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경호 우려로 '시민대행진' 참여 불발
별안간 수면 위로 떠오른 '납북자' 문제
대통령실은 4일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 논란과 관련해 민간단체 인사에 "아예 개입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뉴시스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정치권이 분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 성명을 발표했고, 신속한 계엄 해제 표결에 나섰던 국회는 사진전 등 행사를 열어 시민들을 맞이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느 때처럼 공방전을 벌였다. 이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여당 인사 간 인사 청탁 논란으로 인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실세론'에 다시 불이 붙었다. 예보됐던 폭설에 수도권 도로가 마비된 것처럼 한국 정치는 정체돼도 너무 정체됐다.
김병기(오른쪽) 원내대표는 4일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인사 청탁 문자를 보내 논란을 빚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게 엄중 경고했다. /남윤호 기자 |
◆김현지 이슈 애써 덮었던 與, '현지누나' 논란에 당혹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인사청탁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어?
-문 수석이 보낸 내용은 중앙대 동문인 홍성범 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본부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해달라는 거였어. 김 비서관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하겠다"라고 답했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돼. 여기서 '현지 누나'라는 표현을 두고 국민의힘은 김 실장은 인사권이 없다며 공세를 퍼부었지. 김 실장이 '실세'라고 주장해 온 증거로 여기더라고.
-민주당 내 분위기는 어땠어?
-국정감사 기간 내내 정국 '블랙홀'로 작용했던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이슈를 애써 덮었던 민주당으로선 당혹감이 큰 분위기야.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수석의 거취를 두고 "시간이 필요하다"며 "상황을 좀 봐야 드릴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어. 김병기 원내대표는 문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엄중 경고를 했다고 해.
'인사청탁' 논란을 빚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이 4일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됐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
-민간기관 인사청탁 문자에 김 실장 이름이 거론되면서 이미 제기돼 온 김 실장 실세 논란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야. 당장 국민의힘은 "진짜 실세 누나"라며 "민주당은 이제 '현지 언급 금지법', '현지 전담 특별재판소'까지 만들 기세"라고 비꼬았어.
-사태 이후 문 수석은 두문불출하고 있다던데?
-국회 운영위원회 여당 간사 문 수석은 3일 전체회의에 불참했고, 4일 원내지도부가 모이는 정책조정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어. 대신 SNS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뒤늦게 사과글을 올렸지. 당 차원에서 문 수석의 당직 사퇴나 징계 등 후속조치는 아직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문 수석에 대한 거취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은 '현지 누나'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 1년인 지난 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리는 대외 행사에 참석하려 했으나 경호 문제로 취소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
◆광장 나서려던 李 대통령, 경호 우려에 무산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대국민 메시지를 냈더라.
-맞아. 이 대통령은 3일 오전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했어 "저들은 크게 불의했지만, 우리 국민은 더없이 정의로웠다"고 치켜올렸어. 특히 "우리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어.
-이날 저녁에도 이목을 끄는 일정이 예정돼 있었어.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석한다고 일찌감치 예고했거든. 대통령이 이런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광장에서 수많은 시민들과 접촉하는 것도 이례적인 결정이었어. 이 대통령은 앞서 성명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 "고통스럽긴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저를 다잡기 위해, 저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참석해 보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어.
이재명 대통령이 8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민임명식에 입장하며 시민들과 인사하는 모습. /대통령실 |
-그러나 오후 7시 30분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위해 우려 등 경호 사정으로 최종 불참을 결정했다"고 알렸어. 이례적인 대통령의 행보를 취재하기 위해 준비하던 기자들도 다들 한 순간에 긴장이 풀리는 모습이었어.
-사실 행사를 며칠 앞두고 대통령실이 이 대통령의 참석을 예고했을 때부터 경호를 우려하는 의견이 많긴 했어. 경호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국가 원수가 사방이 뻥 뚫린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쉽게 그려지지는 않잖아. 정부 차원에서 처음부터 대통령 경호를 감안해 조직한 행사도 아니었고, 또 현장 분위기에 따라 이 대통령이 일정 시간 무대에 올라 발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없었지. 이 대통령도 성명 발표 때 "경호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도 말려서 몰래 갈 생각"이라고 농담을 섞어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어.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약 10명의 한국 국민이 북한에 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2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
◆다시 불거진 '납북자 문제'…6명 생사 확인되나
-요즘 정치권에서 갑자기 납북자 문제가 등장했는데 계기가 뭐였어?
-발단은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외신 기자회견이었어.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기자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인이 북한에 억류돼 있는데 정부 대책이 무엇이냐"고 물었지. 이에 이 대통령이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하면서 논란이 발생했어. 이후 지난 4일 대통령실 입장문이 나왔는데 정부가 북한 내 억류자로 확인한 한국인은 총 6명이라는 내용이었어. 이들은 2013∼2016년 북한에 억류됐다고 해.
-현재 6명은 살아 있어?
-그 부분은 민감한 지점인데 정부에선 확인된 건 없는 것으로 전해져. 일각에선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이 2018년까진 살아 있었다고 추측해.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SNS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판문점 정상회담과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억류자 석방을 강하게 요구했다"며 "석방 직전까지 이르게 됐다"고 적었어. 즉, 석방 직전까지 갔다는 것은 이들이 당시 모두 살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의견이 많아.
통일부는 지난 4일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석방 대책을 국내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 문제와 연계해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2년 12월 1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현지 지도하는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
-앞으로 납북자 송환에 대한 진전이 있어 보여?
-정치 의제화가 되고 있긴 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아. 통일부는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면 최우선적으로 제기할 사안"이라고 했고, 대통령실도 "조속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전했어.
-비전향 장기수 송환과 연계될 가능성은?
-최근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 씨가 정부를 향해 북으로 송환을 요구했지. 안 씨를 포함해 북송 의사를 밝힌 장기수는 5~6명인 것으로 전해져. 다만 통일부 측은 해당 문제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이야. 정부는 억류자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고 북한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이 과정에서 비전향 장기수 송환과 연계돼서 납북자 송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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