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AI 다음은 로봇” 점찍자…韓 기업도 웃는다

美中 패권경쟁, AI에서 로봇으로
정부 차원 육성에 미국 기업 기대
'로봇 부품·반도체 협력' 韓도 수혜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공지능(AI)에 이어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국가 차원 지원을 본격화한 나선 가운데, 로봇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밀착하게 협력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사진=테슬라)

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내년 로봇 산업 진흥 행정명령을 검토하는 등 로봇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미국 내 주요 로봇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하는 등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로봇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데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데 이어 로봇 산업으로 전장을 확장한 것이다. 중국의 경우 로봇산업을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삼고 국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올해 상반기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펀딩을 통해 약 4조49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하기도 했다.

피지컬 AI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역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로봇산업을 육성해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로봇 업계에서는 세제 혜택이나 자금 지원 방안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미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는 국내 업계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부 지원책은 알 수 없지만, 로봇산업 자체가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면 미국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국내 부품기업들은 미국 빅테크들과 협력을 강화하며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LG이노텍(011070)은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에 장착될 비전 센싱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피규어AI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도 공급한다. 삼성전기(009150)도 북미 빅테크 업체에 카메라 모듈 공급을 앞두고 있다.

로봇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될 경우 이 같은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고성능 칩이 필수적인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과 로보택시뿐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도 자체 AI칩을 적용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테슬라의 ‘AI5’와 그다음 세대 ‘AI6’ 칩을 생산한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응용처가 확장할 수 있다. 미국 엔비디아는 로봇 자체를 제조하기보다는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로보틱스용 칩을 통해 AI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젯슨’에는 저전력 고성능 D램인 LPDDR5가 탑재되는데, 향후 피지컬AI 확산으로 로봇 수요가 늘어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