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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 때문? 일본, 방위비 재원 마련하려 소득세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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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 때문? 일본, 방위비 재원 마련하려 소득세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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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GDP 2% 증액 조기 달성' 추진
추경 편성도… 고이즈미, 내년 1월 방미
증세 부담에 반발 예상… 유신회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 도착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 도착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일본 정부·여당이 방위비를 증액하려 2027년부터 소득세를 증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압박에 자발적으로 늘리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5일 일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여당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상향한다는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자 '방위특별소득세' 신설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득세액에 특별 소득세 명목으로 1%를 추가 부과하는 방안이다. 정부·여당은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정부는 2022년 일본 국가 안보 정책의 근간인 안보 3문서에 '2027년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2%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담았다. 당시 방위비 증액 재원을 마련하고자 소득세와 법인세, 담뱃세를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증세 논란에 따른 국민 반발을 우려해 시행 시기는 계속 미뤄왔다.

안규백(왼쪽) 국방부 장관이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를 마친 뒤 피트 헤그세스(가운데) 미국 국방(전쟁)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규백(왼쪽) 국방부 장관이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를 마친 뒤 피트 헤그세스(가운데) 미국 국방(전쟁)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나마 조세 저항이 적은 법인세와 담뱃세는 내년 4월부터 올리기로 한 바 있다. 다만 소득세는 언제부터 올릴지 정하지 못했다. 기시다 정부는 결정을 차기 정부로 넘겼고, 직전 정부였던 이시바 시게루 정부도 저울질만 반복했다. 그러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방위비 GDP 대비 2% 증액을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내 조기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감행하기로 한 것이다. 여당 간부는 아사히에 "(증세) 시행 시기를 미루면 그 자체가 일본 방위력의 한계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세 증세 강행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마침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장관이 내년 1월 미국으로 건너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추진 중이다.정부가 추경에 방위비를 편성 시 2025년도 안에 GDP 2% 방위비 목표를 실현하게 된다. 고이즈미 장관이 헤그세스 장관에게 "방위비 증액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사히는 "고이즈미 방위장관은 '일본이 자발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미국 측에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당장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부터 방위비 목적 증세를 반대한 바 있다. 야권도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반발을 고려해 소득세 인상분만큼 현행 2.1%인 '부흥특별소득세'를 1%포인트 낮출 방침이다. 아사히는 "당분간은 실질적 부담 증가가 없지만, 부흥세는 한시적인 반면 방위 목적 증세는 항구적 조치이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짚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