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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만큼 중요했던건 공감이었죠"… 어느 언론인의 고백

매일경제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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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만큼 중요했던건 공감이었죠"… 어느 언론인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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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
김주하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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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신문은 세상의 창이었고, 앵커는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책은 김주하가 어린 시절 신문에 대한 추억, 텔레비전 뉴스에 매료되던 순간, 고등학교 신문반에서 맡던 잉크 냄새 등 '언론인이 되기 전의 김주하'에서 출발한다. 방송기자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학부터 잘 들어가 보라"는 답만 돌아오던 시절, 그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교내 비치된 전화기를 들어 방송국에 직접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쉬는 시간마다 반복해도 부서마다 서로 답을 미루기 일쑤였지만, 그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집요한 시도 끝에 인사담당자의 번호를 알아낸 그는 기자들이 주로 어떤 전공을 갖고 있는지 마침내 답을 얻는다. 흔한 정보였지만, 그에게는 "주어진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드는 사람"으로 변화한 첫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꿈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앵커 선배들이 많다는 이화여대에 들어가기 위해 재입학을 준비한다.

입사 후에도 그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능동적으로 일하며 '부적합한 목소리' '아나운서 출신' '여성 기자' 등의 편견을 뛰어넘어 최초의 여성 단독 앵커 자리에 오른다.

MBC 파업 참여 이후 목적이 모호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에 배정돼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다녀야 했던 경험 등도 책 속에서 담담히 털어놓는다. 2019년 생방송 중 표정을 일그러뜨렸던 이른바 '급똥'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한다. 뉴스 직전 먹은 '유통기한 3년4개월이 지난 라면'이 원인이었고, 구토 후 상태가 나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은 '정점에 선 인물의 무용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주하는 최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뉴스를 진행하는 1시간10분으로 내 모든 것이 설명된다고 생각하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책은 그 시간의 바깥에 있는 결혼 생활, 아이들에 대한 애정, 자선 활동 등 다양한 삶의 기록을 담았다.


특히 결혼에 이르게 된 과정부터 이혼을 결정하고 긴 소송을 거치는 과정도 담담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그는 마치 르포를 작성하듯 사회학·심리학 개념을 끌어와 자신의 결혼 생활을 분석한다.

책은 이혼을 앞두고 사회적 시선을 두려워하던 시점부터,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의 '생존 서사'로 긍정하게 되기까지의 여정도 담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해 언론인에게 필요한 덕목이 단지 객관성만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 경험은 청소년 자립을 돕는 멘토 활동으로 이어진다. 그는 시련을 단순히 견뎌야 할 장애가 아니라 성장의 또 다른 발판으로 해석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폭풍우 속 흔들리는 삶을 사는 이들이 쉽게 떠밀려 가지 않도록 잠시라도 의지할 닻이 되고 싶었다"고 밝힌다. 자신의 고난과 성장을 기록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공적 존재로서의 책임감이 그의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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