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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역습] 환경에 치명적인 제설제, 보이지 않는 1" 원의 비용...자연·인간·미래에게 남겨진 겨울의 빚

SDG뉴스 SDG뉴스 배병호 생물다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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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역습] 환경에 치명적인 제설제, 보이지 않는 1" 원의 비용...자연·인간·미래에게 남겨진 겨울의 빚

서울 / 3.8 °
첫눈을 맞는 하수구는 제설제의 공포에 뜬다(사진=SDG뉴스)

첫눈을 맞는 하수구는 제설제의 공포에 뜬다(사진=SDG뉴스)


첫눈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설렘과 기쁨을 준다. 갑작스러운 풍경 변화가 주는 시각적 자극, 하얀색이 불러오는 심리적 정화, 어린 시절의 기억, 첫사랑과 로맨스의 문화적 상징, 도시 소음 감소, 멜라토닌·세로토닌의 생리 반응 등은 첫눈을 '누구나 행복해지는 희귀한 순간'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 짧은 기쁨 뒤에는 눈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이 쌓이는 것이 있다. 바로 '염분', 즉 제설제다.

한국은 공식 통계"차 부재하지만, 지자체 자료와 언론 분석을 종합하면 매년 최소 50만 톤 이상의 제설제를 사용한다. 서울시의 동절기 사용량(6만 톤)의 8배이며, 캐나다 일부 주 전체의 연간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엄청난 양이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얼마나 낭비되고 있는지 국가적 차원에서 누구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 한국은 왜 '제설제 무규제 국가'인가?

한국은 제설제의 환경영향·수질·토양·부식에 대한 국가 기준, 금지구역, 환경등급제, 사용 상한, 통합관리 시스템 모두 갖추지 못했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한국 사회에는 환경은 후순위로 "제설=안전"이라는 관념이 너무 강하다. 교통밀도가 높은 한국에서 눈길 사고, 체증, 도시 기능 마비는 행정 리스크로 직결된다.


따라서 공무원에게 제설은 "일단 많이 뿌려 사고를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단순하고 강력한 공식이 된다. 과다 살포는 처벌받지 않지만, 부"한 살포로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는 구"다.

둘째, 미국·유럽 등은 수십 년 전부터 염화물 오염을 연구하고 규제를 강화해 왔지만, 한국은 환경 중심의 제설 철학이 자리 잡지 못했다. 제설제 피해 연구는 부"했고, 경각심도 낮았다.

셋째, 한국은 제설제 사용을 국가가 관리하지 않고 지자체 재량에 맡긴 구"다.


행안부·국토부 지침은 있으나 '얼마나, 어떤 구간에, 어떤 제설제를 써야 하는지' 법적 기준이 없어, 지자체별 제설 방식은 "각난 채 운영된다. 결국 한국은 많이 뿌릴수록 행정적으로 안전한 나라, 적게 뿌릴수록 공무원이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나라가 됐다.
눈은 녹앗는데 제설제는 덩어리채 남아 각종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사진=SDG뉴스)

눈은 녹앗는데 제설제는 덩어리채 남아 각종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사진=SDG뉴스)



■ 1" 원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비용'

제설제 구입비만 계산해도 50만 톤은 약 8천억~1" 원 규모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숨겨진 사회적 비용이다. 도로·교량 부식, 수질 정화, 생태계 피해, 지하수 염분 증가 등을 고려한 총비용은 최소 2~3" 원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설제는 자연 생태계 파괴와 국가 인프라 수명을 무너뜨린다"

▲겨울철 하천 염도는 평상시의 10~20배 증가, ▲도로변 가로수 고사 ▲토양 미생물 감소 ▲물벼룩·양서류 등 저염 생물의 집단 폐사 ▲지하수와 음용수 기준 위협 ▲차량·교량·가드레일·철근 구"물의 급속 부식 ▲국가 인프라 수명 단축 등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안전 확보를 위한 부수적 비용'으로 취급해 왔다. 반면 선진국은 이미 이를 중대한 환경위협(environmental threat)으로 규정한다.

■ 해외는 왜 제설제를 규제하는가?

▲캐나다는 로드솔트를 독성 유해물질로 지정하고, 사용·보관·회수 기준을 연방법으로 강제한다.

▲스웨덴·노르웨이·스위스 등 북유럽은 지하수보호구역, 호수 주변, 생태보호구역에서는 염화물 제설제 전면 금지가 기본이다.

▲EU는 물관리지침(WFD)으로 염화물 기준을 강력하게 관리한다.

▲미국은 연방 매뉴얼로 도로온도별 살포량을 표준화하고, EPA(환경보호청) 수질 기준까지 연계한다. 뉴욕주는 '도로염 감소법', 미네소타주는 Salt Smart 프로그램 등 주 단위 규제를 도입했다.

▲중국은 제설제를 국가표준(GB)으로 관리해 성분·순도·부식성·식물 피해·수질 영향까지 법적 기준을 둔다.

▲일본은 국토교통성이 전국적 제설 매뉴얼을 발행해 지자체가 이를 의무 준수한다.

반면 "한국은 지침만 있을 뿐 국가 법적 기준은 전무"하다.
눈은 다 녹았는데 제설제가 마치 눈같이 남아있는 도로(사진=SDG뉴스)

눈은 다 녹았는데 제설제가 마치 눈같이 남아있는 도로(사진=SDG뉴스)



■ 제설제가 환경에 미치는 피해

▲토양오염: 염농도 5~20배 증가, 뿌리 고사, 토양미생물 감소

▲수질오염: 하천·호수 염도 급증, WHO 기준 초과 가능성

▲생태계 붕괴: 식생 고사, 야생동물 염분 섭취로 사고 증가

▲인간 건강: 미세염분 흡입, 노면 염분으로 인한 미끄럼 사고

▲도시 인프라 부식: 차량 하부, 교량, 철근, 콘크리트 수명 단축

제설제는 단순한 도로관리 물질이 아니라, 환경·건강·안전·경제에 연쇄적 위험을 주는 복합 오염원이다.

■ SDGs 관점: "덜 뿌리고, 더 똑똑하게"

제설 문제는 SDGs 여러 목표와 직결된다. ▲SDG 6: 수질오염 증가, 정수 비용 상승 ▲SDG 14·15: 해양·육상 생태계 붕괴 ▲SDG 13: 기후 변화와 폭설·빙판 증가▲SDG 11: 도시 인프라 손상 ▲SDG 12: 과잉 화학물질 사용의 비지속성

한국이 지금처럼 방치하면 제설제 사용량과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첫 눈 온날 관악구 골목 풍경 (사진=SDG뉴스)

첫 눈 온날 관악구 골목 풍경 (사진=SDG뉴스)



■ 한국이 가야 할 길: 국가 제설제 관리법 + 미래 로드맵

한국은 캐나다·유럽처럼 국가 기준 → 지자체 시행 구"로 전환해야 한다. ▲제설제 품질·환경등급 기준 ▲사용량 국가 통합관리시스템 ▲친환경 제설제 50% 전환 ▲금지구역 지정 ▲결빙방지(anti-icing) 중심 체계 ▲회수·세척·재활용 시스템 ▲하천·지하수 염도 모니터링 등이 있다.

이는 "덜 뿌리는 제설"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더 똑똑한 제설이다. 제설제는 눈을 녹이지만, 그 뒤에 남는 환경의 상처는 쉽게 녹지 않는다. 한국은 선택해야 한다.

도시의 즉각적 안전만을 위해 얼음을 계속 녹일 것인지, 아니면 자연과 인프라가 함께 살아남는 지속가능한 겨울을 만들어 갈 것인지.

지속가능한 도시는 '눈이 빨리 녹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인프라가 함께 살아남는 도시'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어떤 겨울을 남길 것인가?"
제설제 보도 걷고 싶지 않다.(사진=SDG뉴스)

제설제 보도 걷고 싶지 않다.(사진=SDG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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