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빙상연맹은 2025-26시즌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 성적을 기반으로 밀라노 동계올림픽 출전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남녀 개인전과 혼성 계주까지 합산해 총 9개 세부 종목 출전권을 확보했다고 전하며, 그중 가장 극적으로 관심을 모은 이름이 바로 린샤오쥔이었다. 그는 월드투어 3차대회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수확하며 마지막 퍼즐 조각을 채웠고, 그 순간 곧바로 올림픽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 팬이 기억하는 임효준의 모습이 아닌,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돌아오는 장면이 이제 현실이 된 셈이다.
다만 전성기와 비교하면 냉정한 평가도 따른다. 중국 매체는 “현재 린샤오쥔의 경기력은 평창 시절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적 변경 과정과 법적 분쟁, 긴 공백기, 잦은 부상으로 인해 폼이 완전히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500m에서는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만 1000m, 1500m에서는 A파이널에 오르는 장면조차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중국 내부에서도 “금메달이 가능한 종목은 500m 하나”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국은 이 하나의 종목 때문에 긴장한다. 한국 쇼트트랙은 전통적으로 장거리(1000·1500m)에서 강세지만 500m에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왔다. 즉, 린샤오쥔의 강점과 한국의 약점이 정확히 겹치는 지점이다.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 그의 존재는 단번에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된다. 금메달 가능성이 한 종목이라도, 그 종목에서 한국이 흔들릴 가능성은 존재한다. 한국의 전략 수립이 더 촘촘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8 평창에서 그는 한국 국기를 두르고 금메달을 들었다. 빙판 위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승부를 마무리하는 해결사였다. 하지만 2019년 훈련 중 벌어진 사건으로 징계를 받고 국적을 변경하며 중국으로 향했다. 이후 무죄 판결을 통해 명예는 회복했지만 시계는 이미 다른 쪽으로 흘러 있었다. 모든 선택은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닿아 있었고, 그는 다시 올림픽에 서지만 더 이상 태극기가 아닌 오성홍기를 품고 빙판에 선다.
한국과 중국, 두 국기를 모두 경험한 선수의 복귀가 곧 올림픽을 흔든다. 그는 이제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연구 대상이며, 동시에 가장 복잡한 감정을 불러오는 한 명의 선수다. 한국은 500m 약점을 보완해야 하고, 린샤오쥔은 자신의 선택과 커리어를 증명해야 한다. 그의 스케이트가 얼음을 긋는 순간마다 양국의 감정과 해석이 쌓이고, 밀라노 올림픽 쇼트트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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