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산화 의지에 韓 3사 배터리 검토…LFP 대비 높은 가격이 난관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보급형 전기차용인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에 대한 가격 검토를 문의했다. 이는 견적 요청(RFQ) 이전 가능성을 검토하는 사전 단계로 실제 납품 검토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는 니켈 60% 함량 수준 보급형 배터리의 전압을 높여 에너지밀도를 개선한 배터리다. 통상 4.1~4.2V 수준 전압을 4.4V로 높여 에너지밀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니켈 함량이 80~90%에 이르는 하이니켈 대비 저렴하면서도 전압 상승에 따른 에너지밀도가 높아 보급형·메인형 전기차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가 3사 대상으로 고전압 미드니켈에 대한 가격 문의에 나선 것은 정부 측의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2035 이차전지 산업기술 로드맵'을 수립키로 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배터리 국산화 비중 확대를 염두에 둬왔고, 이에 따라 현대차 내 일부 보급형 전기차를 중국산이 아닌 국내산으로 전환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가격 문의에 나서며 실제 전환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는 단계로 풀이된다.
현대차가 국내산 배터리로 전환하려는 전기차 모델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현대차는 현재 CATL로부터 코나 일렉트릭 배터리를, 기아가 니로 EV·레이EV·EV5·PV5 배터리를 수급받고 있다. 이밖에도 CALB과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비야디(BYD)로부터는 중국 전략 모델인 일렉시오의 배터리를 수급받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문의가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3사의 고전압 미드니켈 판도가 넓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 고전압 미드니켈이 본격적인 양산·공급 이력이 없는 만큼, 현대차에 채택된다면 다른 전기차 업체로도 공급선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배터리가 각형 폼팩터로 검토되는 점도 의의가 있다. 과거 삼원계 각형은 파우치 대비 낮은 에너지밀도와 차량 플랫폼 유연성 저하, 원통형 대비 비싼 가격 등으로 프리미엄 등 일부 전기차 라인업에 한정해 채택돼 왔다. 최근에는 화재 안전성과 신뢰성 요구가 높아지면서 내부 가스 배출, 열전이 방지 설계(NP)에 유리한 각형 배터리가 시장의 주력 폼팩터로 떠오른 상황이다.
과제는 가격이다.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가격은 통상 미드니켈과 유사한 수준으로 하이니켈 대비 저렴하지만 리튬인산철(LFP)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 높은 에너지밀도가 전기차 시장 내 매력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당장 채택하기는 난관이 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국내 3사가 아직 고전압 미드니켈 라인을 대량양산 수준으로 구축하지 않은 상태라 초기 생산에 따른 비용도 높아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현대차의 미드니켈 도입은 초기 단계로 가격, 안정성 문제 등 거쳐야 할 논의 단계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제 탑재가 이뤄지면 정부의 국산화 니즈 충족은 물론 배터리 업계의 납품 이력 확보로 전기차 시장 내 판도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