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디지털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시행 24년 전자정부법, 'AI정부법'으로 재설계해야…"AI·클라우드 기반 행정 진화에 필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원문보기

시행 24년 전자정부법, 'AI정부법'으로 재설계해야…"AI·클라우드 기반 행정 진화에 필수"

서울흐림 / -0.8 °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향한 국가 전략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현행 전자정부 체계로는 AI·클라우드 기반 행정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클라우드법 부분 개정’ 수준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며 정부 디지털 운영 방식의 기초 구조를 규정하는 전자정부법을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토론회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5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AI 대전환 시대,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전략’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최지웅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은 국내 인프라·행정 구조가 AI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경쟁력은 결국 인프라에서 갈린다”며 GPU·데이터센터 수급 불균형, 공공의 제한적 기술 선택 등 구조적 제약을 언급했다.

또한 공공 수요가 민간 생태계를 견인하는 만큼 “공공이 먼저 클라우드 기반 환경을 만들고 수요를 확대해야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협회장은 특히 기관마다 상이하게 적용되는 보안 고시·절차 등이 AI·클라우드 도입을 늦추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전자정부가 AI 중심으로 작동하는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시스템 교체가 아니라 행정 운영 방식·조직·프로세스 전체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전자정부 체계, AI 시대에 구조적 한계 드러나=이 같은 문제 제기는 결국 공공 디지털 행정 근간을 규정하는 법·제도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AI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AI 3대 강국이 되려면 결국 클라우드 강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행 법·제도가 AI 전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자정부법은 2000년대 행정·기술 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져 AI·클라우드 기반 행정과는 기본 전제가 맞지 않는다”며 “기존 전자정부법을 ‘AI정부법’ 또는 ‘디지털정부법’ 등 전향적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조사관은 특히 2015년 제정된 클라우드법 역시 큰 폭의 개정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축형 발주 관행·SI 중심 조달·중복된 보안 규제 등 공공의 구조적 병목은 부분 개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다. 그는 “AI 경쟁력 확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부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다시 정의하는 문제”라며 법체계를 AI 시대에 맞게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장기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데이터진흥과 과장은 “한국 전자정부는 세계 최고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금의 성공 경험이 AI 행정 전환에는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별 고시, 책임 모델, DR·보안 기준이 현행 법령에 얽혀 있어 현장에서 상충되는 문제가 반복된다”며 “개별 고시 정비만으로는 민간 클라우드 우선 이용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 과장은 데이터 분류체계(N2SF), 정보보호 고시, 국가재정법 등 다양한 규제가 얽혀 있어 부처 간 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자정부법이라는 상위 틀을 AI·클라우드 시대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필요성을 행정안전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 전환 가로막는 현장 병목…CSP·PaaS·SaaS 공통 지적=산업계 논의에서도 유사한 구조적 병목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국내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들도 공공 전환의 구조적 제약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KT클라우드 이종훈 상무와 네이버클라우드 임기남 상무는 “공공이 민간 클라우드를 우선 활용한다”는 정부 기조가 여전히 권고 수준에 머물러 실제 전환 동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종훈 상무는 “2022년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예산이 1700억원에서 340억원대로 급감했다”며 “예산과 제도가 따라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공 전환 속도가 날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기남 상무 역시 “부처별로 서로 다른 규제 체계가 병존해 CSAP·N2SF·DR 기준이 제각각 적용된다”며 “데이터 등급·보안 기준을 일원화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 CSP는 특히 AI 수요 증가에 대비한 민간 클라우드 활용이 불가피한데도 도입 절차가 복잡하고 규제가 해석 불가능한 수준으로 중첩돼 공공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상무는 “정부 시스템이 AI·데이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민간 CSP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 많다”며 “AI 행정으로 가려면 규제·프로세스 정비가 먼저”라고 말했다.


플랫폼·인프라 측면에서는 나무기술 정철 대표가 “가상머신(VM) 기반 중앙집중 구조로는 반복적 장애를 피할 수 없다”며 멀티클러스터·셀프힐링·컨테이너 기반 구조로의 플랫폼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 인프라 교체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운영 안정성에서는 틸론 최백준 대표가 국정자원 화재를 언급하며 “전체 DR 적용률이 7% 수준에 그친다”며 공공 DR 체계의 취약성을 경고했다. 그는 PC 중심 보안 대신 데이터센터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측면에서 이즈파크 홍덕기 전무는 “중등급 이상 업무는 사실상 SaaS 도입이 불가하다”며 과도한 인증·심사·기관별 검토 등 중복 규제가 공공 SaaS 시장을 6년째 정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안 분야에서는 안랩 김창희 상무가 AI 기반 공격 자동화 확산을 지적하며 “보안 체계 고도화 없이 공공 클라우드 전환 속도만 높여서는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이원석 연세대 교수는 “클라우드를 강제화해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만 열어준다고 국내 기술 경쟁력이 곧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효율성만으로는 글로벌 사업자를 이기기 어렵다”며 한국 클라우드 산업이 확보해야 할 차별적 경쟁 요소로 ‘보안성’을 꼽았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