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
고령층·골다공증 환자, 낙상 주의보
“고관절 고절 방치 땐···사망률 급증”
고령층·골다공증 환자, 낙상 주의보
“고관절 고절 방치 땐···사망률 급증”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첫눈이 요란히 쏟아졌다. 4일 퇴근길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눈발이 굵어지더니 시간당 5cm의 강한 눈이 집중되면서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변했다. 첫눈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설렘을 주지만, 낮은 기온으로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바닥이 평소보다 훨씬 미끄러워졌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블랙아이스형 결빙’도 곳곳에 생겨 보행자에게 갑작스러운 낙상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이나 평소 골다공증이 앓고 있는 경우 낙상이 골절과 장기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김상민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겨울철 낙상은 단순 타박상으로 끝나지 않고 고관절 골절과 같은 중증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행 습관과 외출 환경을 평소보다 더 엄격히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겨울철 골절상은 대부분 미끄러운 빙판길을 걷다가 발생한다. 두꺼운 외투나 여러 겹으로 옷을 껴입다 보니 다른 계절보다 민첩성이 떨어지고 근육이나 관절이 경직 돼 사고 발생 확률 높아질 수밖에 없다. 넘어지면서 손목이나 발목을 다치기 쉽고 심한 경우 고관절이나 척추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허벅지와 골반을 잇는 부위가 부러지는 고관절 골절에 주의해야 한다.
흔히 엉덩이뼈로 불리는 고관절이 골절되면 체중을 견딜 수 없어져 극심한 통증이 생긴다. 거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수개월 간 침상 생활이 불가피해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 폐렴, 욕창, 혈전 등 2차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학계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 수술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14.7%, 2년 내 사망률은 24.3%에 달했다. 고관절 골절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년 내 사망률이 25%, 2년 내 사망률은 70%까지 올라갈 수 있다. 김 교수는 "고관절 골절은 한번 발생하면 여성 기준으로 2명 중 1명이 기동 능력과 독립성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4명 중 1명은 장기간 요양기관이나 집에서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설명했다.
빙판길에서 넘어지며 꼬리뼈 주변 근육에 충격이 가해지면 주변 조직이 긴장되고 앉거나 자세를 유지하는 데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대둔근·이상근·다열근 등 꼬리뼈 주변 근육을 이완하고 근막 긴장을 완화해 회복을 돕는 관리가 필요하다. 초기엔 통증이 크지 않아도 긴장이 이어지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이 계속되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좋다.
빙판길에서 미끄러질 뻔해 중심을 잡는 과정에서 허리를 삐끗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상황을 겪은 뒤엔 무릎을 굽혀 다리 아래에 베개를 두고 눕는 자세를 유지하는 게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된다. 초기 가벼운 통증이라면 냉찜질과 소염제 복용으로 조절 가능하다.
고령층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단순 통증으로 여기고 넘어가선 안 된다. 빙판길에서 낙상이 있었다면 통증 정도와 관계없이 병원 방문을 권장한다.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통해 추가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낙상을 예방하려면 일상적인 보행 습관부터 세심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걷는 속도를 줄이고 보폭을 좁히면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행동은 넘어졌을 때 몸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게 해 부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고무창 신발을 선택하고 지나치게 긴 바지나 헐렁한 옷처럼 발에 걸려 보행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조정하는 게 좋다. 겨울철엔 옷차림이 부피감 있어 민첩성이 떨어지므로 외출 전 복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한파·폭설·빙판 등 기상 악화로 낙상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날엔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동할 땐 경로를 미리 살피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서두르지 않아야 하고 난간이나 지지물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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