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李대통령-손정의 회동…한국에 ‘ARM 스쿨’ 설립 본격화

이데일리 황병서
원문보기

李대통령-손정의 회동…한국에 ‘ARM 스쿨’ 설립 본격화

서울구름많음 / -1.8 °
정부·ARM, ‘ARM 스쿨’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재 1400명 양성
손정의 “ASI 시대, 에너지·반도체·데이터·교육이 핵심”…한국 역할 강조
AI 접근권 ‘기본권’ 합의…국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 전망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대통령실이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접견을 통해 세계 최대 칩리스 기업 ARM과 반도체 설계 전문 인재 1400명을 양성하는 ‘ARM 스쿨(가칭)’ 설립을 본격 논의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ARM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양측은 워킹그룹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ARM 스쿨은 ARM이 가진 설계(IP)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특화 교육기관으로 약 1400명 규모의 최고급 설계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며 “국내 시스템반도체·팹리스 분야의 취약점을 보완할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ARM 스쿨을 마련할 곳으로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지정과 남부 반도체 벨트 구상과 연계한 교육·연구개발(R&D) 지원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게 김용범 실장의 설명이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국내 NPU·AI 반도체 기업들이 ARM의 설계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ARM 스쿨이 구축되면 국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손 회장의 이날 만남은 예정 시간을 넘겨 1시간 10분간 진행됐다. 이날 접견에는 손 회장과 함께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세계 최대 칩리스 기업인 르네 하스 ARM 대표도 참석했다.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블랙록, 오픈AI, 엔비디아 등 글로벌 리더들과 연쇄 협력을 통해 ‘AI 3강’ 도약을 추진해왔다”면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AI 이니셔티브’를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시키며 아·태 AI 허브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등 국내 역량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한국은 변혁기마다 손 회장에게 큰 영감을 받아왔다”고 말했고, 손 회장은 과거 DJ정부에서는 ‘브로드밴드’, 문재인 정부에서는 ‘AI’를 조언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SI(초인공지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SI를 “인간보다 1만 배 뛰어난 초지능”으로 규정하며, “모든 국가·기업이 ASI 시대를 대비해야 하며, 특히 국민에게 AI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ASI 실현을 위한 4대 핵심 조건으로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 △교육을 제시했다. 특히 손 회장은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확보가 절대적이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AI 국가 비전에 비해 데이터센터 계획 규모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메모리 강점은 한국의 절대 우위라고 평가하며 “ASI 시대에는 메모리 중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한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과 미국 간 메모리 얼라이언스 강화가 한국 국익과 레버리지의 핵심”이라고 조언하며 “반도체는 오늘날의 ‘새로운 총’이며 설계 능력을 가진 국가가 생태계를 통제한다”고 말했다.


교육과 관련해서 손 회장은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높다고 언급하며 AI 교육 확대를 위한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손 회장 모두 “AI 접근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점에 의견을 일치했고, 이 대통령은 “AI 양극화 해소, 국민 모두의 AI 역량 확보, 더 나아가 제3세계 개도국 접근권 보장까지 국제적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소프트뱅크·ARM과의 구체적 투자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번 접견에서 정책실이 중점적으로 준비한 목표는 ARM 스쿨 유치였고 MOU 체결로 1차 성과를 달성했다”며 “글로벌 톱 기업들이 한국에서 기술과 인재를 전수하는 얼라이언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금산분리 논의와 관련해서는 “일반론으로서의 금산분리가 아니라 첨단산업 투자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실장은 이날 비공개 대화 일부를 전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손 회장이 이 대통령에게 “AI 시대를 이끌 책임 있는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전략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의 메모리칩 경쟁력을 극찬하며 미국과의 ‘메모리 얼라이언스’ 강화를 강하게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ASI 혁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에너지 기반이 필요한데, 한국의 결정적인 약점은 에너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ASI는 내년에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