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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늘어도 못 잡는다”…낮은 연봉에 16%가 해외근무

이데일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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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재 늘어도 못 잡는다”…낮은 연봉에 16%가 해외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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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 인력 5.7만명…임금 우대는 6%에 그쳐
AI 인재, 일반 근로자보다 이직률 6%p 높아
채용 확대에도 ‘숙련 인재 부족·급여 부담’ 심화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인력이 10년 새 급증하며 5만명을 훌쩍 넘겼지만, 정작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지 못해 ‘수급난’을 호소하고 있다. 낮은 보상 수준과 가속되는 해외 유출이 맞물리면서, 국내에서 양성한 핵심 인재가 글로벌 시장으로 흡수되는 ‘인재 역설’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대비 낮은 보상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전문인력이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증가하며 2024년 기준 약 5만 7000명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술 보유 인력은 2010년 이후 두 배 이상 확대되며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 인력은 고학력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전체 인력 중 석·박사 비중은 58%, 전공은 공학 계열이 64%로 고학력·기술 중심의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제조업뿐 아니라 전문서비스, 정보서비스, 교육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AI 기술 활용이 늘면서 시장의 수요도 더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질적 경쟁력이다. 국내에서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비보유자 대비 일정 수준의 임금 우대를 받고 있지만, 그 폭은 2024년 기준 약 6%에 그친다. 이는 미국(25%), 캐나다(18%), 영국·프랑스·호주(15%)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은 연구팀은 “낮은 보상 수준이 국내 인재를 붙잡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내 AI 인력은 이직률이 일반 근로자보다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다. 2024년 기준 AI 기술 보유 인력의 이직률은 미보유 인력 대비 약 6%포인트 높았으며, 이직은 대기업 간 이동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간 인력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고급 인재 중심으로 유출

또 다른 문제는 해외 유출의 지속적 증가다. AI 기술 보유자의 해외 취업 확률은 일반 근로자보다 27%포인트 더 높았다. 2024년 기준으로 국내 AI 인력의 16%가 해외에서 근무 중이며, 인원 수로는 약 1만 1000명에 달한다.


특히 미국으로의 유출이 두드러진다. 미국 근무 AI 인력은 2010년 2,100명에서 2024년 6,300명으로 3배 상승했다. 미국이 높은 보상 수준과 풍부한 일자리로 전 세계 AI 인재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흐름을 보면 한국은 명백한 ‘AI 인력 순유출 국가’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력이 더 많았다. 특히 고학력 핵심 인재일수록 해외 근무 비중이 더 높아, 국내 기술·연구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AI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기업의 69.0%, 중견기업의 68.7%, 중소기업의 56.2%가 향후 AI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숙련 인재 부족(27.4%)’과 ‘높은 급여 기대(25.3%)’였다.


국내 인재는 부족하고 남아 있는 인재는 높은 조건을 요구하며, 글로벌 기업은 더 높은 연봉으로 인재를 데려가는 삼중고가 지속되는 셈이다.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춘 인재 확보를 위해 현재보다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평균 13.8%에서 18.2%로 4.4%포인트 높은 보상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력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향후 보상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기업 간 인건비 부담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 연구팀은 “앞으로의 AI 인재 정책은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경력개발 경로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우수 인력이 국내에 지속적으로 유입·정착할 수 있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