·희정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388쪽·2만2,000원


▦죽은 다음

희정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딴 저자가 염습실과 화장장을 종횡무진하며 죽음과 애도의 세계에 노동자로 기록자로 선다. 장례지도사, 화장기사, 시신복원사, 수의제작자 등 장례업 노동자를 인터뷰해 '예비 사별자' '예비 고인'으로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일들을 비추며 독자를 삶에 대한 사유로 이끈다.

증명과 변명·안희제 지음·다다서재 발행·316쪽·1만8,000원

증명과 변명·안희제 지음·다다서재 발행·316쪽·1만8,000원


▦증명과 변명

안희제 지음·다다서재 발행

문화인류학 연구자인 저자가 자살 계획을 품은 친구를 수차례 인터뷰하고 쓴 책이다. 그 내밀한 대화가 여성 혐오와 극우 성향의 '이대남'으로 비치는 이들에게 새로운 해석과 비판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증명해야 살아남고 실패해도 변명할 수 없는 사회"가 청년을 어떻게 우울과 강박으로 몰아넣는지 드러낸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홍성수 지음·어크로스 발행·292쪽·1만8,800원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홍성수 지음·어크로스 발행·292쪽·1만8,800원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홍성수 지음·어크로스 발행

차별이 일상화한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저자는 노골적이었던 제도적 차별이 사라지는 자리에 '구조적 차별을 부정하는 착각'이 남았다고 지적한다.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까지 두루 다루며 차별이 용인되는 구조를 끊어내자고 역설한다.

한글 연대기·최경봉 지음·돌베개 발행·444쪽·2만5,000원

한글 연대기·최경봉 지음·돌베개 발행·444쪽·2만5,000원


▦한글 연대기

최경봉 지음·돌베개 발행

훈민정음 창제 이래 한글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짚으며 당대 한글의 의미와 역할을 조명한다. 조선 왕조가 성리학적 질서를 유지하고자 보급한 한글은 오히려 이에 균열을 내며 근대 개혁을 추동했다. 한글이 백성을 가르칠 글자(훈민)에서 어떻게 백성이 자신의 뜻을 펴는 글자(민주)로 변모했는지 알려준다.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홍한별 지음·위고 발행·272쪽·2만원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홍한별 지음·위고 발행·272쪽·2만원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지음·위고 발행

버지니아 울프, 클레어 키건 등 20여 년간 100권이 넘는 문학 책을 번역한 저자가 번역에 관해 쓴 에세이집. 비유를 통해 "번역이라는 실체 없는 행위"에 우회적으로 다가간다. 흰 종이에 흰 고래를 그리듯이, 직역과 의역을 넘어 행간을 침묵을 여백을 번역하고자 분투하는, 아름다운 글쓰기 모험담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