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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불렸던 국민의힘 3선 중진인 윤한홍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昏庸無道)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
원조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창원 마산회원)이 장동혁 당 대표 면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없이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행태를 질책했다. 친윤계이자 당 주류인 영남·다선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장 대표를 공개 저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그만큼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당 안팎 내란 옹호 세력과 호흡을 맞춰온 장 대표의 고립 또한 심화하는 모습이다.
윤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혼용무도 이재명 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에서 한자리 건너 앉은 장 대표를 향해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장 대표가 12·3 내란을 놓고 “의회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했던 지난 3일 발언을 겨냥한 듯 “국정마비가 계엄의 원인이다, 이런 얘기는 더 이상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비상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 사과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을 아무리 비판해도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비판하는 꼴”이라며 “백약이 무효”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당 대표를 만들어준 그런 분들에 대한 섭섭함은 지방선거에 이겨서 보답하면 된다. 몇달 간 배신자 소리 들어도 된다”며 “계엄조차 벗어던지고 있지 못해서 내란 딱지로 (민주당이) 1년을 우려먹고 있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지방선거 치르면 내란 딱지는 5년 간다”고 했다. “계엄을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것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장 싫어할 것”이라며 “그 길로 가야 한다. 이것이 저 무례한 이재명(대통령)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윤 의원 발언 내내 별 반응 없이 듣기만 했다.
윤 의원 발언 내용 자체는 그간 장 대표에 대한 비판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발언 주체가 ‘찐윤’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사퇴 뒤 대선 승리까지 함께한 인물로 권성동 의원·장제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윤핵관 3인방’으로 꼽힌 바 있다. 그런데도 “윤 후보는 당시 내로남불 문재인 정권 연장을 막기 위해 외부에서 스카우트 해온 사람이다. 우리하고 큰 연결고리도 없었다. 우리 당과 사전에 논의한 적도 없다”고 딱 잘라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할 필요성을 얘기한 것이다.
그동안 ‘계엄 사과·윤 전 대통령 절연’ 주장은 초재선 위주 소장파나 친한동훈계에서 제기돼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지거나 ‘계파 다툼’으로 치부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장 대표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자기 정치’가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위기감을 ‘찐윤’으로 대표되는 주류 세력조차 느낀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의원들 민심이 악화하며 장 대표 고립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은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의원의 발언 전문을 공유하며 "그 인식과 우리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때 통일부 장관과 탄핵 정국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5선의 권영세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사후적으로 이번 계엄이 헌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음을 알게 된 만큼 국민께 깊은 우려를 안겨드린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너무나당연하다. 여기에 무슨 모순이 있느냐”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중진 의원 사이에서도 장 대표가 ‘자기 정치’만 해서 민주당 실정을 묻히게 한다는 불만이 쌓인 것으로 안다”며 “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침묵했던 ‘찐윤’까지 움직이게 한 것”이라고 했다. 영남의 한 재선 의원은 “영남권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상계엄에 관해) 장 대표처럼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3일 사과 한번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왜 논란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3일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는 입장을 낸 뒤 계엄 사과나 윤 전 대통령 절연과 관련된 발언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25명 의원이 같은 날 비상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 절연이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내는 등 자성 움직임이 있었지만,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3일 낸 입장에 담긴 ‘색깔론’을 반복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 6개월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약탈과 파괴”라며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만 이어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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