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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휴전해도 문제? "인구 축소 가속화…나라 재건할 사람이 없다 "

프레시안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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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휴전해도 문제? "인구 축소 가속화…나라 재건할 사람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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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두고 양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 관련 국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휴전을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국가 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인구 때문이다.

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인구 붕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가 인구 통계학적 재앙으로 치닫는 가운데, 당국은 중요한 질문과 씨름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누가 망가진 나라를 재건할 것인가?"라며 "4년 간의 전투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하고 부상을 입었고, 수백만 명이 국외로 도피하면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원 인구통계연구소를 인용해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 4200만 명이던 우크라이나 인구가 이미 3600만 명 아래로 떨어졌으며,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 수백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2051년까지 우크라이나 인구가 25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의 2024년 추정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은데, 한 명이 출생하면 약 세 명이 사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신은 "정부 추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성의 평균 수명은 전쟁 전 65.2세에서 2024년 57.3세로 감소했고, 여성의 경우 74.4세에서 70.9세로 줄어들었다"라며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가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고, 러시아의 재공격에 대비해 스스로를 방어하려면 수백만 명의 인구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라고 보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2040년까지의 인구 전략을 제시하며 위기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전략은 우크라이나가 향후 10년 동안 450만 명의 노동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추가 이민을 막고 해외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귀국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일자리가 부족할 경우 다른 나라에서 이민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통신은 "당국은 이러한 조치로 2040년까지 인구가 3400만 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2900만 명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날 경우 오히려 인구 유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신은 "우크라이나 싱크탱크인 경제전략센터(CESD)는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약 52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독일, 폴란드를 포함한 주로 유럽 국가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며 "센터는 이들 중 170만 명에서 270만 명이 해외에 남을 것이며, 전쟁이 끝나면 현재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없는 수십만 명의 성인 남성들이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발발 이후 18세 이상 남성의 출국을 대부분 금지했다. 그러던 중 올해 8월부터 이 연령을 22세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학생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의 소도시 호샤에 남아 있는 두 학교 중 한 곳의 교장 마리아나 크리파가 "부모들은 자녀가 18세가 되기 전에 국외로 데려간다"라며 주로 남학생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2001년 인구가 4800만 명을 넘어선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훨씬 전부터 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었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국내 경제 문제 및 만연한 부패를 피해 동유럽에서 서쪽으로 이주했다"며 "이러한 인구 이동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가속화됐다"고 보도했다.


애초부터 어려운 국내외 사정으로 인구 유출이 발생했던 가운데, 전쟁의 예측 불가능성이 이러한 경향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샤에 거주하고 있는 21세의 아나스타샤 유슈크는 통신에 "저와 제 파트너 모두 재정적으로 안정되어야 하는데, 나라 상황은 한 두 달 간격으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며 젊은층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갖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통신은 실제 호샤 병원의 산부인과 병동은 1년 동안 170명의 출산을 기록하지 못하면서 2023년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전쟁의 예측 불가능성은 사람들이 가정을 꾸릴지 말지 결정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고 분석했다.

▲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선 마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손상된 아파트 건물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지난 11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선 마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손상된 아파트 건물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본인 채널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령 팀과 논의를 미국에서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 과제는 지금 러시아에서 (미러 대표단 사이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 그리고 전쟁을 질질 끌고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푸틴이 또 어떤 구실들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어떤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으며, 평화가 실현되도록 모든 파트너들과 최대한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오직 존엄한 평화만이 진정한 안보를 제공하며,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파트너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제기한 평화안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 등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인도를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현지 방송인 인디아투데이 TV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조속한 전쟁 종식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저는 인도주의적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동기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라며 휴전과 관련한 제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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