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가 호재로, 가시밭길이 꽃길로, 죽음의 조가 행운의 조로 돌변한다. 그 반대도 다반사다.
흔히 체육팀을 가리킬 때 감독 이름 뒤에 '호(號)'를 붙인다.
호는 배다. 배는 항해한다. 필연적으로 난항과 순항이 교차한다.
홍명보호(號)는 북중미에서 순항할 수 있을까. 첫 부표가 내일 새벽 떠오른다. 죽음의 조든 행운의 조든 다만 의연해야 한다. 4년 전 손흥민처럼 말이다.
추첨식에는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본선 참가가 확정된 42개국 사령탑이 총출동한다.
이번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로 치러지는 첫 대회다.
32개국 체제로 확대 개편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26년 만에 중대 변화를 단행했다.
포트2 사수로 얻는 이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등등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플레이오프(PO) 승자 4팀과 대륙 간 PO 승자 2팀이 포트4로 들어가는데 홍명보호가 이들 중 강호와 한 조에 묶일 경우 포트2 입성 효과가 상쇄된다는 논리다.
이탈리아(12위) 덴마크(21위) 튀르키예(25위) 폴란드(31위) 등이 만나면 껄끄러운 난적으로 꼽힌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포트1에서 개최국 중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캐나다, 포트3에서 스코틀랜드, 포트4에서 퀴라소, 아이티 등과 한 조로 묶이는 것이다.
반대는 포트1에서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잉글랜드 등 우승 후보를 만나면서 포트3에서 '복병' 노르웨이를 만나는 조합이다.
여기에 이탈리아가 유럽 PO에서 살아남고 포트4로 들어가 한국과 같은 조에 배치된다면 홍명보호로선 이보다 더 '최악의 조'는 없다.
손흥민은 2022년 4월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이 끝나고 열린 리그 경기를 마친 뒤 국내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31개국 가운데 수월하다 여길 팀은 단 한 팀도 없다며 조 편성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한 조에 묶였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저조한 경기력 끝에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쓴잔을 마셨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까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감독 홍명보'에게도 지도자 커리어가 뿌리째 뒤흔들린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대회다.
반면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선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H조에 묶여 난항이 예상됐으나 1승 1무 1패로 12년 만에 원정 16강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세계적인 선수가 국가를 대표해 치르는 무대가 월드컵이다. 정말 많은 준비를 한다. 일단 (본선 개막 전까지) 소속팀에서 잘해야 한다. 나도 컨디션을 유지하고 좋은 경기를 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손흥민은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을 7개월 앞두고 '준비'와 과정에만 신경을 쏟을 것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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