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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재앙, 방독면 쓰고 다녀야해"…공해 최악 10곳 중 6곳 싹쓸이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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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재앙, 방독면 쓰고 다녀야해"…공해 최악 10곳 중 6곳 싹쓸이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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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개 인도 도시 심각한 대기질 오염 겪어
인도 델리서는 3년간 3만명 병원행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 수도권이 사실상 '유독 가스 도시'로 전락하며 공중보건 붕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오염 상위 도시 대부분이 인도에 몰려 있을 뿐 아니라 수만 명이 병원으로 내몰리는 상황임에도 여전히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이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인도 대기 환경은 재난 수준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도 뉴델리에서 스모그가 가득한 아침에 한 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 다리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에서 스모그가 가득한 아침에 한 학생이 마스크를 쓴 채 다리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스위스 대기질 솔루션 기업 IQAir가 '세계에서 가장 공해가 심한 도시 2024'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PM2.5 오염 상위 10개 곳 가운데 6곳이 인도의 도시다. IQAir에 따르면 비르니핫(128.2), 델리(108.3), 몰람푸르(102.3), 파리다바드(101.2), 로니(91.7), 뉴델리(91.6) 등이 오염도 최상위권에 올랐으며, 콜카타·뭄바이를 포함해 총 38개 인도 도시가 심각한 대기질 악화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PM2.5(초미세먼지)등급은 0~50이면 '좋음', 51~100은 '보통'으로 비교적 안전한 수준이다. 101~150은 '민감군에 나쁨', 151~200은 '나쁨' 단계로 건강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201~300은 '매우 나쁨'으로 외출 자제가 권고되며, 301 이상이면 '위험' 단계로 누구에게나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평균 권고 기준을 5㎍/㎥ 이하로 정하고 있지만, 올해 인도 상위 도시들은 권고 기준의 18~25배를 초과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인도의 뉴델리는 심각한 대기오염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전 세계 수도 가운데 대기질이 가장 안 좋은 곳으로 꼽혔다. 이에 시민들은 '숨 쉬는 게 그립다', '깨끗한 공기는 인간의 권리'라고 쓴 팻말을 손에 들며 시위에 나섰다. AP연합뉴스

인도의 뉴델리는 심각한 대기오염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전 세계 수도 가운데 대기질이 가장 안 좋은 곳으로 꼽혔다. 이에 시민들은 '숨 쉬는 게 그립다', '깨끗한 공기는 인간의 권리'라고 쓴 팻말을 손에 들며 시위에 나섰다. AP연합뉴스


대기질 악화는 이미 실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는 3일(현지시간) 인도 정부 발표를 인용해 델리 수도권에서 지난 2022~2024년 사이 최소 20만건 이상의 급성 호흡기질환 사례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델리 내 주요 병원 6곳에서 진료를 받은 사례는 2022년 6만7054건, 2023년 6만9293건, 올해 6만8411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사람만도 3만 명 이상이다. 델리 및 수도권 인구가 3000만 명 이상임을 고려하면 지역 전체가 독성 공기 속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QAir는 "정부 차원의 구조적 개입이 없다면 인도 대기질은 겨우내 위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시적 바람이나 비로 개선될 수는 있지만, 본질적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염 속에서 시민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창문 차단·재순환 환기, KN95·FFP2급 마스크 착용, 공기청정기 가동 등을 권고한다.
유독한 공기, 어린이에게 특히 치명적
유독한 공기는 어린이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BBC는 "델리 병원에 어린이 환자가 줄을 서고 있으며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은 보건용 마스크뿐 아니라 방독면까지 착용한 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 뉴델리의 일부 시민은 보건용 마스크뿐 아니라 방독면까지 착용한 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의 일부 시민은 보건용 마스크뿐 아니라 방독면까지 착용한 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인도의 심각한 대기오염이 인위적 배출원과 기상 조건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북부 농촌 지역에서는 매년 대규모 농작물 잔재물 소각이 이뤄지며 연기가 도시 방향으로 이동해 스모그 층을 형성한다. 여기에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및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난방용 석탄·바이오매스 연소가 더해지며 오염 수준이 누적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온 역전과 약한 바람 때문에 오염물질이 상층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도시 위에 덮개처럼 갇히는 '정체 현상'이 반복된다. 이에 인도 정부는 차량 홀짝제 시행, 농작물 소각 금지, 인공 강우 실험 등 다수의 개선책을 내놨지만, 오염 배출의 구조적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어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대기질은 인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IQAir 실시간 데이터를 보면, 4일 오후 8시 40분 기준 인천의 대기질 지수는 66㎍/㎥으로 전 세계 55위, 서울은 66㎍/㎥로 59위, 부산은 53㎍/㎥로 81위를 기록했다. 즉, 한국 주요 도시들도 '주의 단계' 수준의 오염에 노출돼 있어 미세먼지 취약 계층 보호와 장기적 관리 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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