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당원 1인1표’… 민주당 중앙위서 부결
공천룰 개정안도 통과 못해
鄭, 지방선거 앞 리더십 타격
공천룰 개정안도 통과 못해
鄭, 지방선거 앞 리더십 타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2025.12.5/뉴스1 |
더불어민주당이 5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정청래 대표가 추진해 온 ‘1인 1표제’ 관련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28표 차로 부결됐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표심 반영 비율을 높이는 당헌 개정안이 정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는 비판 속에 부결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 찬반투표 결과 중앙위원 596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1표, 반대 102표로 개정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가결을 위해선 재적 중앙위원의 과반(299명)이 찬성해야 한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회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식을 권리당원 100%로 변경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도 이날 찬성 297표로 부결됐다.
당 안팎에선 당헌 개정안에 반대하는 중앙위원 들이 조직적으로 불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가 공개 우려를 표명했는데도 당헌 개정을 밀어붙이는 정 대표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는 것. 정 대표는 “당헌 개정안은 당분간 재부의하기는 어렵게 됐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1인 1표제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與 당헌개정안, 중앙위서 부결
“鄭대표 연임용 작업” 당내 반발… 친명계 상당수 표결 불참-반대표
鄭 “여기서 못 멈춰” 재추진 시사… ‘지방선거 경선 당심 100%’도 부결
“1인 1표제 부결은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대의원들의 저항 심리가 표면에 드러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친명(친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5일 정청래 대표가 추진한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을 두고 “대의원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결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당 일각에선 정 대표가 내년 당 대표 연임을 위해 권리당원 권한을 키우려 했다는 해석이 공공연히 나오는 가운데 친명계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져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정청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정청래 지도부 불만이 투표 불참으로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가 5일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 부결로 무산된 것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당원들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당원 주권 시대에 대한 열망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며 1인 1표제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5일 당헌·당규 개정 부결 직후 당 지도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앞서 당내 여론조사와 당무위원회 등에선 ‘1인 1표제’에 대해 높은 찬성률을 보여 결과를 낙관했던 만큼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날 실시된 온라인 투표에는 전체 중앙위원 596명 중 223명이 표결에 불참했고 102명이 1인 1표제에 반대표를 던졌다. 불참과 반대를 더하면 325명으로 전체의 54.5%로 절반이 넘는다.
정 대표는 투표 종료 약 2시간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찬성률은 70% 정도로 높았으나 의결정족수가 부족해서 부결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1인 1표의 꿈은 잠시 걸음을 멈추지만 궁극적으로 민주당은 당원주권정당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중앙위원에는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지역자치단체장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대의원을 겸하고 있다. 대의원 표심의 반영 비율이 줄어드는 1인 1표제에 대한 중앙위원들의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 친명계 최대 원내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관계자는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저항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라며 “그간 쌓인 내부 불만이 투표 불참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당내 친명 세력과 정 대표 측 간의 권력 다툼이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 관계자는 “1인 1표제가 통과될 경우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의 연임이 유리해지는 만큼 조직적 반대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1인 1표제 도입을 막으면 내년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총리 등 친명 당 대표가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 1표제 부결과 함께 지방선거 예비경선 공천 룰 개정안이 이날 부결된 것도 사실상 정 대표에 대한 경고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4인 이상 후보자가 있을 경우 권리당원 100%로 예비경선을 치른다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거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사안이지만 이날 1인 1표제와 함께 부결됐다.
1인 1표제는 정 대표가 8월 전당대회 당시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공약한 데 따라 추진됐다. 하지만 정 대표가 지난달 17일 이를 위한 당헌 개정 방침을 밝히자 ‘당 대표 연임을 위한 졸속 개혁’ 등의 비판이 확산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운영해 온 중요한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폐지하는 게 맞느냐”고 반발한 데 이어 한준호 강득구 의원 등 친명계를 중심으로 공개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
다만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번 투표 부결이 지도부 리더십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단 지적에 대해 “중앙위 부결 사례가 과거에도 적지 않다”며 “당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리더십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정청래 “당원주권시대 여기서 멈출 수 없어”
민주당은 지방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날 부결된 지방선거 예비경선 관련 당헌 개정안은 곧바로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1인 1표제는 당분간 재부의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원주권시대에 대한 열망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며 추후 재추진 가능성은 열어뒀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정 대표 스타일상 한번 부결됐다고 개혁을 멈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의원 권한 등 주요 안건을 조금씩 후퇴시켜서라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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