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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지시는 자녀를 망친다 … 가능성 열어둬 선택하게 하라

매일경제 김유태 기자(in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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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지시는 자녀를 망친다 … 가능성 열어둬 선택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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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수전 도미너스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펴냄, 2만3800원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수전 도미너스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펴냄, 2만3800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음악을 배우기 전부터, 난 이미 음악의 세계 속에 살고 있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사실 6대 선조 때부터 200년 넘게 음악가를 배출한 예술 가문 출신이었다. 바흐 가문은 음악이 내재화된 집안이었고, 따라서 바흐의 선율은 단지 천부적 재능에 따른 우연만은 아니었다. 여기서 떠오르는 궁금증 하나. 왜 어떤 집안에선 작곡가만 줄줄이 나올까. 또 어떤 집안에서는 의사만, 학자만, 교수만 나오는 걸까.

신간 논픽션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성공한 인물들의 '가족문화'를 심리학적으로 추적한 책이다. 저자 수전 도미너스는 '가족문화의 차이가 미치는 연쇄적인 영향력'을 파고든다. 비결은 뭐였을까.

세라 그로프란 이름의 소녀가 14세였던 시절, 그녀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호수를 직접 수영해서 건너고 싶다"고 말했다. 거리 14㎞의 거대한 호수였기에 소녀 몸으로는 무리임이 분명했다. 대개 어린 딸이 식탁에서 이런 말을 하면 부모의 답은 둘 중 하나다. "밥 먹어라"가 대부분이고, 좀 사려 깊은 쪽이라면 "수영 연습을 더 하고 그때 도전해보면 어떨까" 정도랄까.

세라의 아버지 제리 그로프는 뻔한 반응으로 딸의 결연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제리는 보트를 타고 호수를 수영하는 딸의 곁을 따라갔다. 호수를 진짜로 횡단한 세라는 훗날 올림픽에 2회 출전한 트라이애슬론 미국 대표가 된다. 심지어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이를 낳고서도 수영 3.86㎞, 자전거 180㎞, 마라톤 완주까지 '8시간54분' 만에 해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삶은 가족문화라는 환경과 유전 그리고 운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됨을 잊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를 만나도 자녀가 빛을 발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두운 유년을 보냈으면서도 자립해 성공의 반열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결론은 이렇다. '터무니없는 목표일지라도 자녀의 도전을 지지해주고 결코 한계를 규정짓지 말라. 그리고 직접 자녀의 모범이 돼라.'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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