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뒤 걸을 수 없거나 마비·저림 동반되면 병원 가야
예방 위해선 미끄럼 방지 신발·양손 자유 확보·동행 외출이 중요
폭설 후 한파로 도로 곳곳이 얼어붙은 5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일대에서 한 시민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있다. 2025.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눈이 내리면서, 노인층을 중심으로 낙상 후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겨울철 길거리에서 발생하는 낙상은 단순 타박상으로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골절·뇌진탕·척추 손상 등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 후유증과 생명 위협까지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의 낙상사고 환자 비율은 2014년 대비 2.1배 증가했으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에서 고관절·척추·손목 등의 주요 골절 발생률이 높았으며, 회복 기간이 길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일반 성인보다 높게 나타났다.
의료계는 "넘어졌지만 견딜 만하다"는 인식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낙상 직후 나타나는 증상 중 △10분 이상 지속되는 극심한 통증 △부종이나 멍이 급속히 퍼지는 경우 △손발 또는 다리에 감각 이상·저림·힘 빠짐 증상 △걸음이 휘청거리거나 체중을 실을 수 없는 상태 △머리를 부딪힌 후 구토, 어지럼, 멍한 의식 상태 등은 골절이나 뇌손상 가능성이 있어 즉각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머리를 부딪힌 낙상은 외상이 보이지 않더라도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수 시간~24시간 이후에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심혈관질환자나 뇌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CT 등 영상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눈길에 미끄러졌다면 초기 1~2일간 통증이나 붓기 등 변화를 관찰하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하면 영상 검사를 통해 골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어깨, 손목, 엉덩이, 발목은 외상 후 골절이 잦은 부위로 꼽힌다.
낙상은 사고가 발생한 뒤의 대처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낙상을 예방하는 습관이 가장 효과적이다. 추운 날씨에 외출 전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과 근육의 유연성을 높이면 낙상 시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혈류 순환이 원활해지고 반사 신경도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넓은 밑창의 신발이나 아이젠·스파이크 패드 착용은 보행 안전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손을 주머니에 넣는 대신 장갑을 착용해 양손을 자유롭게 두고, 가방은 손에 들기보다 어깨에 메거나 몸에 밀착시키는 것이 안전하다.
걷는 자세도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발 전체를 바닥에 평행하게 디디고, 보폭을 줄여 걷는 것이 좋다. 무릎은 약간 굽히고 몸의 중심을 살짝 앞으로 두는 '펭귄 걷기' 자세가 빙판 위에서는 효과적이다. 또한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직후처럼 노면이 얼기 쉬운 시간대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고령자의 경우 보호자와 동행하는 것이 낙상 사고 이후 즉각적인 대응에 도움이 된다. 날씨가 추워지는 시기에는 일주일에 1회 이상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외출 시 혼자 이동하지 않도록 가족·이웃과의 연결망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고령자는 균형 감각과 근력이 떨어져 작은 어지럼증에도 쉽게 넘어질 수 있다"며 "특히 고관절 골절은 생존율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