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에서 당헌 개정을 위해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던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5일 열린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앞선 1인 1표제 개정안 관련 당원 여론조사 때와 유사하게 개정안 투표가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당헌 개정안은 전일 당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지만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특히 정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이 출국길에 오르자마자 당헌 개정을 위한 당원투표 실시를 천명한 후 논란 끝에 보완해 추진한 당헌 개정이 무산되면서 정청래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전국 중앙위원 596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해당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에는 중앙위원 총 596명 중 373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271명이 찬성했다. 중앙위에서 안건이 의결되려면 재적 위원 과반(299명)이 찬성해야 하지만 정족수에 미달한 셈이다. 투표 결과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중앙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정 대표가) 가장 큰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중앙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위원들이 갖고 있는 여러 권한을 당원들에게 대폭 이양하는 문제에 대해 약간 조심스러움이 작용한 것 같다"며 "당원·대의원 역할 태스크포스(TF)에서 여러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인 1표제를 둘러싼 당 내홍은 계속돼왔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과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정안 통과에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고, 지난 1일 열렸던 공개 토론회에서는 극렬히 반대하는 당원들이 나오는 등 정 대표 사퇴 촉구 시위까지 벌어졌다. 일부 민주당 당원은 지난달 24일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에 정당성이 없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반대에도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이 전일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며 중앙위에서도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란 분위기가 나왔다. 특히 영남 등 당세가 약한 지역 의견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당내 숙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보완하기 위해 '대의원 역할 재정립을 위한 TF'가 꾸려져 해당 TF에서 논의된 보완책을 반영한 수정안이 중앙위에 올라간 상황이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숙의 과정이 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영남 등 전략 지역 보정에 대한 당원과 지도부의 요구가 있었다"며 "TF에서 만장일치로 조정한 합의 내용이 중앙위 수정안으로 올라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완책이 반영된 수정안이 올라갔음에도 대다수 당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상 기권으로 정 대표가 밀어붙인 당헌 개정안에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날 중앙위에서는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선출 시 권리당원에게 후보 선출권을 주고 예비경선제를 도입하는 등의 당헌 개정안 역시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중앙위원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297명이 찬성했다.
정 대표는 이날 중앙위 당헌 개정안 부결 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당대회 때 약속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중앙위에서 부결됨으로써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나은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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