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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기아는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독보적인 혼 이어갈 것"

서울경제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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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기아는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독보적인 혼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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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80주년···새로운 미래 비전 제시
1944년 '경성정공' 자전거로 시작
두번의 부도 딛고 품질·디자인 경영
K시리즈 출시 후 전동화 전환 가속
"혁신DNA 앞세워 톱 브랜드 도약"
미래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 첫선


기아(000270)의 80년은 한편의 서사처럼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김철호 창업자와 정몽구 명예회장님이 그랬듯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것입니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온 기아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1944년 창립 이후 두 번의 부도와 자동차 산업 통폐합 등 여러 역경에서 구사일생한 기아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 연간 3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톱 브랜드’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정 회장은 5일 경기 용인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여해 “정주영 창업회장님은 화성공장 새천년 기념비석에 ‘기아 혼 만만세’라고 새기실 만큼 기아만의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혼을 높이 평가했다”며 “이런 기아의 혼은 기아가 보유한 혁신 DNA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특히 “기아는 굉장히 개성 있고, 훌륭한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라며 “굉장히 원초적으로 강하고 개성이 있는데 그것을 잘 다듬으면 아주 훌륭한 보석으로 태어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지금까지 잘했던 부분과 실수했던 부분을 참고해 앞으로의 도전을 잘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학영 국회부의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호성 기아 사장 등 기아 전현직 임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기아의 전신은 김 창업자가 1944년 창립한 ‘경성정공’이다. 김 창업자는 1952년 ‘아시아에서 일어난다(起亞)’라는 뜻의 기아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최초의 국산 자전거인 ‘3000리호’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1962년에는 최초의 국산 오토바이 ‘C-100’, 최초의 국산 삼륜차 ‘기아 마스터 K-360’을 출시하며 당시 대한민국 물류 산업 발전의 원동력을 키웠다.


1990년 기아산업은 기아자동차로 사명을 바꾸고 자동차 전문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차종이 기아의 대표 모델인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다. 하지만 기아차는 명확한 오너십의 부재, 무리한 사업 확장 등이 겹치며 존립 위기에 처하게 되고 결국 1997년 ‘부도 유예’ 사태를 맞았다. 이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결단으로 1998년 당시 현대그룹의 울타리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 이후 기아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인수한 지 1년 만인 1999년 카렌스·카니발·카스타 등 ‘스리카 효과’를 앞세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품질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정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이후 기아는 2004년에는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2006년에는 미국 조지아 공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갔다.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정의선 회장이다. 당시 기아 사장을 지낸 정 회장은 2007년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직접 영입해 ‘디자인 경영’을 본격화했다. 단순히 차량 디자인만 변경하는 것이 아닌 수직적이던 조직 문화 전체를 개선하겠다는 목표였다. 기아의 명작인 ‘K시리즈’도 이때 탄생했다.




2020년대 들어 기아는 또 한 번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2021년 사명을 기아자동차에서 기아로 변경하고 ‘영감을 주는 움직임’이라는 새 슬로건을 걸었다. 가장 큰 변화는 친환경 모빌리티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개편이다. 기아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벗어나 첫 전동화 차량인 EV6를 출시하고 EV3·4·5·9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최근 고객 맞춤형 차량인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PV5도 출시했다.

인수 이후 실적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1999년 7조 9310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기준 107조 4488억 원으로 약 12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8억 원에서 12조 6617억 원으로 2만 5832% 급증했다. 기아가 올해 11월까지 판매한 차량은 글로벌 누적 기준 6368만 4436대다.



이날 기아는 브랜드의 미래 구상을 담은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공개했다.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결합해 이동의 개념을 단순한 주행에서 휴식과 소통으로 확장한 미래 콘셉트카다. 1960년대 장거리 여행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운전의 즐거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경험, 편안한 휴식 공간 등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기아의 역사를 담은 ‘기아 80년’도 발간됐다.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첫 역사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의 성장 과정은 유독 역동적이고 파란만장했다”며 “과거 위기를 초래했던 사업 운영과 섣부른 성공에서 오는 자만을 경계하고 창업 이래 이뤄온 분발의 정신을 되새기겠다”고 말했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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